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침대
김신용
지하도 구석에 구겨 박힌 몸뚱이 하나가 벌레처럼 꿈틀거린다
오늘도 숲 속의 너와집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뿌린 만큼 거두는 흙 속의 집을 짓고 있는 것일까?
그 꿈틀거림이, 낮게 자신을 성찰하는 자의 몸짓을 닮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에도 웃음을 보내주고
공원에서 날고 있는 비둘기에도 미소를 던져주는, 그 바람의 얼굴을 닯았다
자신이 흘린 땀방울이, 자신을 갉아 먹는
손톱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런 표정을 가지는 것일까?
그 땀으로 피워 올린 소금꽃이, 자신의 몸 속에 뿌리박아 그 몸속의 영양분을 다 빨아들여
꽃을 피우는 사체 기생식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런 얼굴을 가지는 것일까?
대낮부터 독한 술을 <찬물 한 그릇의 청빈>처럼 마시고
그 참담함을, 숲의 바람처럼 호흡하고 있는 꿈틀거림.
추위의 날카로운 비늘들이 돋아 있는 지하도의 콘크리트 바닥이
더 이상 딱딱하게 굳은 돌의 잠자리가 아니라는 듯이
덮고 있는 신문지 한 장으로 자신이 꿈꾸는 세계를 축조할 수 있다는 듯이
지하도 구석에 구겨 박혀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는 저 몸뚱이가 누워 있는 침대
신문지가 이불인,
그 신문지의 활자와 광고 사진들이 이불의 무늬인
침대,
다리가 길면, 긴 만큼의 다리를 잘라주는
다리가 짧으면, 몸통을 강제로 늘어뜨려 규격품으로 만들어 주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마취의 주사 바늘이 꽂힌 그 시멘트 침대에서의 달콤한 잠
혈관 속으로 젖어 흐르는 그 마비의 잠 속으로 빠져들어
자기 자신이 제 생의 척추를 갉아 먹는 이빨이었다는 듯이
쥐덫처럼 충혈된 도시의 불빛들이 자기 자신의 눈빛이었다는 듯이
복부(腹部)를 찢으며 지나가는 눈빛들도,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흐르는
그 모멸의 발자국도, 새들의 눈에 그려진 숲 속의 푸른 길처럼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