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화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동경에서 서울로 오게 된다.


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은 마치 무덤, 구더기가 들끓는 무덤과도 같다.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지나치게 신경쓰며 공동묘지에 조상을 모실 수 없다는 형,

아들을 얻기 위해 첫째 아내가 멀쩡히 있음에도 또 아내를 맞는 형,

신교육을 받았지만 유부남에게 매달 지원금을 받는 여자,

일본어도 모르는데 괜히 머리를 깎았다가 큰일 날까봐 갓을 고수하는 사람들.



그들은 이미 공동묘지에 살고 있는데도 공동묘지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만세전을 예전에 읽었을 때는 냉소적이고 염증을 느끼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부어라, 마셔라, 조선인의 모습을 비난하면서도 이인화 역시 또 한 잔을 마시고 있다.



만세전

3.1 운동 한 해 전의 이인화는
3.1 운동 후 달라졌을까?



우리는 그때보다 더 나아졌을까?



3.1 운동이 이제 꼭 백 년이 되는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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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게도 나는 일은 노역이다.

우리는 그의 날개짓에서 자유만을 이야기한다.

도시의 부표 위에서 방향을 잃고 또 다시 날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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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정(無情)한 사람을 봤나.


주인공 이형식은 경성학교 영어 교사이다. 김장로에게 자신의 딸 김선형의 영어 과외를 부탁받아 그의 집에 다니고 있다. 선형의 과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어떤 여자가 그의 집을 방문했다.



그 여자는 박영채, 이형식의 은사(박진사) 따님이다. 박진사는 학교를 세워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불의의 사고로 감옥에 갇혀 종신형을 선고받고 굶어 죽었다. 이후 박영채는 친척집을 돌아다니다가 기생(계월향)이 되어 이형식을 찾아온다. 박영채가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형식에게 시집가라고 했기 때문에. 이형식도 그걸 알고 있어서 박영채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형식이 볼 때 박영채의 차림은 기생처럼 보인다. 그래도 결혼을 해야 할까? 다른 남자와 손을 잡고 그러진 않았을까? 아니, 그래도 내가 박영채를 구원해야 한다. 박영채가 무식하면 어떡하지? 예전에야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교육을 받았다지만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라면 곁에 두기가 영.



형식군. 김칫국 그만 마시게.
박영채를 기생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이형식은 그럴 돈이 없다. 영채도 그걸 알고 있다. 자신이 왜 기생이 되었는지 형식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정절을 지켰다는 이야기도. 그가 과연 믿어줄까해서.



영채는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을 구하기 위해 기생이 되었다. 돈을 마련해야 했고, 어린 영채는 자신이 가족들을 위해 희생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효라고 비난받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영채가 기생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크게 비난하며 절식 자살을 한다. 그리고 이어 오라버니들도 자살을 한다. 이어 영채는 평양에서 유명한 기생이 된다. 언젠가는 형식과 결혼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정절을 지킨 채. 그러나 이런 영채를 노리는 무리들이 있으니, 영채는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이후 영채는 평양, 대동강에서 뛰어 내려 자신의 더러워진 몸을 던져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기차에 오른다. 그리고 영채는 떠나면서 형식에게 편지를 남긴다. 형식은 당연히 영채를 찾아 평양으로 가게 되지만 만나지 못한다.



평양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형식은 학교에서 자신에 대한 소문(기생을 따라 평양까지 갔다는 것)을 듣는다. 형식에게 있어 학교는 자신의 전부였는데, 학생들 앞에서 더 이상 수업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자신을 비웃는 학생들 앞에서 어떤 수업을 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던 형식에게 마침 좋은 제안이 들어오는데. 그것은 선형과 약혼한 후 미국으로 함께 유학을 보내준다는 것. 형식 입장에서는 완전히 땡큐. 안 그래도 형식은 박영채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절을 잃은 여자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중이었으니까. 박영채보다는 차라리 김선형을 택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상황에서, 선형이와 약혼하면 미국 유학을 공짜로 보내준다니.




그 사이 영채는 기차에 올라 자살을 하러 가는 도중 신여성인 김병욱을 만난다. 병욱과 대화하는 도중 자신이 자살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병욱은 기겁을 한다. 영채는 형식을 사랑하는가? 아니다. 아버지가 결혼하라고 했으니까 따르는 것뿐이다. 병욱은 낡은 사상은 버리고 참생활을 가지라고 한다. 그래서 영채는 이제 새롭게 살기로 하고 병욱과 함께 일본으로 유학을 가기로 한다.



자, 이제 유학을 결심한 네 명이 모였으니.
이형식, 김선형, 박영채, 김병욱이 무려 한 기차에서 만나게 된다. 삼각관계의 대면. 긴장감이 고조되는데,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기차가 멈추게 된다.



병욱이는 수재민을 위한 자선 음악회를 제안한다. 형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힘들고 불쌍하게 살고 있는 이유가 문명이 없어서, 그렇다면 우리는 문명을 배워야 하고 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과학!! 갑자기 나머지 세 명은 이에 크게 감명을 받고 이들의 갈등도 해결이 된다.



이형식은 모순적인 인물이다. 근대적인 의식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의 정절을 중요시한다. 자유연애를 주장하지만 과연 진정으로 그가 선형을 사랑하는가? 선형이의 성격도, 기호도, 취미도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다만 부자이고 신여성이라는 점, 아직까지 정절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영채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낄 뿐.



선형도 마찬가지이다. 신교육을 받았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정한 약혼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아버지가 시켰으니 당연히 해야 한다고 믿는다. 원래 선형은 운명적인 만남을 꿈꾸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한 후 우연히 남자를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는 것. 선형에게 교육이나 영어는 자신을 더 고상하게 만들어 줄 그 무엇에 지나지 않았다.



영채는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스스로의 힘이라기보다는 병욱에 의한 깨달음이며, 아직도 수동적인 부분이 남아 있다.




사랑이, 교육이, 한 인간을 그리고 한 나라를 구원할 수 있을까?



내가 많이 배우면 나라가 자연히 강해지고 평화가 찾아오고 행복이 찾아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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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이런 짐승만도 못한’이라는 말을 쓴다. 또는 ‘개xx‘라는 욕설도 있고.
이런 짐승, 아니 동물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사람답지 않기 때문에.




시대적 배경은 을사조약(을사늑약) 이후, 힘 있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켜줄 누군가를 찾아 나섰고 그것이 당시 정부는 아니었다. 프랑스, 미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넘보고 있는 상황, 그들은 신사적이지 않다. 여러 동물들은 이와 같은 시대, 그리고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재미있는 점은 동물들의 속성과 연관된 한자성어도 함께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우는 호가호위(狐假虎威)를 이용해 사람들을 꾸짖는다. 다른 나라의 위세를 업고 자신의 힘을 키우는 사람들.
게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넘어가게 되었는데도 이를 모르는 사람들을 창자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
여러 동물들이 자신이 본 사람들의 모습을 차례로 이야기한다. 제목은 회의지만 논의를 하는 것은 아니고 연설에 가깝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나름의 해결책을 내놓는다.



하나님에게 회개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물론 나는 어떤 종교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종교는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주인공의 해결책이 과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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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어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청일전쟁도 아니고 일청전쟁이라니.


옥련이의 가족은 전쟁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어머니는 가족 모두가 잘못된 것으로 알고 자살하려다가 살아난다.


아버지는 이런 때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며 훌쩍 떠나게 된다. (물론 이것도 이상하다. 전쟁이 나서 온 가족이 생사를 모르게 되었는데 본인은 공부할 생각이 든다는 것이. 그것도 아내의 생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당하게 처가의 지원을 받아 외국으로 유학을 가다니?)


옥련이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줄 알고 일본에 가서 학교 다니면서 살게 된다.


그러다가 또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고 결국은 미국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일청전쟁이라는 단어도 단어이지만, 좀 황당했던 장면은 옥련이가 총에 맞았을 때 병원에서 나눈 대화.



청나라 총알을 맞았다면 독에 당해서 다리가 회복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천만다행으로 일제의 총알에 맞아 쉽게 회복될 수 있었다고.


일제를 찬양하다시피 한 부분이 나타나 의아했는데 이인직의 연보를 보고 납득이 갔다.


(1862년에 태어난 이인직은 신분적인 조건 때문에 과거에 응하지 못했다. 1900년 관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 동경정치학교에 입학했으며, 친일 단체 ‘일진회’에 관여하였다. 이후 이완용의 밀사자격으로 일본을 내왕했다.)



혈의 누, 라는 제목은 피눈물인 셈인데.



전쟁이라는 가혹한 시대에 처한 옥련이의 모습은 너무도 평화로워서 피눈물이라는 제목이 다소 어색하다.



과연 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옥련이는 그렇게 열심히 배워서 민족을 구할 수 있었을까? (사리사욕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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