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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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바다 건너 낯선 타인들이 책을 매개로 해서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은 서로의 친구들, 가족들, 이웃들에게까지 확장되어, 이십년 가까운 긴 시간동안 그들은 서로를 아끼고 염려하며 아름다운 관계를 지속한다.   

까칠하지만 동시에 유머러스한 가난한 HH라는 작가와, 점잖고 박식한 중고서점 가게의 직원 사이의 편지를 읽노라면, 책을 특히나 헌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대감과 동질감 같은 것들이 느껴져 절로 마음이 훈훈해지고, 나아가 전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걱정해주는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씀씀이가 사람을 절로 흐뭇하게 만든다. 결국 이들은 서로 만났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하고, 좀 더 많은 편지들이 수록되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기도 했고.   

편지와 책과 선물과 마음들을 주고 받는 동안, 그들은 서로가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을까?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부산 보수동 XX번지에서도 가능할까 한 번 생각해 봤다. 멋진 책방 주인과 멋진 고객. 우리도 못하란 법은 없지 않은가? 

* 책을 읽은 직후엔, 강렬한 여운없이 심심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책들이 간혹 있다. 줄거리도 밋밋하고 그닥 특별할 것도 없지만, 이 책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새삼, 별 세개는 넘 짜다 싶어 두개를 더 주고, 사족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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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Best Life Now: 7 Steps to Living at Your Full Potential (Paperback) - 7 Steps to Living at Your Full Potential
조엘 오스틴 지음 / Faithwords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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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비기독교 신자인 나에게 이 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오래 기억될 책으로 남을 것 같다. 종교와 상관없이 열린 마음으로 읽어보자,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부분들만 취사선택하면 될 것 아닌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읽는 내내 정말 많은 의문과 회의, 반성과 깨달음들로 머리가 복잡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감사하기도 했으니까. 암튼 인상적인 책인것만은 확실하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하느님에 대한 근본적 회의들, 왜 자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만을 강요하는가? 왜 믿는 자식들만 더욱 사랑하고 더욱 높고 큰 은총을 내리는가? 죄 지은 자 회개하고 믿음으로 돌아오면 용서 해버리고, 당한 자의 고통은 외면하는가? -물론 다른 은총으로 갚아준다고는 하더라만 당한자에게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줘야 하는거 아닌가?- 왜 너무나 높은 수준의 믿음과 도덕을 강조해서 지키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들에게 끊임없는 죄의식을 심어주는가? 더불어 이기적인 기독교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왜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지 자식은 빨리 학교에 입학시켜야 하고, 카메라는 구지 기내에 반입해야 한다고 우기고, 과속을 하고도 목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는 상황을 신의 은총이라 생각하며 기뻐하는가? 왜 항상 조금 더 큰 부와 성공을 향해 달리라고만 하는가?  

어쩌면 하느님의 존재와 이 세상 모든 종교 자체가 인간이 자기 보호 목적으로 고안해 낸 그야말로 기막힌 최고의 자기 방어 시스템은 아닐런지? 설사 그렇다 한들 또 어떠랴. 믿음으로 신과 함께 할수만 있다면, 험한 세상 살이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셈인데 말이다. 왜? 하느님은 항상 나와 함께 하고, 나 대신 싸워주고, 나 대신 복수해 주고, 나에게 부와 성공을 보장해 주니까. 물론 내가 말을 잘 듣는다는 전제하에. 그런 천하무적의 존재가 된다면 두려울 것도, 불행할 일도, 고통받을 일도 없을텐데 구지 또 안 믿을 이유가 뭐겠나? 등등... 

서양인의 사고 방식인지, 기독교인의 사고 방식인지는 몰라도 항상 시키는 대로 해야지만 이런 이런 좋은 것들이 보상으로 주어질 것이라는, 이게 뭐 반협박도 아니고, 사탕 놓고 애들 달래는 것도 아닌 조건부 은혜가 거북스럽긴 했지만, - 하필 법정 스님의 책과 동시에 읽는 바람에, 동양인의 사고인지, 불교인의 사고인지와 비교 대조하는 맛도 있긴 했다-  이런 저런 것들을 떠나서라도, 평생을 마음 속에 품고 지켜나가야 할 금과 같은 귀한 말씀이 충분히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현재에 충실하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라, 행복하기를 선택하라, 성실하고 정직하라,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이 되어라, 과거는 잊어버리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용서하라.  

덤으로, 대체로 쉬운 영어에 반복적인 표현이 많아서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았다. 이 책과 인연이 닿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게 하느님의 뜻이라면 하느님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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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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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후덕한 뒷모습이 나와 닮아서인가. 왠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표지 그림도 맘에 들었고, 심리학 분야 최고 재미 있는 책으로 선정됬다는 문구에 혹해(?) 꽤 오래 전에 샀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제목처럼 서른 살이 아닌 마흔 가까이에 이르러 읽어 그런지 솔직히 내 기대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정말 서른 살 즈음의, 특히 여자들이 읽으면 딱 좋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은 든다. 저자가 여자라 그런지 여성의 관점에서 고민할 법한 일과 사랑 육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감수성이 무뎌질대로 무뎌진 나이에 읽어 그런가, 책 내용들이 약간은 소녀 취향의 마치, 심리학 서적계의 순정 만화(?) 같다고나 할까, 뭐 그런 느낌이었다. 비교적 어떤 독자라도 쉽고 편하게 읽을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책, 드라마, 영화의 내용들이 인용되고, 저자 자신이 정신과 의사로서 상담한 환자들의 사례도 인용된다. 그래서 읽는 도중, 책에서 언급된 내용들과 나의 사례(?)들을 자신도 모르게 겹쳐 가면서 비교 분석(?) 해 보는 맛이 있긴 했다.   

뭔가 따뜻한 위로나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면 읽어봐도 좋을 듯 하나, 딱히 깊이있는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이래서 책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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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지음, 서은국 외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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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로 했는지 모르겠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정의에 대한 정의가 없는 것 처럼, 이 책에도 행복이 무엇인지, 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린다는 건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없다. 제목만 보고, 마음 따뜻해지는 에세이식 행복론을 막연히 떠올렸던 나의 예상을 유쾌하게 빗나가는 재밌는 심리학 책이었다.  

책은 풍부하고 다양한 실험 사례를 들어가며, 우리의 두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우리 삶을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개념으로 인식할 때, 우리 뇌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대로 -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편집자(우리 자신)의 편집 의도가 가미된 그림과 같은- 과거에 대한 왜곡된 기억과, 현재에 대한 그릇된 해석을 하게 되고, 당연히 이런 잘못된 기억과 판단을 기초로 해서 하게 되는 내일에 대한 상상도 역시 오류일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뭐, 결국 결론은 이런건가?  

아무리 이런 저런 미래와 그 미래 속에서 나의 행불행을 예상해서 나름 준비한답시고 현재를 희생한다 해도, 막상 내게 실제로 닥치게 될 미래란 것은 내 상상과는 전혀 다른 버젼(?)이 될 수도 있으니, 이런 오류를 줄이자면,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란 환상일랑 버리고, 미리 겪어 본 자들의 경험담에 귀를 기울이든가, 아니면 그냥 미래일랑 잊어버리고 현실에 충실하면서 살아라. 그게 바로 행복이다.  

어쨌든 행복에 대한 그나마 구체적인 두 결론 -자식이 있어야만, 돈이 많아야만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를 보고 나니 새삼 마음이 놓이긴 하면서도 한편으론, 행복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조차, 체제유지를 위한 조작된 이데올로기가 부지불식간에 침투해 있다 생각하니 씁쓸할 뿐이다.     

*책 접기  

"요약하자면 부의 생산이 반드시 개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경제 시스템의 필요를 채워주고 또한 안정된 사회의 욕구를 해결해주며, 안정된 사회는 행복과 부의 관계에 대한 근거없는 생각을 전파시키는 네트워크로 작용하게 된다. 다시 말해 개인이 노력할 때만 경제는 성장하는 법인데, 개인은 오직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만 노력하기 때문에 그들이 '생산과 소비가 개인적 행복의 필수요소'라는 망상에 빠져야만 경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오히려 잘못된 신념 그 자체가 초복제자가 되어 그 신념을 지닌 사람들이 그것을 전파하는 일을 스스로 하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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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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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했던건 아니었으나 2010년 마지막 날을 법정 스님의 책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 나름 혼자 뿌듯했다. 누가 이 책을 읽겠다 하면, 한 번에 몰아서 읽는 것 보다, 오래 곁에 두고 법문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 보시라 권해 주고도 싶다.   

스님의 다른 책들과 조금 달리, 이 책은 법문집이라 평소 불교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참 반가웠다.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 절에 들러 스님들 법문을 들을 때면 법정 스님 같은 분은 일반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설법을 하실까 궁금했는데, 간접적으로나마 귀한 말씀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불자들에게 하셨던 말씀이라 그런지, 다른 에세이들보다는 조금 더 종교적 색채를 띠면서 불교 철학을 실생활과 연관지어 혹은 선사들의 일화를 예로 들어가며 좀 더 깊이있게 다루고 있어 <무소유>의 감동과는 또 다른 종류의 구체적 가르침을 받은 느낌이랄까. 역시나 주로 하셨던 말씀은, 용서하라, 현재에 충실하라, 이웃에게 베풀라, 생명의 소중함을 알라, 탐욕을 버리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님은 본래 밝은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라 하시지만, 수도자도 신도도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살면서 스님의 가르침을 좇아가기는 사실 너무 힘들다. 책 읽을 때 잠시뿐이지 돌아서면 금방 미운놈은 여전히 밉고, 죽어도 용서 안되는 놈은 끝까지 용서 안된다. 과거에 발목 잡히고 미래에 쫓기면서, 경제적 안정을 위해, 성공을 위해 허겁지겁 하루를 보내지만 마음은 뭔가 늘 불안하다. 그렇게 살다 문득 내 지금 잘 살고 있는기가 의심되는 찰나, 에잇 그냥 용서해 버리고 치아뿌까 고민되는 찰나, 뭔가 마음의 평화가 절실해지는 찰나,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고, 또 잊지 않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시절 인연이 닿아 스님과 같은 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우리는 참 복 받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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