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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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한국 현대사'를 읽은 후, 2004년에 읽은 이 책을 다시 손에 잡았다. 6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이 좀 더 재밌게 다가오는 이유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나의 기본 이해가 적어도 그 때보단 좀 나아졌다는 것과, 옛 시절과 뭔지 모를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현 정부 덕택이 아닐런지. 

한국 근대사는, 일재 잔재, 이식 근대화, 압축 근대화, 극단적 민족주의, 부계 혈통주의, 이념의 대립과 분열, 국가주의, 병영국가, 반미 등 몇 몇 핵심 키워드로 요약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생소했던 부분인 민간인 학살과, 우리 모두가 그 '학살 은폐의 방조자'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학살' 이라고 하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자동적으로 떠오르지, 우리 땅에서, 우리 민족끼리 자행된 -미군은 제껴 두고라도- 수 십만 명의 민간인 학살은 쉽게 생각지 못하지 않는가 말이다.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일제 잔재 청산 등에 비해 매체나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극도의 반공주의하의 군사독재는 바로 학살의 무덤 위에서 겁먹은 대중을 향해 자행되었'고 이런 '박멸의 기억'에 대한 공포가 우리들의 몸 속에 무의식적으로 새겨져, 지금까지도 파괴력을 지니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확실히 짚고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건만.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역사의 주체인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역사엔 뻔하게 변주되는 스토리가 많지만, 고정 관념을 깨는 의외의 사실(?)들도 있고 그것들을 알게 된 것도 이 책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 고정 관념이 아니라 무지 라고 해야 더 정확할까? 암튼 - 태극기가 중국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나와, 영국 선장의 개조를 거친 요샛말로 오리지낼러티 떨어지는 급조물이었고 - 우리는 타고난 급조의 달인들 인가? - 일제시대엔 친일파와 기독교계 인사들이 오히려 반미에 앞장섰으며 박정희는 남로당의 군부 조직책이었고 김두한 역시 좌익활동을 했었고 진보당에도 몸 담았으며 조선일보 사주 방응모는 납북 중 미군 공습에 사망했다는 것 등등.  

해방 이후 군사 독재까지, 한국은 이념, 계급, 민족이 한데 섞여 펄펄 끓어 오르는 한 그릇의 잡탕같다. 민족이 이념과 계급의 우위를 점하였으나, 결국 그 모든 이데올로기들의 위에는 살아 남기 위한 인간의 생존본능이 있지 않았을까? 살아남기 위해선 영원한 것도, 하지 못할 것도, 안되는 것도 없던 시대. 더구나 우리 맘대론 뭣 좀 해 볼 수도 없었던, 우리 역사에 껌딱지처럼 달라 붙어 아무리 떼내려 해도 떼지지도 않는 미국의 존재. 그래서 한국의 역사를 부끄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되뇌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아버지의 최종 학력과 직업을 물었을 때,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내 처지가 너무 쪽 팔려서 쭈뼛거리며 손 들 때 느끼던 그 비슷한 감정이 자꾸만 든다. 잘 나가는 아버지를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고, 못 나가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우면서도, 아버지를 부끄러워한 나쁜 아이라는 죄책감도 들었다. 내 조국에 대해서, 나는 아직, 멋 모르는 어린 마음의 철 덜 든 아이일 뿐인가? 아니면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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