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2 - 아리랑 김산에서 월남 김상사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편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민족주의, 국가주의, 병영주의의 큰 틀 안에서 베트남 학살, 남과 북의 걸출한(?) 두 지도자 박정희와 김일성, 미전향 장기수, 사학 비리, 사교육, 조선일보, 행정도시 건설 등의 주제가 서술 된다.      

- 책과는 그다지 크게 연관 없는 잡생각들

행형의 변천사 대목에서, 이승만이 '옥중에서 엄청난 양의 책을 읽었을 뿐 아니라 10여 권의 책을 번역 내지 저술하고 80여 편의 신문 잡지 논설을 집필 기고하였다' 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승만은 왠지 우둔하고 고집만 센 꼰대일거라는 만구 내 생각과는 달리 어쩌면, 꽤 똑똑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하에, 미국과 적당히 딜을 하면서, 독재 정권을 유지 할려면 남들과 다른 뭔가가 있지 않았을까? 정치의 공과 실을 떠나 그의 개인적 능력을 과소 평가 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승만에 대해 좀 더 읽어 봐야겠다. 

왠지 요즘 우리 역사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는 탓인지, 김일성에 대한 대목도 자꾸 그런 관점에서만 눈에 들어온다. '중국 공산주의의 일인으로서 중국인으로부터 교육과 훈련을 받고 만주에서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지도체계 속에서 승진하였던 이방인'. 이건 뭐 나름 잘 나가고 똑똑한 인물들은 다들 뭐 일본, 미국 아니면 중국 영향을 받았다. 물론 남의 땅에서 더부살이 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항일 독립 운동조차도, 중국의 눈치를 봐가며 해야 했고, 새로운 이념이나 문명 - 공산주의- 도 중국을 통해 수용 했어야 했다니. 비단 박정희, 김일성, 이승만 뿐 아니다. 하긴 뭐 요즘도 그렇지 않나. 공부가 깊고, 책 내는 사람들 보면 거진 다 외국물 먹었더라. 작가도 미국에서 10년 넘게 공부하다 왔다지 않나. 그러지 못한 자로서 딴지 거는 걸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취지는 아니고 단지 뭔가 씁쓸하고 안타깝다. 조선은, 한국은, 정녕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변방 지대, 영원한 수입국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이 또한 버려야 할 민족주의인가?  

역사의 진보를 위한 많은 분들의 희생과 죽음에 큰 빚을 지고 오늘날 우리는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다. 소로는 시민들은 고작 선거 때 값싼 표를 던지고는 정의가 지나갈 땐 옆에서 성공하길 빌 뿐이라고 비야냥 거렸지만, 그런 수고마저 하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다. 나는 정치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두 명에 한 명 꼴도 안되는 저조한 투표율에, 그나마 온통 한나라당 일색인 내 선거구의 획일적(?) 투표 결과가, 아주 오랫 동안 유지되는 참 신기한(?) 현상을 보며, 1편에서 언급됬던 우리가 투표권을 너무 쉽게 얻었다는 대목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항일 운동, 민주화 운동, 월남전, 그 밖에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혹은 공공의 선을 위해 희생 되신 모든 분들, 결국 죽은 자만 불쌍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자기 손으로 직접 얻은 게 아니면 그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고, 또 안다 하더라도 쉽게 잊는게 인간 본성인 것이다.      

* 책 접기 

'강력한 극우반공이데올로기의 세례 속에 자라난 세대들은 빨갱이 사냥에 나설 심리적 준비를 잠재적으로 갖추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병사들은 식민지 시기 일제에 의한 학살의 피해자였다가, 냉전체제의 확립과정과 한국전쟁을 경험하면서 좌우익 상호간의 동족 내부의 학살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급속히 변모한 불운한 민족의 가난한 아들들이었다.' 

'봉건제가 붕괴하면서 자본가나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기구의 주된 관심사의 하나는 근대적인 노동규율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랑자와 빈민층을 근면하고 복종적이면서 근대적인 인간으로 개조하는 일이었다. 지속적인 감시,통제,훈련,교육을 통해 인간을 통제하는 근대적 지배양식은 국가가 통제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을 전적으로 자신의 의도대로 관리하는 감옥을 통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입시제도는 '모든 사람에게 불평등해질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신화에 기초하여 사회적 불평들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 입시제도만큼 우리 사회의 기성질서 유지에 기여하고 있는 제도도 없을 것이다. 이북 공산집단의 남침위협이 국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지만 실제 사람들에게 더 규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입시제도다." 

'미국과 같은 풍부한 물질적 바탕을 갖고서 사람들을 포섭할 수 없었던 우리 사회에서 입학시험은 일반인들을 기존 질서에 순응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장치였다.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과외열풍으로 대표되는 교육열은 피지배계급이 지배체제를 수용하고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적응방식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