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얼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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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전형적인 옛날 이야기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 듯 보인다. 착한 주인공-제임스-이 있고,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나 불행하게도 그 행복은 부모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주인공 옆에는 그를 괴롭히는 악당 -두 고모-이 있다. 우울하고 고통받는 주인공에게 어느 날 갑자기 마법사-이상한 노인-가 나타나서 주의 사항을 당부하며 -절대 고모에게 말하지 말고, 물을 끓이고 어쩌고 저쩌고- 인생을 전환할 기회를 주지만 -초록색 마법 구슬-, 주인공의 부주의와 실수 - 정원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초록 구슬들은 땅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로 인해 그 기회는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의 지혜와 기지 그리고 동료들과의 협력 - 여행 도중 곤충 친구들과 함께, 상어떼와 구름 사람들의 공격등을 막아낸다- 을 통해 모든 장애와 난간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 -뉴욕에 도착해 수많은 어린이 친구들과 함께 생활-에 이르는 주인공의 성장소설, 일종의 로드 무비 형식이다.   

그러나 구성의 전형성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커진 슈퍼 복숭아 속에서 곤충 친구들과 벌이는 제임스의 모험은 어른인 내가 읽어도 너무나 신나고 환상적이다. 땅위를 구르고 바다위를 떠다니고, 하늘을 날고 드디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꼳히고 나중엔 카퍼레이드 까지 하는 슈퍼 복숭아를 한 번 상상해 보라. 어머니의 젖가슴(모성애)를 상징하니 어쩌니 하는 그런 부분을 빼고서라도 충분히 멋진 이미지 아닌가. 꼬챙이 고모와 물컹이 고모에게 신나는 복수를 하고 바닷가로 탈출 한 후 그들이 나누는 어른스런 대사, "난 절대로 옛날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라든지, 상어가 공격해 왔을 때 복숭아가 출렁거리며 가라 앉는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탈출 후 막상 실제로 학인해 보니 아무 이상 없이 흠집만 조금 난 복숭아를 보면서, 겁에 질리면 상상만으로도 공포를 느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 귀가 배에 달린 메뚜기가 제임스에게 귀가 머리 양 쪽에 달린 니가 오히려 더 우스꽝스럽다고 말하는 대목, 세상에선 해충으로 미움 받지만, 동료 중 자신이 유일한 해충임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당당한 지네, 무지개와 눈을 만드는 구름 나라 사람들의 생생한 이미지 묘사등을 읽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이 뚝딱. 마지막에 뉴욕 상공에 나타난 복숭아를 폭탄이라 생각하고 공포에 젖어 허둥거리는 우스꽝스런 미국 사람들의 모습은 왠지 9.11 테러를 연상시켜 약간 섬짓하기도.  

이 아름답고 재밌고 신나는 모험담. 나는 어려서 읽지 못했지만 조카에겐 꼭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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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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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 처럼 마냥 달콤하지많은 않은, 오히려 예상외의 잔혹성에 놀랐다. 영국판 흥부네 집인 찢어지게 가난한 찰리의 집과 대비되는 자기 딸 한 명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백명의 종업원을 시켜 땅콩 까는 일 대신 초콜릿 포장을 벗기게 하는 거부 버루카 솔트. 그들을 보고 있자니, 실업과 빈곤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과, 자본가의 노동력 착취가 왠지 자연스레 떠오른다. 제조 기법을 빼내가는 직원들을 모두 내쫒고, 코코넛 열매를 미끼로 숲 속에 살고 있던, 순진한 움파룸파 사람들을 배에 실어 영국으로 데려와 초콜릿 공장의 노동자로 쓰기 시작했다는 윙카의 모습에선 비록 움파룸파 족의 얼굴색이 하얀 것으로 묘사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을 노예선에 실어 본국과 미국의 부족한 노동력을 공급했던 영국 제국주의자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나의 지나친 오버인가. 돈만 많고 어리석은 남자로 그려지는 인도의 왕자는, 인도의 향신료, 비단등을 찾아 헤매던 영국인들의 눈에 비친 인도 사람들의 모습과도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윙카의 초콜릿 공장에 초대받은 행운의 어린이는 모두 다섯 명인데, 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구제불능의 말썽쟁이들이다. 우걱우걱 먹어대기만 하는 엄청난 뚱보의 욕심쟁이, 껌을 하루종일 씹어대는 껌쟁이 소녀, 뭐든지 갖고 싶은건 다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부잣집 딸, 하루종일 티비만 보고 총싸움에만 관심있는 소년. 공장 견학 도중 이들은 차례로 한 명 씩 제거되는데, 그 제거되는 방식이 호러에 가깝다. 백개의 칼날이 납작납작 썰기도 하고 끓여버리기도 하고, 몸에서 즙을 짜내고, 쓰레기 소각로에 태워 버리려 하고, 조각으로 잘게 썰어 전송 하는데 가끔은 일부만 전송 되기도 해, 몸의 반만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하체보단 차라리 상체가 나오는게 낫겠다는 무시무시한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들은 하나같이 무기력한데, 초콜릿 강에 빠진 아이를 보고도 셔츠를 버릴까 두려워 구하기를 주저하거나 혹은 같이 진공관 속으로 빨려가는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아이의 나쁜 특성을 상징하는 네 명의 아이를 벌주고 아이를 망친 책임 당사자인 부모들을 풍자해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과 부모들 모두에게 재미와 함께 일종의 교훈(?)을 주려는 작가의 의도인 듯 하다. 빨리 결혼 했으면 찰리만한 아이가 있을 나이에다, 아이가 없는 상태에서 읽은 동화라 그런가. 껌 좀 씹고, 티비 좀 보고, 먹는 것 좀 밝힌다고 해서 그게 뭐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처벌될 일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물론 동화라는 장르의 특성 상 과장이라는 부분을 생각해야 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위 몇 가지만 제외하면, 초콜릿 공장의 내부 묘사와 거기서 생산되는 초콜릿과 과자들은, 정말로 이 세상 어딘가의 지하에 그런 공장이 있고, 언젠가는 그런 제품들이 생산되어 나왔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환상적이다. 특히 식사 코스가 들어있는 껌은 정말 최고다. 윙카 말대로, 설겆이 할 필요 없으니 환경 오염도 안 될테고 음식 준비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을테고, 간단하게 껌만 씹으면 산해진미를 맛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맛 뿐 아니라 음식을 씹는 질감과 목넘김의 느낌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다니 말이다.  

찰리는 삼 세번 도전 끝에 드디어 황금빛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마지막은 물론 길에서 주운 행운에 의한 것이라 찝찝하지만 말이다. 역시 인생은 삼세번인가. 나에게도 그런 마지막 행운이 오길 아이같은 마음으로 바래보는 뜬금없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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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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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미국편>이 일목요연하게 미국사와 주변 정세의 흐름을 정리해주는 기초 학습용 이었다면, 이 책은 미국이라는 흥행작의 무대 뒷 모습까지 알려주는 심화 학습용이라고나 할까.  

노동자들의 전국적이고 조직적인 파업, 흑인들의 저항 운동, 인디언들의 수난사,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사, 여성 참정권 획득 과정 등 소외계층의 저항과 반란의 역사가 비중있게 다뤄지며,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지배자들의 진짜 의도를 고발한다. 이미 읽은 관련 책들의 관점과 비교도 하고, 모자라는 설명은 다른 책들을 되짚어 읽으며, 미국사에 대한 개념을 잡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 읽고 느낀 점.  

돈과 권력을 가진 지배계급은 기득권 유지 혹은 증대를 위해 세련되고 정교한 통치 기술(?)을 교묘히 사용한다. 지가 가진 건 잃고 싶지 않고, 기왕이면 더 가지고 싶은 인간의 본능 정도로 곱게 봐주고 싶지만, 정말 이렇게 까지 야비하고 치밀할까 싶을 정도로 믿겨지지 않는 사실들을 접하면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들의 기술이란 주로, 계층간의 갈등으로 인한 분노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향하지 않도록, 동일 계층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다. 백인 하층 계급이 흑인, 인디언, 이민자들과 연대하여 큰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제한된 이익을 제공하고 경쟁하도록 부추겨 서로간 적개심을 조장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숫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당하는 놈만 항상 당하고, 그렇게 당하면서 조금 더 당하고 덜 당하고의 차이 때문에 서로를 미워하거나 연대하지 못한다. 같은 원리를 지배층에게 적용할 방법은 없나.

모든 전쟁은 부와 권력의 독점 혹은 이동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독립전쟁, 남북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카니스탄, 쿠바와 파나마 침공, 베트남 전쟁 등 모든 전쟁에 예외는 없었다.        

* 책 접기

"역사의 그물망은 흑인들을 아메리카의 노예제로 옭아매었다. 이 그물망은 굶주린 정착민들의 절망적인 위기감, 고향을 잃은 아프리카 흑인들의 무기력함, 노예무역 상인들과 담배 재배자들에게 보장된 이윤, 그리고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을 마음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과 관습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식민지 지배자들은 백인들과 흑인들이 평등하게 함께 단결하지 못하게 차단하기 위해 가난한 백인들에게 신분상의 작은 이익과 혜택을 주었던 것이다."  

"인종차별은 흑인들과 백인들이 단결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인종차별이란 흑백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은 백인 지배자들이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인디언을 대치시키면 권력자들은 빈부격차로 인한 계급갈등의 싹을 애초에 자를 수 있었다." 

"혁명은 식민지의 엘리트 집단에 국왕파가 소유하고 있던 권력과 부를 획득할 기회를 주었다." 

"잭슨 민주주의의 신화는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정부가 세심히 보살피고 있다고 믿게 했다. 이것은 정부가 필요할 대 중하위 계급에게서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국민에게 두 정당을 놓고 선택권을 준다는 것, 조금 더 민주적으로 보이는 당을 선택하게 해준다는 것은 국민을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공화,민주 양당 지도자들은 국민이 바라는 대로 조금씩 개선해줌으로써 사회의 통제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단 지나친 개혁은 금물이었다." 

"다른 정치가처럼 그도 계급갈등을 해소하는 데 애국심을 이용했다." 

"트루먼 행정부는 소련을 경쟁자가 아닌 위협적인 존재로 제시했다....미국 정부는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를 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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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챔피언
로알드 달 지음, 정해영 외 옮김 / 강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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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너무 강렬해서인가. <맛>에 실린 작품들 보다는 상대적으로 임팩이 약하다. 긴장도도 훨씬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이다. 일단 사람들의 구미를 확 당길 수 있는 강한 맛을 지닌 작품들만 뽑아서 <맛>에 왕창 몰아 실었을까?    

베스트를 꼽으라면, <맛>의 '하늘로 가는 길'처럼 남편에게 복수하는 아내의 이야기가 나오는 '윌리암과 메리'다. 몸은 죽어도 뇌와 눈만 살아 남는다는 -현대 의학기술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시대를 앞선 설정이 주는 기괴함, 그리고 아내의 통쾌한 복수를 암시하는 결말. 개인적으로 로알드 달의 아버지가 그런 종류(?)의 남편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잠시 해본다.  

일단, 로알드 달의 다른 맛들도 좀 더 느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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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담 잭 런던 걸작선 1
잭 런던 지음, 이성은 옮김 / 궁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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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꿈을 소재로 한 영화 <인셉션>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100년 전에 씌어진 이 작품도 역시 꿈에 대한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다. 주인공은 '큰 이빨'이라는 원시인류의 자아가 현재의 자아와 거의 대등한 영향력을 지니는, 일종의 격세 유전적 기형 증상을 보인다. 쉽게 말하면, 낮에는 '나'의 삶을, 밤엔 꿈 속에서 그의 머나먼 조상, '큰 이빨'의 삶을 사는 것이다.  

말이야 쉽지만, 만약 실제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난다면 얼마나 미칠 노릇일까? 더구나 그 또 다른 자아의 활동 시기(?)가 어둠, 추위, 배고픔, 폭력의 원시 시대라면 말이다. 언어가 없어 제대로 의사소통도 할 수 없고, 언제 어디서 누가 공격해 올지 모르는 생존의 날선 공포 속에 어느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불안과 공포일 것이다. 현재를 아무리 약육강식의 시대라 한다해도, 원시 시대에 비하면 말 그대로 세발의 피겠지.  

한 번 생각해 본다. 오늘날 나의 부족은, 나무 부족, 동굴 부족, 불 부족 중 어디일까? 우리 부족의 유머감각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붉은 눈' 같은 존재들이 얼마나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의 힘을 행사하여 이름 없는 수 많은 '늙은 무릎'과 '늘어진 귀' '노래하는 것' 들을 억압하고 공포에 질리게 하는지를 말이다.   

진화론이 막 대두되던 당시로서는 아마도 아주 충격적인 작품 이었을 것이다. 원시인의 생활 모습도, 진화론도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지금에야 다소 밋밋하긴 하지만 - 좀 더 어릴 때 읽었음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쉽고 단순한 이야기 속에 살아있는 강력한 메세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마도 그것이 잭 런던의 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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