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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수록된 단편소설들의 시작은 나름 현실적으로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독립해서 자취생활을 하는
대학생과 냉장고,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문을 뚫기위해 전전긍긍하는 인턴사원, 집안 형편때문에
아르바이트에 열중하고 있는 고등학생 등 주변에서 볼 수 있고, 심심치 않게 마주치는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민규는 이야기를 그냥 그렇게 끌고 나가고 싶어하지
않아 보입니다. 특유의 상상력으로 냉장고의 전생을 보기도 하고, 오리배를 타고 국경을
넘나들기도 하며, 활동반경을 우주로 넓히기도 합니다. UFO가 KS를 새기고 헐크 호건에게
헤드락을 거는 등 정말 쫒아가기 힘들만큼 다양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뜻 산만해 보이고 중심이 없어보이는 글들을 한편 한편 읽어가다 보면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의 사건에서 가지가 뻗어나간 것이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심
상상하고 바라던 일들을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여 엮어 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심각한 일인데 심드렁하게 표현하면서도 할 말은 다하고 화자의 내면까지
드러내는 작가의 글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운 책 읽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