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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누구에게나 바보존은 있다.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가장 순수하고 가식이 없는 그런 청정 영역이 우리의 뇌 속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거대한 바보 두 분이 계셨다. 고인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로 그 주인공. 물론 김수환 추기경님이야 내가 근접할 수도 없을 만큼 위대한 분이시니 덧붙일 말이 필요 없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대통령에 여당까지 과반 이상을 만들어 주었지만 자신의 말처럼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할 '국가보안법' 조차도 없애지 못했다. 그래서 바보라는 의미는 내게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본래 차동엽 신부님은 <무지개 원리>로 유명해지신 분이다. 그런 분이 이번에는 '바보'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 바보의 특성 12가지를 가지고 블루칩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면서 말이다.
신부님이 책을 통해 밝히는 12가지 바보 블루칩은 다음과 같다.
1. 상식을 의심하라. 2. 망상을 품으라, 3. 바로 실행하라,
4. 작은 일을 크게 여겨라, 5. 큰일을 작게 여겨라, 6. 미쳐라,
7.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8. 황소걸음으로 가라, 9. 충직하라,
10. 투명하라, 11. 아낌없이 나누라, 12. 노상 웃으라
책에는 '클레멘트 코스'라는 노숙자 지원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얼마 전 상륙했으며, 노숙인 들에게 <빅이슈>라는 잡지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노숙자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그 다음 무언가'를 추구할 수 있다는 통념을 과감히 뒤집었다. 그런 통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죽었던 사람이 부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하마드 유누스라는 경제학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어느 날 대부분의 방글라데시인들이 먹고 살기 힘든 삶을 사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은행에 가서 왜 그들에게 대출을 안해주는지에 대해 묻는다. 은행에서는 당연한 답이 나온다. 담보가 없다는 이유란다 그런데 유누스는 이해가 가지 않아 결국 자신이 직접 은행을 설립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은행이 '그라민 은행'이다. 담보도 없고, 보증도 필요 없고, 대신 최고 대출액은 150달러 미만이다. 이렇게 해서 대출해 준 돈이 무려 98%에 이르는 회수율을 보인다. 이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래서 바보가 필요한 거다. 그라민 은행은 이 공적으로 2006년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쉬울 듯 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바보가 되는 일이다. 신부님의 설명에 따르면 바보도 여러 종류가 있단다. 진짜 바보와 가짜 바보. 그리고 가짜 바보는 자율적인 바보와 타율적인 바보. 그중에는 바보인 척하면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얄미운 바보도 있단다.
얼마전 지식채널에 실렸던 고 장기려 박사님의 이야기가 트위터를 타고 날아온 적이 있었다. 무능력한 의사, 바보로 불렸던 의사 장기려 박사님. 그래 이런 숭고한 바보가 있기에 인생은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의 화두는 ‘정의와 도덕’이었다. 그런데 ‘바보’로 옮겨가는 양상이 조금씩 나타나 보인다. 어쩌면 정의와 도덕에 대한 실망감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절대 ‘바보’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자.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바보라는 말을 들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승리는 사랑하는 자에게 있습니다." - 승산 장기려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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