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대인심리학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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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과 불교는 인간의 내면을 중시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불안과 집착으로 부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래서 젊은 스님이 <불교 대인 심리학>이라는 책을 펴냈다는 것이 어색하지가 않다. 인간이 번뇌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아마 불교가 다른 종교와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참선을 통해 번뇌에서 해방되고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다른 종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흔히 세계적으로 많은 신도를 가진 종교 중에는 그렇지 않나 생각된다.

  이 책은 불교의 색깔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게으르고 교만함을 나타내는 만(慢)은 욕망이고 충동이었다. '본래의 나'와 '꾸며진 나' 사이에서 방황하다 결국 인간이 빠질 수밖에 없는 탐(貪, 욕망) 진(瞋, 화) 치(癡, 무지, 어리석음)의 삼독. 그리고 여러 가지 유형의 번뇌가 만들어지는 메카니즘을 말한다. 결국 '꾸며진 나'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존재감에 의문을 품게 되고 방황하게 된다는 것.

  저자는 책을 통해 해답을 제시한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스스로에게 솔직해 지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솔직해 지는 훈련을 통해 내적 성숙을 이루고, '꾸며진 나'를 '자아'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버리라는 것. 즉 '무아'를 통해 자유를 찾기를 유도한다. 결국 '꾸며진 나'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극을 통해 만들어진 허상인 탓이다. 그렇지 못해 '꾸며진 나'에 계속 집착하다 보면 부정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불교라는 용어가 들어가는 책을 접하다 보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책 <불교 대인 심리학>은 그런 선입견을 단번에 해소해 버린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귀여운 만화와 삽화가 그렇고, 불교 교리를 설명하는 책이 아닌 자기계발서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쩌면 저자가 젊은 스님으로 일반 신도와 소통하려고 좌선을 주재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기에 더 재미있었나 보다. 그동안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꾸며진 나'를 앞세워 오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런 꾸밈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이 진정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참선이나 명상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아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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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잃은 날부터
최인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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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괴물 속에 갖힌 청춘 남여의 사랑 이야기. 사랑하는 사이에 직업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마는 이 소설과 같이 해커이자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준성과 모델인 서진의 만남이 조금 어색하다고 느꼈다. 해커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책의 표지에 조각나 있는 거울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대를 잃은 날부터』라는 제목은 또 무슨 암시를 주는 것일까 생각하면서 읽기를 시작한 소설. 그런데 거울에 대해서는 의문이 풀렸다. 방 가득히 둘러싸고 있는 거울은 모델로 출세하기 위해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서진을 가두는 감옥이었다. 그러면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란 말이지? 그것은 아마도 소설 속의 두 청춘이 서로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번짐이 아닐까?

  한방주의가 만연해 있는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진이 바라는 삶 역시 한방주의였다. 그러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여자 서진. 비열한 욕망의 화신들인 감독 육정수와 한호섭에게 농락당하면서도 달라지지 않는 자신을 바라보며 언젠가 이루고 말 한방주의를 기대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 깊은 나락에 빠져들 뿐이었다. 결국 준성의 순수함에 자신의 잘못된 삶을 버리지만 그 순간 마약사범이 되어버리고 만다.

  톱 모델이나 화려한 영화배우로 간택받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은 바람피는 것과 다르겠지만 같이 동거하고 살고 있는 연인이 그렇게 하고 다니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준성과 서진은 서로를 잃을까 두려워한다. 언젠가는 헤어질 것이라는 걸 알기에 어쩌면 서진이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르는 척하며 같이 지내는 생활을 연장하고픈 것이었다. 결국 거울 감옥이 아닌 진짜 감옥으로 인해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되었고, 서진과 준성 사이에는 막막한  기류가 흐른다. 잊으려고 하는 서진과 잊지 않으려는 준성. 이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단숨에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작가는 사람이 아무리 부도덕하다해도 진정 그 사람을 사랑해 줄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싶어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잔잔한 감동을 준다. 깊어가는 가을, 메마른 정서에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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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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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오랜만에 마누라랑 영화구경을 했다. 반니(http://www.banni.kr/)에서 인기책장에 뽑혀 선물받은 영화예매권으로 같이 보기로 한 것인데, 사실 요즘 상영되는 영화가 어떤 것들이 있는 지 몰라서 그냥 마음대로 영화를 골랐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롯데시네마 사상점의 상영작을 살펴보았는데, 딱히 뭘 보아야 하고 어떤 영화가 재미있었다는 등의 주변의 권유가 없었던 터라 과감하게 <부당거래>를 예매했다. 밤 늦은 9시 55분에 시작하는 영화였다. 

  영화는 우리나라 권력을 싸고도는 검, 경찰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준다. 검찰과 경찰이 조폭이나 재벌과 그렇고 그런 사이를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다. 

  주변에 온갖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던 주인공 최철기(황정음 배역)형사는 결국 자신의 주변을 옥죄는 권력에 항복하고 만다. 그리고는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조폭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재벌과 엮인 검사와 조폭과 엮인 경찰의 기싸움은 애시당초 영화제목이 말해주듯 <부당거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한 없이 어눌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있고 권력에 대항하는 이미지로 비춰지던 최철기형사는 결국  어눌한 만큼 원칙을 가지지 않았다. 재벌의 더러운 일면을 밝혀 법의 심판을 받게한 것이 어쩌면 자기 자신을 위한 쇼엿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수사를 통해 연쇄살인범을 검거하는 것이 아닌 특정인의 범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경찰 수뇌부의 은밀한 지시로 말이다.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다만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들이 각자 자신의 케릭터에 집중하는 것은 좋았지만 시나리오 자체가 야간 일부 오버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보면서 약간 예상은 했지만 결말부분에 가서는 허탈한 느낌도 든다. 

  충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지기에 끝나고 나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돋보인다.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것 같다. 




 








  오랜만에 마누라랑 영화구경을 했다. 반니(http://www.banni.kr/)에서 인기책장에 뽑혀 선물받은 영화예매권으로 같이 보기로 한 것인데, 사실 요즘 상영되는 영화가 어떤 것들이 있는 지 몰라서 그냥 마음대로 영화를 골랐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롯데시네마 사상점의 상영작을 살펴보았는데, 딱히 뭘 보아야 하고 어떤 영화가 재미있었다는 등의 주변의 권유가 없었던 터라 과감하게 <부당거래>를 예매했다. 밤 늦은 9시 55분에 시작하는 영화였다.

 

  영화는 우리나라 권력을 싸고도는 검, 경찰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준다. 검찰과 경찰이 조폭이나 재벌과 그렇고 그런 사이를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다.

 

  주변에 온갖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던 주인공 최철기(황정음 배역)형사는 결국 자신의 주변을 옥죄는 권력에 항복하고 만다. 그리고는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조폭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재벌과 엮인 검사와 조폭과 엮인 경찰의 기싸움은 애시당초 영화제목이 말해주듯 <부당거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한 없이 어눌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있고 권력에 대항하는 이미지로 비춰지던 최철기형사는 결국  어눌한 만큼 원칙을 가지지 않았다. 재벌의 더러운 일면을 밝혀 법의 심판을 받게한 것이 어쩌면 자기 자신을 위한 쇼엿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수사를 통해 연쇄살인범을 검거하는 것이 아닌 특정인의 범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경찰 수뇌부의 은밀한 지시로 말이다.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다만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들이 각자 자신의 케릭터에 집중하는 것은 좋았지만 시나리오 자체가 야간 일부 오버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보면서 약간 예상은 했지만 결말부분에 가서는 허탈한 느낌도 든다.

 

  충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지기에 끝나고 나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돋보인다.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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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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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그림은 오른쪽에 못생긴 난쟁이 여인만 환하게 강조하고 있다. 무슨 의미일까? 얼굴이 정말 못 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잘생긴 남자 이야기. 못 생겨서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는 여자.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잘생긴 인기배우를 아버지로 둔 주인공. 하지만 아버지는 가정을 버리고 떠났고 남은 가족은 슬픔과 절망 속에 살아가는데, 주인공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두 사람,그녀와 요한. 세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분명 처음에는 사랑이 아닌 일상으로 시작되었고, 동정심이 사랑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밟는다. 그리고는 반전이 이루어지는데... 

  전반적으로 기본적인 글쓰기의 형식을 과감히 탈피한 부분은 약간 충격적이다. 시적 표현 같기도 하지만 한 어절이 강제로 나눔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재미난 상상을 하게 된다. 언어의 유희. 우리말인데도 우리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더 기발한 것은 주인공 '나'와 '그녀'의 대사를 따옴표 없이 색깔로 구분한 것. 파랑색과 분홍색으로 구분한 이것도 일종의 형식 파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속의 소설 형식도 마찬가지다. 참 재미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오래 전에 토론되었던 책이었는데 당시 뒷부분을 조금 남겨둔 채로 계속 방치하고 있다가 문득 눈에 보여 마저 읽게 되었다. 그래서 막바지 기막힌 반전을 보면서 역시 소설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아 소설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조금 색다른 소설을 읽는 묘미랄까..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한 가지.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Trout(송어) 라는 곡이 있다. 분명히 나는 학창시절에 숭어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게 숭어가 아닌 송어란다. 숭어는 바다에 사는 어류이고 송어는 민물에 사는 어류라 분명히 다른 어종이란다. 이런 어이없는 일은 일제의 잔재와 음악인들의 무관심이 있기에 가능했단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잘못 번역한 것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금까지 사용한 것이다. 뭐 그래도 내년(2011년)에 각급 학교에 적용되는 모든 음악교과서는 정확한 표기로 고친다고 하니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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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리퍼블릭 - Orange Republic
노희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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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사람은 변하지만 바뀌지는 않는다. 세상은 바뀌지만 변하지 않는다. 변치 않는 세상 속에서 변해가는 게 인생이고, 바뀌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는 게 정치였다. -p268








  '오렌지족'이란 부잣집의 자녀로 태어나 부모가 이룬 부를 마음껏 누리면서 사치와 향락 등을 일삼으며 사는 젊은이들을 말한다. 부정적으로 지칭하던 말이지만 당시 일부 또래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 말이었다. 1990년을 배경으로 소위 '야타족'의 유래가 된 젊은이들. 얼핏 지금은 사라져 없어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낑깡족'이라는 용어는 알고 있었지만 '감귤족'이나 '탱자족'은 처음 듣는 용어다. 당시를 살았던 작가가 자라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용어이기 때문에 적었을 테지만 그래도 생경하다. 강남 원주민에게는 '감귤족', 신흥 졸부로 강남에 들어온 외래종 '오렌지족', 그리고 강북출신으로 강남을 동경하던 '탱자족'.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이지만 읽는 내가 오히려 학창시절로 돌아간듯한 기분이 든 소설이었다. 

  왕따로 살다가 왕따를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렌지족 집단에 들어간 주인공이 고삐리 3년을 살았던 이야기다. 왕따로 시작해서 벗어나기 성공을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면서 결국 다시 왕따가 되는 이야기.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임을 쉽게 알게 된다. 

  죽순이, 빠순이, 뚜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듣기 민망한 과감한 욕설이 난무하지만 그렇다고 읽기 불편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고삐리 시절에는 그런 단어들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노갈, 병신, 입술, 짐승, 거머리, 지랄 등으로 불리는 등장인물들이나 저 유명한 어린 학생들의 몰카 '빨간마후라'가 나오기 전에 이미 그런 작품들을 만들었다는 고삐리들. 특히 문제를 저지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담임선생을 곤경에 빠트리는 것을 보면 영악함을 넘어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 못지않다고 생각된다. 

  나는 7, 80년대를 걸쳐서 고삐리 시기를 지냈다. 그 당시는 '오렌지족'이라는 계층이 없었다. 그래서 책을 통해 말로만 듣던 나보다 10년 정도 어린 '오렌지족'의 생활을 살짝 엿보는 것은 조금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곳곳에 비유적인 표현들이 감칠맛이 나고 시원시원하게 읽혀지는 것이 색다르다.  

  고등학교 시절은 우정과 사랑을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적은 나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기억하고픈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20년 전의 학창시절로 사실감 있게 되돌아가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이렇게 소설을 통해 되돌아 볼 기회를 갖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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