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한 생각 밥상 - 박규호의 울림이 있는 생각 에세이
박규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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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이 있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를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시쳇말로 '적자適者‘가 아닌 ‘적는 자writer’가 생존生存한다는 의미로 말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때에 따라서는 후자가 더 맞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


  36년간 한전인으로 살아오면서 그동안 직장인으로 느꼈던 고민과 해외 주재원 생활 등을 책으로 정리한 사람이 있다. 박규호 한국전력공사 국내 부문 부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 그가 펴낸 책은 <소담한 생각 밥상>이다. ‘박규호의 울림이 있는 생각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저자가 자기계발을 위해 거쳤던 많은 과정, 그리고 강의 노트는 물론 독서 카드와 스크랩한 글 등이 포함했단다. 저자는 책을 펴낸 동기가 참 흥미롭다. 그동안 생각해 왔던 여러 주제를 신나게 요리하고 싶어서라는 것인데 제목에 ‘밥상’이란 용어가 등장하는 이유다.


 


  책은 7장으로 나눴다. 평소의 생각은 애피타이저로, 경영과 관련된 내용은 경영요리로, 그리고 한국전력공사와 관련된 내용은 회사요리로 내온다. 이어 우리나라 사회와 관련된 저자의 견해는 한국요리로,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각각 일본요리와 중국요리로 배치했다. 디저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부분으로 앞서 못다 한 이야기도 다룬다.


 

 

 


  책은 어떤 특정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 않기에 읽는 데 크게 부담은 없다. 대신 공감이 많았던 부분과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가지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자녀와의 소통이 어려울 때 문자를 하면 된다는 저자의 견해가 새롭다. 생각해 보니 나도 아이들과 대화보다는 문자로 소통한 것이 더 많았다.


 


  우문현답이라는 고사성어를 음만 차용해서 ‘리의 제는 장에 이 있다’라는 말로 정리한 것도 공감이 간다. 업무 파악을 넘어 ‘업무 장악’을 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혁신革新의 원래 의미가 죽간竹簡을 묶었던 가죽을 바꾼다는 뜻인 것은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저자의 질책처럼 본연의 의미도 모르고 사용했다니 부끄러웠다.


  인생은 ‘B to D’인데 그 가운데 수많은 ‘C'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말은 정말 멋진 말이다. 창조creativity, 변화change, 도전challenge, 기회chance, 호기심curiosity, 능력capability, 경력career 등이 모두 그 중간의 C인 점이며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창조라는 데도 이견이 없다.


 


  2014년도 취업 관련 키워드로 선정된 ‘전화기 vs 문사철’도 생소한 용어로 흥미를 끌었다.


 


  우리나라 교육이 리더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공장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은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책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아직도 취업을 위해 스펙에만 관심이 있는 현 교육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밖에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여러 가지 있는데, 일부 글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중략) 또한 이 교수님에 따르면 우리가 사람의 성미를 표현할 때 쓰는 ‘고약하다’라는 형용사의 어원이 사람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세종대왕 당시에 형조 참판과 대사헌을 지낸 고약해高若海, 1377~1443라는 신하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강단이 있었는지 눈을 부라려 세종을 쳐다보는 것은 차라리 귀여운 것이었고, 보란 듯이 회의 도중에 나가 버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81~82p


  전봇대. 전기회사에 오래 근무하다 보니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전보가 별로 사용되지 않아 지금은 ‘전기대’나 ‘전주’로 부르는 게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전기가 전보보다 한 해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모두들 전봇대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회사 선배로부터 전해 듣고 아쉬워한 적이 있다. -141p


  (중략) 참고로 뷔페는 불어로, 원래 그 음식은 바이킹 해적들이 먹던 방식이다. 음식을 따로 차리기 어려운 좁고 길쭉한 그들의 해적선 특성상 음식을 넣은 통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먹는 것이 뷔페의 시작이니 바이킹으로 부르는 게 맞는 표현 같기다 하다. -253p


  (중략) 그도 그럴 것이 과거 가장 큰 화투회사였던 닌텐도가 세계 게임 산업을 주도하고 있을 정도로 변신을 하였으니 말이다. -263p


  우리에게는 책을 읽고 깨우친다는 의미의 ‘공부’가 중국어에서는 이소룡의 정무문이나 소림사 영화 등에서 익숙한 ‘쿵푸工夫’이다. 즉 육체적 단련에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우리의 공부에 해당하는 어휘는 ‘니엔수念書’이다. 잘은 모르지만, 글을 생각한다는 니엔수가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295p


  책을 덮으니 유독 가슴에 남는 부분은 율곡 선생이 지은 <자경문自警文> 가운데 있다는 “공부는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는다”라는 구절이다. 8월부터 6개월간 인재개발원에 교육받을 예정인데, 오십이 넘은 나이이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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