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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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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것들이 두 개(폐허가 된 세상, 부자간의 애정)나 겹쳐 있는데도 글에서 광휘가 넘친다. 언뜻 차가운 듯하면서 고도의 열기를 지닌 문장력과, 간결섬세한 묘사력이 작품의 바탕을 이룬 덕택이다. 한움큼의 감상도 허용하지 않고 희망을 말하는 솜씨는 만년의 대가가 도달한 높은 경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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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6-2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문장만 가지고 압도당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다 떠나서 그냥 문장 자체만 가지고 압도당하는 소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율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수다맨 2015-06-26 20:21   좋아요 0 | URL
한국 소설은 감상 과잉의 신파(신경숙)로 가던가, 아니면 냉혹한 하드보일드(과거 편혜영)로 치닫을 때가 많은데, 이 소설은 그런 단점과 거리가 무척이나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겉보기에 굉장히 차가운 문장인데 그 안에 온기를 담을 줄 아는 내공을 작가가 지녔다고 해야 할까요. 확실히 거장이 이래서 거장인가 봅니다.

5DOKU 2015-06-2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는 사람은 담담한데 읽는 사람은 정념 과잉에 휩싸이게 되는 이상한 책이었습니다.

수다맨 2015-06-26 20:23   좋아요 0 | URL
바로 이런 게 고수의 솜씨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괜히 폼을 잡지도 않고, 그렇다고 징징거리지도 않는데 독자를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대단했습니다. 아주 훌륭한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7 05:52   좋아요 0 | URL
제가 뭔만하면 소설 2번 연속으로 읽는 경우는 드문데 이 작품은 진짜 다 읽고 나서 다시 읽었네요... 말씀하신대로 기름기를 쏙 빠진, 물에 끓인 닭가슴살인데 맛은 치킨처럼 풍부하다고나 할까요.

수다맨 2015-06-28 13:42   좋아요 0 | URL
외양은 담백한데 속은 풍성하다는 비유가 적격입니다 ㅎㅎ 이만한 문장력을 가지기까지 작가가 얼마나 많은 수련과 경험을 했을지 상상이 안 가네요. 반면에 이만한 묵시록이 한국 소설에서 보기 힘들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돌궐 2015-06-2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봤는데 매카시가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먹을 것을 찾아다닐 정도로 힘들었었다고 하더군요. 이 소설에서 보이는 생존투쟁의 리얼리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처절할 정도로 공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다맨 2015-06-28 13:45   좋아요 0 | URL
아버지셨군요^^
옮긴이의 후기를 보고 있노라니 매카시가 궁핍과 은둔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네요. 그러면서 대학 강연도 마다하고, 다른 작가들과 친분을 쌓지도 않고 오로지 쓰기에만 열중한 삶을 살았으니 참으로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