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대소 - 박코치가 장담하는 대한민국 소리영어
박정원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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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전 서면 지하도에서 길안내를 묻는 중국 관광객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었다. 지도를 보여주면서 서면 지하상가를 묻는 것이다. 그 곳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되는 곳이었다. 분명 알아는 들었는데 답하기가 아주 곤란했다. 바로 옆이지만 지하상가는 제법 긴 구간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명하기가 참 곤란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주는 언어가 있다면 단연코 영어일 것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 가정주부에 이르기 까지 배우고는 싶은데 번번이 좌절하게 만드는 영어. 내 학창시절만 해도 중학교부터 시작해서 무려 6년을 배웠지만 앞에서와 같이 외국인 앞에 서면 그 흔한 말 한마디 못하고, 벙어리가 되어 버린다.

  나 역시 매년 초가 되면 영어를 다시 공부하기로 작심하고 시작을 하지만 번번이 좌절하고 만다. 독학만으로는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원에 등록해서 배워볼 생각도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포기해버린다. 역시 나에게 영어는 인연이 없다고 결론내면서 말이다.

  그런데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박코치가 장담하는 대한민국 소리영어' 줄여서 『박장대소』라는 책이다. 영어 어학연수 한번 가보지 않고 공부해서 학원 강사가 되었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청강생을 보유하고 있다는 박정운(박코치) 강사가 쓴 책이다. 

  이 책은 영어교재가 아니다. 문법을 이야기 하거나,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다만 영어를 배우려면 어떤 각오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덤으로 영어 공부를 꿈을 이루는 과정으로 여기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습관과 자신감을 이야기 한다. 일명 '영어형 인간'이 되는 법이다.

  책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포기하면서 둘러대는 여덟 가지 변명을 말한다. 바빠서, 돈이 없어서, 너무 어려워서, 이 사회가 나를 너무 몰라줘서, 머리가 나빠서, 나이가 많아서, 친구랑 멀어져서, 이렇게 사는 것이 내 팔자라면서, 참 여러 가지다. 그런데 저자는 책을 통해서 말한다. 그래서 어떻다는 건데? 바빠도 시간을 만들 수 있고, 돈 없으면 독학하면 되고, 영어가 어렵다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당신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며, 영어도 못하면서 좋은 회사 취직을 바라는 것이 맞느냐고 되묻는다. 또 머리가 나쁘면 학습시간을 늘려 해결하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학습으로 인해 멀어지는 친구라면 사귈 가치가 있느냐,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는 시도도 해보지 않고 그러지 말란다. 참 고개가 숙여지는 내용이다. 

   박코치가 제안하는 영어 학습방법은 크게 세 가지. 발음 훈련, 문장체화 훈련, 그룹 스터디가 바로 그것. 이 세 가지 훈련을 700시간 정도하면 기본적으로 귀가 뚫리게 된단다. 그리고 1000시간이 되면 완전한 '영어형 인간'에 도달한다고 한다. 하루 1시간씩 훈련하면 무려 3년이 걸리는 긴 숨이다. 물론 학습시간을 늘리면 기간도 단축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결국 매일 꾸준한 훈련을 통하지 않고는 영어를 정복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대신 효과적인 학습법과 긍정적인 사고로 대처해 나갈 것을 주문한다.

  책은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축사로 마무리 짓는다. 이는 책에 포함되어 있는 CD에 동영상이 수록되어 있으며 컴퓨터에 설치하고 실행하면 멋진 박코치의 해설 강의로도 들어볼 수 있다.

  그랬다. 무엇이든 치열하게 미치지 않으면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교훈은 비단 영어뿐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영어를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다는 사실을 깨치기 위해 10년씩이나 공들인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영어를 정복하는 꿈을 성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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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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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바보존은 있다.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가장 순수하고 가식이 없는 그런 청정 영역이 우리의 뇌 속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거대한 바보 두 분이 계셨다. 고인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로 그 주인공. 물론 김수환 추기경님이야 내가 근접할 수도 없을 만큼 위대한 분이시니 덧붙일 말이 필요 없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대통령에 여당까지 과반 이상을 만들어 주었지만 자신의 말처럼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할 '국가보안법' 조차도 없애지 못했다. 그래서 바보라는 의미는 내게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본래 차동엽 신부님은 <무지개 원리>로 유명해지신 분이다. 그런 분이 이번에는 '바보'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 바보의 특성 12가지를 가지고 블루칩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면서 말이다.  


  신부님이 책을 통해 밝히는 12가지 바보 블루칩은 다음과 같다.  


   1. 상식을 의심하라. 2. 망상을 품으라, 3. 바로 실행하라, 
   4. 작은 일을 크게 여겨라, 5. 큰일을 작게 여겨라, 6. 미쳐라, 
   7.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8. 황소걸음으로 가라, 9. 충직하라, 
  10. 투명하라, 11. 아낌없이 나누라, 12. 노상 웃으라

  책에는 '클레멘트 코스'라는 노숙자 지원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얼마 전 상륙했으며, 노숙인 들에게 <빅이슈>라는 잡지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노숙자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그 다음 무언가'를 추구할 수 있다는 통념을 과감히 뒤집었다. 그런 통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죽었던 사람이 부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하마드 유누스라는 경제학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어느 날 대부분의 방글라데시인들이 먹고 살기 힘든 삶을 사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은행에 가서 왜 그들에게 대출을 안해주는지에 대해 묻는다. 은행에서는 당연한 답이 나온다. 담보가 없다는 이유란다 그런데 유누스는 이해가 가지 않아 결국 자신이 직접 은행을 설립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은행이 '그라민 은행'이다. 담보도 없고, 보증도 필요 없고, 대신 최고 대출액은 150달러 미만이다. 이렇게 해서 대출해 준 돈이 무려 98%에 이르는 회수율을 보인다. 이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래서 바보가 필요한 거다. 그라민 은행은 이 공적으로 2006년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쉬울 듯 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바보가 되는 일이다. 신부님의 설명에 따르면 바보도 여러 종류가 있단다. 진짜 바보와 가짜 바보. 그리고 가짜 바보는 자율적인 바보와 타율적인 바보. 그중에는 바보인 척하면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얄미운 바보도 있단다. 

  얼마전 지식채널에 실렸던 고 장기려 박사님의 이야기가 트위터를 타고 날아온 적이 있었다. 무능력한 의사, 바보로 불렸던 의사 장기려 박사님. 그래 이런 숭고한 바보가 있기에 인생은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의 화두는 ‘정의와 도덕’이었다. 그런데 ‘바보’로 옮겨가는 양상이 조금씩 나타나 보인다. 어쩌면 정의와 도덕에 대한 실망감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절대 ‘바보’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자.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바보라는 말을 들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승리는 사랑하는 자에게 있습니다."  - 승산 장기려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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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파워포인트 2010 회사통 현장밀착형 입문서 시리즈
이희정.전미진 지음 / 한빛미디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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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회사든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이용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는 싶은데 잘 안되죠. 그래서 여기저기 물어보지만 만족할 만한 답을 구하기도 힘들죠. 다들 오피스 프로그램을 배우려고 책을 한 두 권 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만, 막상 실전에 써먹을려면 책만 가지고는 힘들죠. 책에 있는 내용을 이용해서 응용을 해야하기 때문이죠.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한빛미디어에서 출판된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 파워포인트 2010>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책은 오피스 프로그램 중에 가장 활용도가 높은 엑셀과 파워포인트 두 프로그램을 배우는 책으로 한 권으로 나왔지만 바깥 표지만 벗기면 두 권으로 나눌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로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적이겠죠. 또 책의 표지를 보면 이 책의 집필의도가 고스라니 드러납니다.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기능을 실무 예제를 통해 배우고 당장 써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거죠. 그래서 엑셀의 경우 견적서, 각종 현황표 등 회사에서 많이 사용되는 서식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각종 팁이나 요점 정리 등은 대부분의 책에서 비슷하게 다루기 때문에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다른 책들과 차별되는 부분만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색인부가 책의 앞부분에 배치된 점입니다. 제목도 <빠르게 찾는 기능형 목차>입니다. 이 책의 집필 의도가 나타나죠. 특정 기능을 먼저 배우고 싶어 하는 독자나, 일하다 막힐 때 책에서 해답을 찾는 독자들을 배려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전체적인 배치입니다. 보조 화살표와 말  풍선을 사용하여 화면을 보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드래그를 하고, 무엇을 클릭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표현한 점입니다. 이는  꼭 동영상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게 편집되어 있습니다(집필할 때 고생 많이 하신 것 같네요). 프로그램을 처음 사용해보는 사람이라도 아무 불편 없이 실습을 통해 기능을 배울 수 있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돋보이는 부분은 웹 오피스와 스마트 폰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분입니다. 오피스라이브닷컴(http://office.live.com)이나 구글닥스(http://docs.google.com)를 통해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파일을 열어 편집하고, 또 이를 웹상에 저장합니다. 이를 다시 다운받아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물론이죠. 웹상 편집이 가능하다는 것은 여러 사람이 같이 일을 하는 협업도 가능하다는 이야깁니다. 책의 설명대로 한 번만 따라해 보면 금방 배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을 살펴보았습니다. 피벗테이블을 다루는 부분과 조금 낮은 단계지만 매크로를 다루는 부분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이 책 한 권만이라도 제대로 내것으로 만든다면 원하는대로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권합니다. 2010버전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처음 접해보는 분들이나 서식을 조금만 변경해도 스트레스를 받던 분들, 그리고 기초부터 다시 실력을 다지고 싶어 하시는 분들, 이 책으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벗어버리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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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의 유토피아
김영종 지음, 김용철 그림 / 사계절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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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의 유토피아』는 프레시안에 ‘김영종의 잡설’로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총 33회에 걸쳐 연재된 내용을 일부 순서만 약간 바꿨을 뿐 대부분 내용 그대로 책으로 펴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앞서 출간된 <헤이, 바보예찬>의 주석서 격이란다. 에라스무스의 <우신 예찬>을 현대의 글로 다시 썼다고는 하지만, 읽으면서 많이 난해했던 기억이 난다.


책은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파브르의 곤충기>중 양의 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개미의 몸 속에 들어가 뇌를 장악하는 간디스토마 기생충 코만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개미 속에 들어간 유충 중 아기 코만도 한 마리가 개미의 턱을 여닫는 신경 근처에 자리 잡고 개미의 뇌를 통제하며, 매일 저녁이 되면 양이 좋아하는 식물의 꼭대기에 올라가 양이 먹어주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아침이 되어 코만도가 개미의 뇌를 놔주면 개미는 정상으로 돌아가 다른 개미들과 어울린다. 저자가 굳이 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아기 코만도가 개미의 뇌를 낮 시간이나마 놔주기라도 하지만 현대문명은 우리에게 그런 자비조차 베풀지 않기 때문에 개미보다 더 비참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애니미즘의 이야기다. <시턴 동물기>로 유명한 시턴이 쓴 <인디언의 복음>이라는 책을 인용한다. 한 사람의 백만장자와 백만 명의 거지를 만드는 현대문명은 실패했으며, 늦게나마 자연과 소통 했던 인디언의 메시지가 옳았음을 고백한다. 사실 미국의 역사가 서구 기독교문명을 앞장세워 ‘빛과 진리의 이름’ 아래 1억 명이 넘는 아메리카 인디언을 학살한 역사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유토피아는 어떤 사회일까? 처음 유토피아를 주창한 토마스 모어가 추구한 유토피아는 섬뜩하지만 지금의 미국과 너무도 흡사하다. 미국 사회가 사회주의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만 빼고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유토피아는 허구이며 이를 갈망하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것은 틀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왜 진보라고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내 놓는다. 덧붙여 수구세력이 건재한 이유와 뉴라이트가 나타난 현상까지도 밝힌다.


저자는 사회주의적인 이상을 찾는 진보를 향해 일갈을 던진다. 맑스와 엥겔스가 쓴 자본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틀렸다는 것. 그것은 바로 노동시간의 개념인데, 모든 노동자는 같다는 전제, 즉 ‘인간의 동일성’을 출발선상에 두고 시작하는 것이란다. 이는 사람마다 다 개성이 다른데 이를 동일시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제 자체가 오류라는 거다. 또 산업자본주의가 취하는 여러 가지 방식들을 진보진영에서 그대로 따라한다는 지적은 나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념 - 비판 - 대안 - 토론 - 계획 - 실천 이러한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용산참극과 파우스트’ 부분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나봇의 포도원’의 내용도 그렇지만 파우스트가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고 그곳에 살고 있던 노부부를 희생시키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죽기 직전 황제에게 하사받은 해안지대를 매립해서 그 곳에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인류애 가득한 계획을 세웠지만, 그 계획에 방해가 되는 노부부의 오두막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라고 악마 메피스토에게 명령을 했고, 악마 메피스토는 이주명령을 완강히 거부하는 노부부의 오두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불이나 노부부가 희생되어 버리는 것. 저자의 말에 따르면 어떤 행위든 정당한지 아닌지는 진실의 정당성, 합리적 정당성, 기술적 정당성 이렇게 세 가지를 통해 따진단다. 그런데 용산참극에 대입하면 뉴타운 건설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도 될 만큼 중요한 사업이었는가 하는 내용은 진실의 정당성에 해당되는 중요한 이야기지만 논의된 적도 없을뿐더러 무의미한 것으로 방치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과잉 철거라는 기술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합리적 정당성으로 우기는 거다. 어쩌면 집단체면에 걸려 우리가 묵시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한다. 세상을 바꿀 기회는 아직도 있다는 거다. 그러면서 강력하게 경고한다. 마지막 남은 기회라는 것. 그리고 이를 놓쳐버리면 종말임을 경고한다. 지구촌의 운명은 전 세계가 ‘인디언보호구역’의 감시체제에 놓일 것이고, 사회의 운명은 조지오웰의 <1984>의 감시 체제하에 놓일 것이며, 개인의 운명은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벌레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유토피아는 환상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착찹하다. 그리고 책 속에 많은 책들이 소개되었는데 그중 몇 가지 책은 꼭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과 관련이 있는 책이지만 아직 출간이 안 되었을 것으로 분류되는 <심씨부녀전>이라는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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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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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잘 알려진 교활한 방법이다. 바로 이 방법에 스미스의 코스모폴리티컬 독트린과 동시대 위대한 정치가 피트의 코스모폴리티컬 경향, 그리고 이후 피트의 정치적 후계자들의 비밀이 담겨 있다.
 

  보호 관세와 항해규제를 통해 다른 국가들이 감히 경쟁에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산업과 운송업을 발전시킨 국가의 입장에서는 정작 자신이 딛고 올라온 사다리(정책, 제도)는 치워 버리고 다른 국가들에게는 자유 무역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걸어왔고 뒤늦게 자유 무역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참회하는 어조로 선언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일은 없을 것이다.


- 리스트의 <정치경제의 국민적 체계>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석학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니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와 동 시대에 살았던 경제학자 리스트가 주장한 내용이다.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지기론의 붕괴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준 것이 그리 얼마되지 않았다. 그동안 신자유주의와 신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지적한 분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충격이 올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었다.

  사실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 사는 우리는 신자본주의(New apitalism)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차이를 대부분 모른다. 비슷한 이름이지만 전혀 다른 두 용어의 차이는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해야겠다. 대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두 용어의 차이는 극복하기를 바란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오늘날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이 과거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을까 하는 부분이다. 흔히 중상주의나 자유방임주의 등 여러가지 경제 정책들이 각 나라마다 다르게 시행되었지만 이를 명확하게 정리해준 책이 없어 아쉬웠지만,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읽는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

  자유방임주의라고 이야기 했던 선진국들의 모든 경제정책이 결국은 보호 관세, 수출 보조금, 간접적 임금 지원, 유치산업 보호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이루어졌음에도 선진국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자유무역을 소리 높여 외쳤던 것이다. 그리고 그 외침에 동참했던 것이다.

  최초로 자유무역을 주창한 영국은 보호관세와 유치산업으로, 그리고 미국은 리스트가 지적한대로 산업을 키웠기에 살아 남을 수 있었다는 것. 이밖에도 보호관세와 다양한 정부 주도사업을 통해 국내 산업을 키워준 독일, 자유방임의 대표자로 거론되었지만 2차 대전이후 강력한 국가 개입정채을 추구했던 프랑스, 보호관세와 관민 합작을 활용한 스웨덴, 강압에 밀려 불평등조약을 체결하였지만 적극적인 정부 주도의 산업화 정책으로 선진국이 된 일본. 많은 현재의 선진국들이 역사적으로 밟아온 과정은 그들이 지금 이야기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IMF나 IBRD 등을 통해 경제 침략을 하면서 요구하는 바람직한 제도들 - 민주주의와 건전한 관료주의, 독립적 사법권, 재산권 보호, 투명한 시장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와 금융기관 - 이 선진국에 정착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순간 멍해지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그랬다. 결국 서두에서 인용했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열한 방법으로 선진국들은 자기들의 이권을 위해 과거 자신들이 사용했던 방법이 나빴다고 후회한다는 거짓말로 호도하면서, 자유무역이 대안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지금도 보호무역을 가동하면서 말이다.

  정말 책을 통해 선진국들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제도들이 정착된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에서 아동 노동이나 노동 시간 등 몇 가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참정권이나 저작권에 대한 내용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그런 나라가 지금의 선진국이라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흔히 워싱턴 합의로 대변되는 제한적 거시경제정책, 국제 무역 및 투자 자유화, 민영화와 규제 폐지의 논리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이 모든 것이 자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세계에서 달러를 찍어내는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화폐를 찍어낸다는 것은 찍어낸 만큼의 빚을 만든다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가 과거 IMF 사태를 맞은 것은 외환시장에 돌아다니는 원화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음을 아는 사람은 안다.

  사실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내가 제안해서 독서토론하기로 한 책인데, 아쉽게도 행사가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경제의 역사를 통해 선진국들이 과거 어떤 방법으로 부강할 수 있었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아직 안 읽었다면 꼭 읽기를 권한다. 경제를 보는 관점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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