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에른스트 블로흐 지음, 박설호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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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흐에 따르면 초기 성서의 가르침은 천상낙원의 약속이나 개인의 행복 극대화에 있지 않았다. 성서는 몫없는 자들의 단결이 지상에 복토를 건설할 것이며, 가진 자들의 횡포에 분연히 저항할 것을 가르쳤다. 기독교가 자본과 권력의 시녀가 된 지금, 강남 목사들이 X잡고 반성하며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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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용 소설
김민정 지음 / 실천문학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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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직하고도 독특한 작가이다. 여느 작가들이 타인을 그려낼때 연민의 그물(약자)이나 적대의 멍에(강자)를 씌운다면 이작가는 치밀한 응시를 통하여 나와 타인 사이에 있는 역설과 부조화의 지점을 잡아낸다. 뒷심이 부족한 단편이 더러 보이나, 잠재력과 가능성 또한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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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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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은 한강과 공선옥 사이를 맴도는 것으로 보인다. 약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튼실하게 확보되는 경우(공선옥) 작품은 성공하나 자기연민과 감상에 파묻히면(한강) 문장의 점도가 짙어져 간지러운 글이 된다. 실직강사의 생각과 일상이 실체감 엷게 다뤄지는 이 대상작은, 아무래도 후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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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읽어 본 한강의 책들은 "여수의 사랑", "채식주의자", "노랑무늬영원" 이렇게 세 권이다. 그리고 이번에 친애하는 벗인 곰곰발님에게 "내 여자의 열매"라는 단편집을 선물로 받아서 첫머리에 실린 '어느 날 그는'이라는 단편을 읽었다.

 

내가 보기에는 한강의 특장特長은 사물을 수려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내는 구체적 표현력과,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실어 나르는 서정적 문체이다. 한강은 서사를 분절하거나, 문장의 추상적/철학적 색채를 높이려는 (이른바) 실험적인 모습보다는 일상의 세목을 능숙하게 엮어서, 작가의 서정적 세계관을 최대한 감도 높게 보여주려는 (비교적) 전통적 작법에 충실한 편이다.

 

'어느 날 그는'은 범박하게 말해서 이렇다 할 자본도, '빽'도 없는 도시의 가난한 직장인 남녀들의 사랑과 파탄을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에서 한강의 강점이 드러나는 대목은 도입부로, 더위와 매연과 소음으로 찌든 도시의 고시촌 일대를 형상화한 부분이다. 한강은 주인공의 심리를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장기인 고도의 묘사력을 발휘해 그가 고독하고 불우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찬찬한 필치로 보여준다. 그다지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생동감과 사실감을 확보하려는, 작가 특유의 정직한 성실성은 바로 이런 데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서적 배달부(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지금 딱히 생각나지는 않는다)인 남자와 출판사 직원인 여자가 불화와 갈등을 겪고는 비극적 결별(남자는 여자에게 칼로 자상을 입힌다)에 이르는 중후반부의 상황은 어딘가 조리가 맞지 않는, 작위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삶의 세목을 그리는 데 충직했던 한강의 문장은 여기에 이르러 작가의 낭만적/관념적 인식을, 충분한 서사적 맥락 없이 반영하려드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만다. 예컨대 "채식주의자"에서도 그러했듯이, 한강은 작중 주인공이 채식적 삶을 지향하게 되는 서사적 동인과 상황을 그다지 설득력 있게 그려내지 못한다. 작가는 인물의 변화와 사건의 원인을 집요하게 붙들고 탐색하기보다는 착시(꿈, 상상 등)에 기반한 환상적 이미지를 양산하고, 작중 인물의 감상적 독백을 필요 이상으로 길게 나열하는 수법을 취한다. 그 결과 작중에서 애상과 허무의 정조는 도드라지지만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에 개연성과 신뢰성은 옅어지게 된다.

 

독자는 독서의 쾌감과 감동을 아직은 불완전하게 느끼는 중인데, 한강의 소설 속 어느 인물은 일찍부터 눈물을 흘리고, 어느 인물은 광기에 젖어서 칼을 휘둘러 애인에게 상해를 입힌다.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게 될 때, 작가의 소설에서 부쩍 늘어나는 것은 작위적 상황 설정과 과잉된 이미지들, '세상은 어두워', '우리는 연약해'와 같은 류의 진부한 독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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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은 등장인물의 심리와 맞물려 상황을 세밀화하는 데에는 성공하는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는 개연성 구축에서 항상 실패하게 됩니다. 관계를 설득력 있게 독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는 점이 엿보입니다. 관계에 대해 실패하게 되다 보니 당연히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하게 되고,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하니 모든 게 붕 떠버린 느낌이 들죠.

수다맨 2016-09-12 13:18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인물의 내면을 시각적 풍경으로 옮기는 수법(고진이 말했던 근대문학의 방법론은 이것이었죠)은 한강이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인물과 인물의 관계를 독자가 납득할 수 있게끔 설득력 있게 구축하느냐는 것인데 여기에서 한강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제가 위에서도 말했던 환상적 이미지들의 제출이나, 감상적 독백의 나열은 독자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사실상 딴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3:40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엉뚱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죠. < 어느 날 그는 > 이라는 단편도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뜬금이 없습니다. 과정이 생략된 결과만 보게 되니 감정이입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남자가 여자를 칼로 찔렀을 때 독자가 별다른 안타까움을 표출하지 못하는 것은 등장인물에게 공감을 하지 못할 뿐더러 이입도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래저래 실망스러운 단편이죠.. 솔직히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수다맨 2016-09-12 17:37   좋아요 0 | URL
초반에는 잘 나가다가 후반에 들어선 난조가 역력히 보였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저는 ˝채식주의자˝ 연작보단 이 작품이 조금은 낫더라구요. ˝채식주의자˝는 제가 말했던 한강의 단점들이, 좀 더 심화해서 나타난 작품으로 보입니다.

2016-10-22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6-10-22 14:55   좋아요 0 | URL
곰곰발님 서재에 댓글 남겼습니다. 이따가 5시에 뵙겠습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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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라발은 지나간 삶에 대한 회한을, 자신의 노동에 맺힌 눈물과 기쁨을, 세상에 남아있는 천진과 희망을 유려한 필체로 써낸다. 거장의 만년작은 문학에의 오마주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이러한 태도는 너무나 순정하기에 용납가능하다. 잊혀진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짧은 분량 안에서도 또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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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1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다맨 님 오늘 급벙개모임 함 어떻습니까 ?

수다맨 2016-09-10 15:31   좋아요 0 | URL
오늘이요? 어디서 몇시쯤 하실 예정이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혹시나 하고 남겼는데... 뭐, 만날 만나는 유진 식당 6시인데.. 모일 사람이 없으니 수다맨 님 사정에 따라...
수다맨 님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말씀해주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