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카 No.9
이은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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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따뜻하다. 세계의 비극과 인간들 사이의 거리도 이 따뜻함 속에 용해되고 만다. 이 따뜻함이 어떤 미덕일 수는 있겠으나 예리한 시선과 엄밀한 통찰을 제거하고 남은 상태에서의 잔여 감정이라면 섣불리 동조하기도, 공감하기도 힘들다. 몸은 백척간두에 있으되, 마음은 희한하게 비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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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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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트의 글은 지금은 아무도 잘 기억하지 않는 화석화된 사건들을 발굴하는 데 매달린다. 이 화석화된 사건이란 오늘날 우리와 별다른 접점이 없는, 그냥 구시대의 유물에 지나지 않은, 황성옛터라는 노래의 가사 만큼이나 아득한 과거의 시간대에 불과해 보인다. 저자의 비탄적 어조가 그저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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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가라지 세일 두 번째
김솔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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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온 소설집 중에서 가히 베스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여러 지식들의 짜깁기로 만드는 방식에 크게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빚어낸 소설의 내용이 자기 유희나 제스처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의 생생한 일상과 타락한 풍속을 잡아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야말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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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11-0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일종의 공학이라 생각한다면 적어도 이만한 클라쓰는 보여주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내기의 목적`이나 ˝소설 작법˝과 같은 소설은 빼어난 데 반해, ˝은각사˝나 ˝피그말리온 살인 사건˝과 같은 소설은 너무 난삽하다. 지식의 짜깁기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정작 소설이 갈 곳을 잃은 채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태춘 & 박은옥 -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박은옥 외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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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그의 이름을 잊고 있었다. 첫 트랙에 실린 '서울역 이씨'를 들으니 아, 하는 탄식이 나왔다. 변함 없는 목소리이긴 하되 이전처럼 분노를 극적으로 분출하기보다는 은둔자이자, 응시자로서의 고독과 슬픔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었다. 그는 시대와 맞서 싸웠지만, 아무것도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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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동공 문학과지성 시인선 368
박주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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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와 호형호제를 하면 딱 좋을 만한 시인이다. 말을 부리는 감각은 탁월한데 정작 그 말이 그려내는 풍경은 종잡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하다. 이러한 희미함은 하나의 독특한 개성이 아니라 시인이 가진 (시에 대한) 생각이 불분명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포즈는 잡지만 할 말은 빈곤하거나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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