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하면 보인다
신기율 지음, 전동화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관直觀이란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다. 이성이나 감각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의미를 깨치는 것이니 어쩌면 타고나거나 고도로 훈련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나 달인이라 할지라도 직관이 있다는 표현을 할 수 없는 것을 보면 직관이 아무에게나 있는 것은 아님은 틀림이 없다.


 


  <직관하면 보인다>는 책은 얼핏 보기에 직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 같은 책이다. 그런데 아무리 책을 읽어봐도 직관할 방법을 알려주는 부분은 없다. 단지, 저자 스스로 경험했던 것을 공유할 뿐이다.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방법이기도 하다.


  책은 어떤 의미에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자신의 아내와 교제하는 과정에서 이야기하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다. 싱겁게 먹는 것도 그렇고 인공조미료나 인스턴트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 그렇다. 이런 조치가 자연과 동화되기 위한 몸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건강 장수를 위한 방법과 똑같다. 


  책에 따르면 저자가 직관에 눈을 뜨게 된 것 중 가장 강렬하게 느낀 것은 여섯 번째 수경신守庚申이 끝나던 날 새벽이었다. 수경신은 도가에 뿌리를 둔 유서 깊은 수행법으로 경신일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 유래가 참 재미있다. 도교에서 우리 몸속에 있는 상시, 중시, 하시라는 벌레인 삼시충 때문이란다. 정신을 교란시키고, 식욕을 자극하고, 야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벌레가 각각 상시, 중시, 하시다. 우리를 악의 구덩이로 몰아넣는 일을 하는데 우스운 것은 우리가 잠든 사이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고자질한다는 거다. 대신 삼시충은 매일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경신일에만 올라간단다. 그래서 경신일에 잠을 자지 않으면 얘들이 옥황상제에게 고자질하러 갈 수가 없어 내가 옥황상제에게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유래다. 정말 재미있는 설정이다. 다행히 경신일이 60갑자가 주기라 두 달에 하루만 자지 않으면 된다.


 


  갓난아기가 비가 오는 것을 맞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그래서 나 역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았는데 사실이다. 아이의 투레질이란다. 비가 오기 전 저기압이 형성되면 공기 중에 산소량이 줄어들어 숨쉬기가 불편해서 푸-푸- 하는 투레질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아이가 자연의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동의보감>에 나온 우리 몸의 장기들에 대한 설명 역시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심장은 행복한 마음을 다스리고, 폐는 우울한 마음을 담당한다. 간은 공격적이고 분노하는 마음인 반면 비장은 생각을 주관하고, 신장은 공포를 주관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장기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는 기본적인 기능이고 서로의 기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뜻밖의 내용도 있다. 우울에 대한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우울을 병으로 여기지 않는다. 기쁨과 슬픔, 분노, 사랑과 같은 감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만히 두면 저절로 자정작용을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지만, 우울증을 겪고 있는 집사람을 둔 입장에서는 공감하기가 어렵다.


 


  악플러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일부 공감은 하지만 그 사람들 역시 스스로 자기학대를 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점이 다르다. 악플이 부정적이고 사회적으로 배척해야 할 것이라면 제도적으로 해결책을 내는 것이 맞다. 그것을 감성이나 이성에 호소하는 것은 이미 실효를 잃었다.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니콜라 테슬라가 1904년에 했다는 말이 더 충격적이다.


  “이 기계는 사람들이 각자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간단한 장치로 세계 각국의 뉴스와 특별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원거리 전화와 원거리 영상으로 마치 얼굴과 얼굴을 맞댄 것과 다름없이 교신할 것이며 사람들은 윗옷 호주머니에 그 TV 전화기를 넣고 다닐 것이다.” -88p


  위 글이 스마트폰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에 나왔다는 말인데, 정말 무서운 직감이 아닐 수 없다.


  직관이 뛰어난 사람이 되면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이 없어 한편으로는 아쉽다. 먹는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수경신이라는 수련법이라도 건졌으니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물론 내 몸과 소통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