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리퍼블릭 - Orange Republic
노희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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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사람은 변하지만 바뀌지는 않는다. 세상은 바뀌지만 변하지 않는다. 변치 않는 세상 속에서 변해가는 게 인생이고, 바뀌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는 게 정치였다. -p268








  '오렌지족'이란 부잣집의 자녀로 태어나 부모가 이룬 부를 마음껏 누리면서 사치와 향락 등을 일삼으며 사는 젊은이들을 말한다. 부정적으로 지칭하던 말이지만 당시 일부 또래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 말이었다. 1990년을 배경으로 소위 '야타족'의 유래가 된 젊은이들. 얼핏 지금은 사라져 없어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낑깡족'이라는 용어는 알고 있었지만 '감귤족'이나 '탱자족'은 처음 듣는 용어다. 당시를 살았던 작가가 자라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용어이기 때문에 적었을 테지만 그래도 생경하다. 강남 원주민에게는 '감귤족', 신흥 졸부로 강남에 들어온 외래종 '오렌지족', 그리고 강북출신으로 강남을 동경하던 '탱자족'.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이지만 읽는 내가 오히려 학창시절로 돌아간듯한 기분이 든 소설이었다. 

  왕따로 살다가 왕따를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렌지족 집단에 들어간 주인공이 고삐리 3년을 살았던 이야기다. 왕따로 시작해서 벗어나기 성공을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면서 결국 다시 왕따가 되는 이야기.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임을 쉽게 알게 된다. 

  죽순이, 빠순이, 뚜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듣기 민망한 과감한 욕설이 난무하지만 그렇다고 읽기 불편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고삐리 시절에는 그런 단어들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노갈, 병신, 입술, 짐승, 거머리, 지랄 등으로 불리는 등장인물들이나 저 유명한 어린 학생들의 몰카 '빨간마후라'가 나오기 전에 이미 그런 작품들을 만들었다는 고삐리들. 특히 문제를 저지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담임선생을 곤경에 빠트리는 것을 보면 영악함을 넘어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 못지않다고 생각된다. 

  나는 7, 80년대를 걸쳐서 고삐리 시기를 지냈다. 그 당시는 '오렌지족'이라는 계층이 없었다. 그래서 책을 통해 말로만 듣던 나보다 10년 정도 어린 '오렌지족'의 생활을 살짝 엿보는 것은 조금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곳곳에 비유적인 표현들이 감칠맛이 나고 시원시원하게 읽혀지는 것이 색다르다.  

  고등학교 시절은 우정과 사랑을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적은 나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기억하고픈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20년 전의 학창시절로 사실감 있게 되돌아가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이렇게 소설을 통해 되돌아 볼 기회를 갖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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