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기, 괴물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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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바탕을 보여주는 단편집. 베스트극장에 나올법한 범박한 작품도 없진 않으나 이웃과 세계를 향한 온정과 슬픔을 간직한 몇몇 글들에선 광휘가 흐른다. 특히나 '세상의 모든저녁'과 '흔적'은 사회적 자의식을 잃지않은 노년의 작가가 도달한, 고결한 기품의 경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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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3-27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보았는데 유려하면서도 서정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그는 이제 ‘광주‘나 ‘‘황천‘이라는 시공간대에서 벗어나 좀 더 친근한(그러나 여전히 팍팍한) 일상과, 이웃의 세계에 마음을 기대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대기, 괴물‘과 같은 이른바 ‘예전 임철우식‘ 작품도 있기는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이 작품집에서 가장 완성도가 낮게 여겨졌다. 한국 역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월남전, 한국전쟁, 세월호 등등)을 한 인물의 일생에 녹여내는 방식을 취하는 작품인데, 장편으로 집필된 글이라면 모를까 중편이란 형식에 쓰인 수법으론 적절치 않아 보였다. 작가의 욕심과 서사의 흐름이 서로 맞지 않는데도 이 작품이 표제작으로 실린 이유는 아마도 작금의 시대적 분위기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휴먼 스테인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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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임에도 인종차별의 덫을 피해서 평생을 백인처럼 살았던 교수, 학대와 가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소부, 전쟁에 참전하고 알코올 의존증과 신경증에 시달리는 파병 군인, 한 사람의 삶을 가벼운 농담이자 추악의 결정체로 만드는 겉으론 문명대국이나, 속으로는 썩어문드러진 미국이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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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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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근작들은 단조롭다. ‘세상은 불가해하고 모순적 공간이다‘와 ‘인간은 밥먹고 살아가야한다‘라는 두 명제를 서사에 반복/강박적으로 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복/강박은 유치한 국뽕류 영화(˝국제시장˝)보다 더 나은 서사를 만드는 데는 일조하나 대가의 깊이를 획득하는 과정에선 걸림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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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2-10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 3개와 4개 사이에서 망설였지만 이만큼 묵직한 소설을 쓸 만한(다른 한편으론 여전히 작품 집필에 성실한) 대가가 이제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에 별 넷을 준다. 내가 보기에는 이 소설은 별 셋 반이 적당할 듯싶다.

김훈은 ‘인간은 형이상학(이념, 철학, 사명 등)을 논하기에 앞서 당장의 형이하학(감각, 식사, 번식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들이다‘라는 주제를 소설에 담으려 했으며 이러한 시도는 비교적 성공을 거둘 때(내가 보기에 김훈 소설의 최고 성취는 ‘화장‘과 ‘고향의 그림자‘,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이다)가 많았다.
그러나 김훈 소설은 또한 비판과 난관에 부딪칠 때도 있었다. 그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판은 ‘사회/역사/이념의 위의와 영향을 의도적으로 괄호치고 형이하학(밥벌이!)만의 의미와 가치를 반복 강조하는 소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딜 무렵에는 그만의 고유한 개성(감각적인 리얼한 묘사, 육하원칙에 기반한 극사실적 보고체 문장, 짧고도 리듬감을 주는 독특한 문체 등)이 작품들에 내재한 구조적 난점을 가려주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사회적 위치나 문학적 경력이나 중진(重鎭)의 위치에 올라서 있다. 그렇다면 지금껏 자신의 글이 가졌던 한계와 단점(예컨대 이념보다 밥과 몸이 우선이란 논리 또한 이념이 아닌가!!)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다음 작품에 대가답게 담아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소설에도 몇몇 역사적 사건들은 범인들이 알 수도, 간섭할 수 없는 일종의 초월적인 사건으로 규정 지으면서 인물들 다수는 감각과 음식과 혈육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ㅡ냉정히 말해서 김훈 소설속 캐릭터들은 신석기인 같다ㅡ을 드러내고 있다.

격동의 현대사와 관련된 스케일 넓고 디테일 치밀한 소설을 쓴 노력과 역량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이번 작품 또한 과거 작품들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2017-02-1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이념보다 밥과 몸이 우선이란 논리 또한 이념이 아닌가!!˝

말장난이라 봅니다.

수다맨 2017-02-21 13:24   좋아요 0 | URL
하고 싶으신 말씀이?

2017-02-26 02:4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인간의 모든 활동은 생존과 번식의 변주라고 보는 저로서는 밥과 몸은 이념 이상 것이라 봅니다. 아무리 화려한 언변을 장착해도 결국 사람은 이 몸뚱아리가 보내는 신호 앞에서는 예외없이 무너진다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밥과 몸만 쳐다보고 살자는 얘기는 아니구요.

p.s. 이렇게 말씀드려도 아마 제 말을 진화심리학적 이념(?)정도로 보시겠죠?


수다맨 2017-02-26 04:55   좋아요 0 | URL
제가 김훈의 소설/에세이에 대해서 말하고픈 것은 그는 ‘이념을 멀리해야 한다‘고 누차 말하면서도, 그의 글에 도리어 그만의 이념(이것을 형이하학이라고 부르건 먹고사니즘이라 부르건 간에)을 강력히 심어놓는 역설을 수시로 범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어느 이념의 낫고 후짐, 옳고 그름을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상술한 대로 김훈은 지금껏 자신의 글에서 역설적인 모습(이념을 소거해야 한다면서 거기에 다른 이념을 삽입하는 것)을 누차 보여주어 왔는데, 앞으로의 작품에서 이 난점을 어떻게 서사적/주제적으로 극복할 것이냐, 이것이 저의 관심사였습니다.

savedream 2020-12-1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알바 비슷한 이들이 많군요~하하하 그러나 우리부부는 김훈쌤의 영원한 펜ㅎ 모두들 자기의 입장에서 장문을 쓰시느라 고생 하시네요
 
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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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엘벡은 어느책에서 '유머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며, 인생은 사람의 마음을 부순다'고 쓴적이 있다. 나는 이것이 김애란 소설의 변화를 적실히 알려주는 말이라 본다. 따뜻한 유머(달려라 아비)가 비워진 자리로 무너진 생들을 진지하게 보려는 관찰자의 자세가 각 작품들에 비극적 무늬를 입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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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2-05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 작품들에서 보였던 명랑/재치/유머가 줄어들면서 누군가의 애옥한 삶을 톺아보려는 작가들의 글에서 볼 법한 진지/우울/애도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박하게 말하면 작가가 실험보다는 정통 작법을 지향하는 애늙은이가 된 것이고, 좋게 말하면 인생과 사회에 묻어 있는 비참의 중량을 자신의 작품에 운반할 줄 아는 솜씨가 제법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솜씨가 장편(˝두근두근 내인생˝)이나, 최근작(‘침묵의 미래‘)에도 이어져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별 하나를 깠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애란이 침묵의 미래라는 장편소설도 썼나요 ? 왜 난 까막득히 모르고 있었지 ??!

수다맨 2017-02-06 03:04   좋아요 1 | URL
‘침묵의 미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단편입니다 ㅎㅎㅎ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애란이 쓴 작품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미흡합니다. 작가가 일종의 쉬어가는 타임으로 쓴 단편이 아닐까 싶은데 ˝비행운˝에 실린 여느 단편들보다 저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더군요. 근데 하필 이 소설에 이상문학상이 수여되어서 어이가 좀 없었죠.
 
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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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작가라면 자신이 평생에 걸쳐 다뤘던 주제의 심화를 추구하는 만년작을 쓴다. 로스는 일흔이 되어서 '미국(인)의 병리와 모순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하고자 거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흑인, 유태인, 파병 군인, 문맹자 등 사회의 이방인들이 나오는 1부의 서사는, 박진하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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