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이라는 긴 제목의 소설을 읽었다. 로맹 퓌에르톨라라는 작가가 쓴 책인데 책 표지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자면 5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상하고 DJ, 작곡가, 마술사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고 지금은 국경 담당 경찰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40세에 불과한 나이지만 프랑스, 스페인, 영국 오가며 무려 31차례에 걸쳐 이사를 했단다. 이 책의 배경도 자신의 현 직업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긴 제목만큼이나 기대가 되었던 책이다.


 


  소설은 인도 고행자 파텔이 이케아 최신 못 침대를 사러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하여 이케아 매장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택시기사는 귀스타브라는 집시인데 욱하는 성격에다 초행길 손님을 보면 바가지를 씌우는 고약한 사람이다. 사실 파텔은 고행자가 아니다.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신기한 마술이나 눈속임으로 자신이 영적인 능력을 가졌다고 속여 왔다. 이번에 못 침대를 사기 위한 비용도 모아서 줄 정도로 순진한 마을 사람들이다. 파텔이 가지고 있는 건 100유로짜리 한쪽만 프린터 된 위조지폐 한 장, 앞뒤가 같은 50센트 동전, 마술 소품인 여섯 조각난 선글라스가 전부다. 이케아 매장으로 택시를 타고 가지만 택시비가 있을 턱이 없다. 택시비는 고무줄이 달린 위조지폐로 내고 다시 잡아당겨 회수한다. 무임승차인 셈이다. 그런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귀스타브에게 표적이 된 우리의 주인공 파텔. 이케아 매장에서 자신이 구매하려 했던 못 침대는 하필이면 매장에 없어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고, 가격 또한 100유로가 넘는다. 결국, 이케아 매장에 숨어 하룻밤을 지내려고 했던 파텔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사람들로 인해 옷장에 숨는데, 하필이면 이 옷장이 영국으로 배달되는 바람에 원치 않은 영국행이 옷장에 갇힌 채 시작되는데 ……


 


  소설의 묘미는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역시 들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된 점도 있지만, 이야기를 흐름에 맞게 짧게 끊어놨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이 쉽게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설정이 참 재미있다. 이케아 매장이 인도에 없어 파리까지 직접 찾아가는 것도 그렇고, 처음에 옷장 안에 갇혀 트럭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여행용 가방 안에 직접 들어가기도 하고, 열기구나 배가 동원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수단에서 온 밀입국자 비라지 일행을 등장시켜 밀입국자를 추방하는데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이고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가능한 한 멀리 보내려는 영국 정부의 정책을 꼬집기도 한다. 세계적인 여배우 소피 마르소가 등장하는 것도 작가의 재미있는 상상이다. 주인공 파텔이 개과천선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잠시 나왔다 사라지는 조연일 뿐이다.


 


  못이 박혀있는 침대를 본 적이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역시나 마땅한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요즘에는 못 침대에 누워 수행하는 고행자가 별로 없는 듯하다.


 


  사람 사는 곳이 불평등한 것은 어디에 가든 있는가 보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파텔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밝힌다.


  어째서 누구는 모든 게 풍성한 곳에서 태어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걸까? 모든 걸 가진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건 왜일까? 누구는 사람답게 사는데, 누구는 그저 입 다물고 죽을 권리밖에 가지지 못한 걸까? 왜 불행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늘 같은 사람들이어야 할까? -82p


  책을 덮으며 이 책을 번역한 양영란 씨가 남긴 다음 글이 이 소설을 잘 설명해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네 인생이란 원래 그렇다. 침대를 사러 왔다고 해서 침대만 구입하고는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떠나온 곳으로 곧장 돌아가게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최선을 다해 계획은 세우지만,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애써 세운 계획은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낯설기만 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지 않는가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엎치락뒤치락의 반복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279p


  역자의 표현처럼 문명의 세계에서는 원시인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주인공 파텔의 엉뚱한 모험에 휩쓸려 좌충우돌,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속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이케아 옷장에 들어가면 된다. 아니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경험을 같이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2 - 실천편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2
이와이 도시노리 지음, 황세정 옮김 / 까치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에 비해 2권은 ‘실천편’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또 만화의 주인공이 1편에서 유카리의 경쟁자이자 동료인 루이로 바뀌었다. 1편 끝에서 루이는 해외진출을 앞두고 유카리에게 진지하게 사귈 것을 제안하고 1년 뒤에 유카리가 루이가 있는 두바이로 찾아가서 승낙하는 장면이 나왔다. 2편은 두 사람이 결혼했고 두바이로 간 지 3년 뒤에 국내로 돌아와서 과장으로 승진까지 했지만, 전편보다는 결점투성이로 나온다. 물론 사내 여러 사람과 갈등 속에서 다시 아들러가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지는 점은 1편과 다들 점이 없다. 대신 1편이 비교적 아들러 심리학의 큰 줄기를 다뤘다면 2편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덧붙이자면 아들러 사후에 추가된 부분도 포함된다는 사실이 흥미를 부른다.


 


  제일 먼저 거론하는 것이 아들러 심리학을 생활에 직접 활용하기 위한 일곱 가지 발상이다. 이는 아들러 심리학의 진가가 실천을 통해 발휘되었음을 뜻하기도 한다.


 


  물론 이 일곱 가지가 모두 아들러 심리학의 ‘용기 부여’와 ‘공동체 감각’을 실천하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서는 존경과 신뢰, 협력과 공감 네 가지가 필요함은 1편에서 배웠다.


 


  생활 양식을 구체적으로 여러 유형으로 나누는 것도 2편에 처음 등장한다. 크게 욕심쟁이 유형, 어린아이 유형, 인간기관차 유형, 자기억제 유형, 흥미탐구 유형, 안락추구 유형으로 나눈다. 물론 책에 따르면 이 중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복합된 복합적 유형도 있다. 완벽주의자 유형, 수완가 유형, 피플 플리저 유형을 말한다. 


 


  책은 각 유형의 특징은 물론 대처법도 알려준다.   


 


  감정을 다스리는 법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다행이 책에는 열등감이나 초조, 불안감과 공포 등을 다스리는 방법이 소개되었다.


  2편이 ‘실천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는 책을 구성하는 각종 진단지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이나 타인의 생활양식은 물론 감정 또는 열등감을 진단하는 양식도 있고, 주장성과 용기 부여 등 다양한 진단이 가능하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진단하면 실천하기가 한결 쉬워질 것은 당연하다.


 


  살다 보면 언제나 용기가 나는 날만 있을 수는 없다. 누구나 기운 빠지는 날은 있기 마련이다. 책에서는 이를 ‘먹구름 가득한 날’로 비유한다. 이런 날을 대비해 저자가 알려준 지혜로 끝을 맺고자 한다. 제목만으로도 그 의미가 통하기에 아래에 인용한다.


  첫 번째 지혜, 좋은 멘토를 가져라.

  두 번째 지혜, 진정한 낙관주의를 선택하라.

  세 번째 지혜,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가져라. -22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1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1
이와이 도시노리 지음, 황세정 옮김 / 까치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지식 탓에 심리학이라면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구스타프 융’만 알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많은 사람들 사이에 ‘아들러 심리학’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나도 그런 유행에 따라 아들러가 누구인지 궁금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결과가 나를 또 한 번 좌절하게 한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 그리고 분석심리학의 개척자 융과 더불어 ‘심리학의 3대 거장’ 중 한 분이라는 사실이다. 역시 배움은 끝이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심리학과 같은 인문학을 전문가의 지도 없이 읽기에는 부담이 많이 간다. 이론을 체계화하기 위해 많은 전문용어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난해한 설명이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인문학 서적에 따로 해설서가 존재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 역시 다양한 해설서가 나왔지만 단연 나를 유혹하는 책이 있었다. 바로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이라는 책이다. 책 표지 안쪽 면에 있는 저자 이와이 도시노라岩井俊憲의 약력을 보면 모르기는 해도 ‘아들러 심리학’에 정통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책은 만화와 해설 두 갈래가 병행되어 진행된다. 먼저 이 만화의 주인공이자 고베의 유명 베이커리에서 최근 가맹점 관리인으로 승진한 마에지마 유카리의 직장생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통해 ‘아들러 심리학’을 만화로 풀어낸다. 그런 뒤 만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을 쉽게 글로 해설하는 방식이다.


 


  만화의 줄거리는 주인공 유카리가 우연히 창고를 정리하던 중에 뜻밖의 사진을 찾게 된다. 아들러가 부인과 찍은 사진인데 이 사진을 찾던 유령 아들러가 나타나 유카리에게 그 보답으로 자신이 만든 아들러 심리학을 가르쳐 주기로 하고 유카리에게 붙는다. 이후의 이야기는 점장들과의 갈등, 경쟁 관계에 있는 동료와의 갈등이 전개된다. 물론 아들러 유령이 유카리 옆에서 이런 갈등을 아들러 심리학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담긴다.


  책에 따르면 ‘아들러 심리학’은 프로이트나 융과는 많이 다르다. 이 책에서는 이를 원인론과 목적론으로 설명한다. 현재의 잘못된 것은 과거의 원인 때문이라는 것이 원인론이라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도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의 의사가 담겨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풀어서 미래 지향적으로 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목적론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전체상은 그렇게 하기 위한 ‘용기 부여’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 감각’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즉 상대역이 있는 심리학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직접 적용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아들러는 용기를 꺾는 대표적인 유형으로 지나치게 높은 목표의 설정, 달성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지적, 그리고 인격의 부정 등 세 가지로 꼽았다. 너무 높은 목표의 설정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불쾌감을 조성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받고 서로의 인간성을 부정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지극히 쉽다. 상대방을 존경하고 신뢰하며,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상대의 생각에 공감하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임에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를 용기를 발휘하는 네 가지 핵심이라고 말한다.


 

  

  먼저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가 기본이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고 때로는 똑같은 눈높이에서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예를 보면 무슨 의미인지 바로 느껴진다.


 


  타인에게 용기를 부여하는 방법에서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우리는 종종 장점보다는 단점을 언급하고, 가점주의가 아닌 감점주의를 택한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해 좌절하기도 한다. 특히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용기를 꺾는 일만 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자기반성이다.


 


  심리학을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풀어낸 것이 참 인상적이다. 아들러를 ‘용기와 희망의 사도’로 평가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면 직장생활을 하는 나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투영된다. 아쉬움도 생긴다. 이 책을 진작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책 읽는 방법이 이채롭다. 그냥 읽는 방법, 만화만 보는 방법, 글만 읽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예습, 학습, 복습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들러 심리학을 배웠다는 것이 무엇인지 저자가 밝힌 다음 말이 의미심장하다.


  아들러 심리학의 내용을 이해하고 ‘연대감과 유대감’을 뜻하는 ‘공동체 감각’을 익혀서 자신과 타인에게 ‘용기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면, 비로소 아들러 심리학을 배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관하면 보인다
신기율 지음, 전동화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관直觀이란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다. 이성이나 감각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의미를 깨치는 것이니 어쩌면 타고나거나 고도로 훈련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나 달인이라 할지라도 직관이 있다는 표현을 할 수 없는 것을 보면 직관이 아무에게나 있는 것은 아님은 틀림이 없다.


 


  <직관하면 보인다>는 책은 얼핏 보기에 직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 같은 책이다. 그런데 아무리 책을 읽어봐도 직관할 방법을 알려주는 부분은 없다. 단지, 저자 스스로 경험했던 것을 공유할 뿐이다.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방법이기도 하다.


  책은 어떤 의미에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자신의 아내와 교제하는 과정에서 이야기하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다. 싱겁게 먹는 것도 그렇고 인공조미료나 인스턴트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 그렇다. 이런 조치가 자연과 동화되기 위한 몸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건강 장수를 위한 방법과 똑같다. 


  책에 따르면 저자가 직관에 눈을 뜨게 된 것 중 가장 강렬하게 느낀 것은 여섯 번째 수경신守庚申이 끝나던 날 새벽이었다. 수경신은 도가에 뿌리를 둔 유서 깊은 수행법으로 경신일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 유래가 참 재미있다. 도교에서 우리 몸속에 있는 상시, 중시, 하시라는 벌레인 삼시충 때문이란다. 정신을 교란시키고, 식욕을 자극하고, 야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벌레가 각각 상시, 중시, 하시다. 우리를 악의 구덩이로 몰아넣는 일을 하는데 우스운 것은 우리가 잠든 사이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고자질한다는 거다. 대신 삼시충은 매일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경신일에만 올라간단다. 그래서 경신일에 잠을 자지 않으면 얘들이 옥황상제에게 고자질하러 갈 수가 없어 내가 옥황상제에게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유래다. 정말 재미있는 설정이다. 다행히 경신일이 60갑자가 주기라 두 달에 하루만 자지 않으면 된다.


 


  갓난아기가 비가 오는 것을 맞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그래서 나 역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았는데 사실이다. 아이의 투레질이란다. 비가 오기 전 저기압이 형성되면 공기 중에 산소량이 줄어들어 숨쉬기가 불편해서 푸-푸- 하는 투레질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아이가 자연의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동의보감>에 나온 우리 몸의 장기들에 대한 설명 역시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심장은 행복한 마음을 다스리고, 폐는 우울한 마음을 담당한다. 간은 공격적이고 분노하는 마음인 반면 비장은 생각을 주관하고, 신장은 공포를 주관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장기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는 기본적인 기능이고 서로의 기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뜻밖의 내용도 있다. 우울에 대한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우울을 병으로 여기지 않는다. 기쁨과 슬픔, 분노, 사랑과 같은 감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만히 두면 저절로 자정작용을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지만, 우울증을 겪고 있는 집사람을 둔 입장에서는 공감하기가 어렵다.


 


  악플러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일부 공감은 하지만 그 사람들 역시 스스로 자기학대를 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점이 다르다. 악플이 부정적이고 사회적으로 배척해야 할 것이라면 제도적으로 해결책을 내는 것이 맞다. 그것을 감성이나 이성에 호소하는 것은 이미 실효를 잃었다.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니콜라 테슬라가 1904년에 했다는 말이 더 충격적이다.


  “이 기계는 사람들이 각자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간단한 장치로 세계 각국의 뉴스와 특별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원거리 전화와 원거리 영상으로 마치 얼굴과 얼굴을 맞댄 것과 다름없이 교신할 것이며 사람들은 윗옷 호주머니에 그 TV 전화기를 넣고 다닐 것이다.” -88p


  위 글이 스마트폰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에 나왔다는 말인데, 정말 무서운 직감이 아닐 수 없다.


  직관이 뛰어난 사람이 되면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이 없어 한편으로는 아쉽다. 먹는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수경신이라는 수련법이라도 건졌으니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물론 내 몸과 소통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담한 생각 밥상 - 박규호의 울림이 있는 생각 에세이
박규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이 있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를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시쳇말로 '적자適者‘가 아닌 ‘적는 자writer’가 생존生存한다는 의미로 말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때에 따라서는 후자가 더 맞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


  36년간 한전인으로 살아오면서 그동안 직장인으로 느꼈던 고민과 해외 주재원 생활 등을 책으로 정리한 사람이 있다. 박규호 한국전력공사 국내 부문 부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 그가 펴낸 책은 <소담한 생각 밥상>이다. ‘박규호의 울림이 있는 생각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저자가 자기계발을 위해 거쳤던 많은 과정, 그리고 강의 노트는 물론 독서 카드와 스크랩한 글 등이 포함했단다. 저자는 책을 펴낸 동기가 참 흥미롭다. 그동안 생각해 왔던 여러 주제를 신나게 요리하고 싶어서라는 것인데 제목에 ‘밥상’이란 용어가 등장하는 이유다.


 


  책은 7장으로 나눴다. 평소의 생각은 애피타이저로, 경영과 관련된 내용은 경영요리로, 그리고 한국전력공사와 관련된 내용은 회사요리로 내온다. 이어 우리나라 사회와 관련된 저자의 견해는 한국요리로,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각각 일본요리와 중국요리로 배치했다. 디저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부분으로 앞서 못다 한 이야기도 다룬다.


 

 

 


  책은 어떤 특정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 않기에 읽는 데 크게 부담은 없다. 대신 공감이 많았던 부분과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가지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자녀와의 소통이 어려울 때 문자를 하면 된다는 저자의 견해가 새롭다. 생각해 보니 나도 아이들과 대화보다는 문자로 소통한 것이 더 많았다.


 


  우문현답이라는 고사성어를 음만 차용해서 ‘리의 제는 장에 이 있다’라는 말로 정리한 것도 공감이 간다. 업무 파악을 넘어 ‘업무 장악’을 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혁신革新의 원래 의미가 죽간竹簡을 묶었던 가죽을 바꾼다는 뜻인 것은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저자의 질책처럼 본연의 의미도 모르고 사용했다니 부끄러웠다.


  인생은 ‘B to D’인데 그 가운데 수많은 ‘C'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말은 정말 멋진 말이다. 창조creativity, 변화change, 도전challenge, 기회chance, 호기심curiosity, 능력capability, 경력career 등이 모두 그 중간의 C인 점이며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창조라는 데도 이견이 없다.


 


  2014년도 취업 관련 키워드로 선정된 ‘전화기 vs 문사철’도 생소한 용어로 흥미를 끌었다.


 


  우리나라 교육이 리더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공장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은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책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아직도 취업을 위해 스펙에만 관심이 있는 현 교육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밖에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여러 가지 있는데, 일부 글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중략) 또한 이 교수님에 따르면 우리가 사람의 성미를 표현할 때 쓰는 ‘고약하다’라는 형용사의 어원이 사람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세종대왕 당시에 형조 참판과 대사헌을 지낸 고약해高若海, 1377~1443라는 신하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강단이 있었는지 눈을 부라려 세종을 쳐다보는 것은 차라리 귀여운 것이었고, 보란 듯이 회의 도중에 나가 버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81~82p


  전봇대. 전기회사에 오래 근무하다 보니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전보가 별로 사용되지 않아 지금은 ‘전기대’나 ‘전주’로 부르는 게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전기가 전보보다 한 해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모두들 전봇대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회사 선배로부터 전해 듣고 아쉬워한 적이 있다. -141p


  (중략) 참고로 뷔페는 불어로, 원래 그 음식은 바이킹 해적들이 먹던 방식이다. 음식을 따로 차리기 어려운 좁고 길쭉한 그들의 해적선 특성상 음식을 넣은 통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먹는 것이 뷔페의 시작이니 바이킹으로 부르는 게 맞는 표현 같기다 하다. -253p


  (중략) 그도 그럴 것이 과거 가장 큰 화투회사였던 닌텐도가 세계 게임 산업을 주도하고 있을 정도로 변신을 하였으니 말이다. -263p


  우리에게는 책을 읽고 깨우친다는 의미의 ‘공부’가 중국어에서는 이소룡의 정무문이나 소림사 영화 등에서 익숙한 ‘쿵푸工夫’이다. 즉 육체적 단련에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우리의 공부에 해당하는 어휘는 ‘니엔수念書’이다. 잘은 모르지만, 글을 생각한다는 니엔수가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295p


  책을 덮으니 유독 가슴에 남는 부분은 율곡 선생이 지은 <자경문自警文> 가운데 있다는 “공부는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는다”라는 구절이다. 8월부터 6개월간 인재개발원에 교육받을 예정인데, 오십이 넘은 나이이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