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쌀쌀한 공기가 뺨을 스칠 때, 당신에게 권태가 가득하다면.
<외로운 남자>는 그야말로 권태로 가득찬 책인데, 이 책을 읽었을 때 멍한 느낌이 들었어.
이 책은 첫 문장에서부터 확 막히는데, ˝나이 서른다섯이면 인생 경주에서 물러나야 한다.˝로 시작해.
큰 줄거리로 진행되는 책은 아니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책이야.
어느 날 갑자기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남자는 다니던 장을 그만두고 더 좋은 건물로 이사를 가서는 권태에 빠지게 돼.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으면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찾아다니면서 먹고, 정말 행복할 것 같은데 이 남자는 뭐지? 아니 막말로 생각해 봐. 월세 500씩 통장에 매달 들어온다고 하면 아무 걱정 없이 좋을 것 같잖아. 아니면 갑자기 로또가 당첨되어서 30억이 생긴다면.
이런 말도 안되는 망상을 하면서 웃을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말야, 축복이 아닐까 싶어.
권태에 가득찬 삶.
11월이 되었으니 하는 말인데, 정말 올해는 권태에 가득찼었어.
게임, 책, 드라마, 허리가 아플 정도로 잠자기.
그러나 그 무엇도 나를 권태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었어.
권태, 우울,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한 번 생각한 것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밤새 편히 잠을 못 들게 만들어.
<외로운 남자>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가 일에서 벗어나 여유를 누릴 수 있었던 순간에 권태는 빈틈을 노리고 찾아온 것이 아닐까.
주인공 옆에 누군가 있었더라도 그건 마찬가지였을 거야.
외로움이라는 것, 권태라는 것은 누군가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까.
결국 인생이란 혼자서 걸어가는 산책로잖아.
나는 가끔 무척 두려워.
죽음이란 사실을 외면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누군가의 죽음으로 내가 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의 죽음을 동력으로 내가 하루를 얻은 것은 아닐까 하고.
그리고 나의 죽음 역시도 누군가의 동력이 될 수 있겠지.
내가 죽어도 이 세계는 변함이 없겠지만
나의 세계, 나의 우주는 내가 죽으면서 사라질거야.
노력과 권태 중에서 내가 항상 선택하고 선호한 것은 어떤 종류의 권태였다.
권태는 마비를 유발하고, 파괴적 행위만 하게 하거나 죽음과 비슷한 상태에 몰아넣는다. 견딜 수 없었다. 아무도 나를 도울 수 없었고, 나는 아무 것에도 매달릴 수 없었다. 견딜 수 없다는 표현을 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 죽을 지경이었다. 마치 공기 속에서 익사하는 것 같았다.
나는 모든 이의 고민, 수십억 인류의 고민과 두려움을 몽땅 짊어진 느낌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다. 일종의 무의식 상태나 자포자기, 아니면 무의식적 자포자기에 빠져 청소년기를 거치고, 성인이 되고, 늙어버린다. 즉 각자는 유일하며, 동시에 모든 인류에 속하며, 곧 전 인류적 존재이다. 고민, 절망, 공포가 수십억 인류에 공평히 분배되었다면 훨씬 편했으리라. 그렇다면 우리의 고통은 모든 인류의 고통의 수십억 분의 일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한 개인의 죽음이 우주 전체의 붕괴를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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