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의도했던건 아니었으나 2010년 마지막 날을 법정 스님의 책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 나름 혼자 뿌듯했다. 누가 이 책을 읽겠다 하면, 한 번에 몰아서 읽는 것 보다, 오래 곁에 두고 법문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 보시라 권해 주고도 싶다.   

스님의 다른 책들과 조금 달리, 이 책은 법문집이라 평소 불교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참 반가웠다.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 절에 들러 스님들 법문을 들을 때면 법정 스님 같은 분은 일반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설법을 하실까 궁금했는데, 간접적으로나마 귀한 말씀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불자들에게 하셨던 말씀이라 그런지, 다른 에세이들보다는 조금 더 종교적 색채를 띠면서 불교 철학을 실생활과 연관지어 혹은 선사들의 일화를 예로 들어가며 좀 더 깊이있게 다루고 있어 <무소유>의 감동과는 또 다른 종류의 구체적 가르침을 받은 느낌이랄까. 역시나 주로 하셨던 말씀은, 용서하라, 현재에 충실하라, 이웃에게 베풀라, 생명의 소중함을 알라, 탐욕을 버리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님은 본래 밝은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라 하시지만, 수도자도 신도도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살면서 스님의 가르침을 좇아가기는 사실 너무 힘들다. 책 읽을 때 잠시뿐이지 돌아서면 금방 미운놈은 여전히 밉고, 죽어도 용서 안되는 놈은 끝까지 용서 안된다. 과거에 발목 잡히고 미래에 쫓기면서, 경제적 안정을 위해, 성공을 위해 허겁지겁 하루를 보내지만 마음은 뭔가 늘 불안하다. 그렇게 살다 문득 내 지금 잘 살고 있는기가 의심되는 찰나, 에잇 그냥 용서해 버리고 치아뿌까 고민되는 찰나, 뭔가 마음의 평화가 절실해지는 찰나,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고, 또 잊지 않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시절 인연이 닿아 스님과 같은 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우리는 참 복 받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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