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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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을 지키려는 세력과 신앙을 믿으려는 이들이 갈등하는 국면 속에서 김훈은 자연 그대로, 도리와 순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의 터전인 흑산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세상의 진리란 말글이 아니라 난바다의 안개 속에서, 물고기의 아가미 속에서 피고 자란다는, 불립문자의 경지를 이 책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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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9-1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출세작이 ˝칼의 노래˝라면 김훈의 만년작은 ˝흑산˝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김훈은 이 한 편의 작품을 쓰고자 수많은 고전을 통독하고 펜끝을 날카롭게 벼렸을 것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희망 없음, 말글의 들뜸과 덧없음, 위선과 가식으로 버무려진 세속을 떠나서 순리대로 살아가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의 보수적/허무적/재귀적 사상이 이 한편에 고도의 필력과 묵중한 서사로서 드러나 있다.
근년에 출간된 ˝공터에서˝보다 최소 두 배는 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김훈이 앞으로 내놓을 작품(들)은 ˝흑산˝의 테두리 안에서 멀리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