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읽는 대인배 윤리학 해피스토리 지식 멘토 시리즈 1
하재근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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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 가정에 있는 TV를 없애버리는 부모가 많이 늘어났다. 이유는 하나다. 바보상자라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정부에서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편파적인 보도로 인해 사회를 읽는 올바른 관점을 세뇌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TV 속 드라마나 쇼 오락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통해 청소년들이 윤리학이라는 인문학을 소개하는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 해피스토리 지식 멘토 시리즈로 첫 번째 발간된 『TV로 읽는 대인배 윤리학』이 바로 그 주인공. 대중문화평론가이자 TV 대중문화에 관한 작은 이야기들이라는 블로그를 열어 지금까지 무려 2천600만 명이 다녀간 파워블로그 하재근님이 쓴 책이다.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가진 당당한 시민으로 살기를 바라면서 집필했다는 책으로,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인간이 행복하게 살려면 어떤 윤리의식을 가지고 삶에 임해야 하는 지를 방송에 나온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설명한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있다. 먼저 '배려하는 나'에서 관계를 통해 무엇을 배려해야 하는 지를 알아보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동체를 품은 나'에서 우리사회에서 뿌리 깊은 물질만능주의, 학벌우선주의, 외모지상주의 등과 같은 차별, 그리고 저급한 악플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물들여져 있는 찌질한 문화를 고발한다. 그리고 '행복한 나'에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같이 고민한다. 물론 앞의 두 파트를 정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실 드라마나 쇼 오락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은 나오는 등장인물을 보면 누가 찌질이고 누가 대인배인지 바로 구분해 낸다. 이는 그만큼 윤리의식이 잘못되지는 않았다는 말로 귀결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찌질함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나 역시 여자를 외모로 차별하면서 남자를 키로 차별하는 여자를 미워했던 것이다.


  찌질한 광고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식의 광고를 말하는데, 몇 년 전 황당한 메일을 받은 적이 있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미래를 보장해 줍니다.'라는 제목으로 입시전문 사이트에서 보낸 것이다. 그 당시 메일을 열자마자 해당 사이트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어 크게 항의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사교육비의 엄청난 지출 없이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를 듣고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었다면 정말 문제가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 여러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극을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를 것이다. 다만 저자가 못 본 사람을 위해 드라마에서 어떻게 처신을 했다는 것을 밝히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없다.


  지금은 큰 애가 대학생이고, 작은 애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인위적으로 TV를 없애지 못해 거실에 두고 쇼 오락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중계 등을 같이 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TV가 비록 바보상자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일정부분 앞으로 나는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롤모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TV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차라리 이 책 한 권 읽는 것이 드라마 몇 편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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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배 교수의 술나라 이야기
정헌배 지음 / 예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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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읽는 책과 조금 색다른 책을 접하는 기회를 가졌다. 자칭 타칭으로 대한민국 술 박사 1호라고 인정받는 중앙대학교 정헌배 교수가 쓴 『술나라 이야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영학과 술이 어떻게 연관성을 가질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은 뒤에 그 의문이 풀렸다. 저자가 프랑스 유학시절에 코냑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것을 부러워하며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술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책은 술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일제시대 만들어졌다는 술나라 헌법을 통해 술 문화와 역사를 알아보고, 저자가 프랑스 유학시절에 꿈꾸었던 것, 즉 우리 전통주를 세계적인 명주로 만들기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밝힌다.

  사실 출처를 모르고 묵시적으로 따라오던 몇 가지 술문화가 1927년에 쓰인 '술나라 헌법'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좀 놀랐다. 늦게 참석한 사람에게 내리는 후래자 3배, 술을 마실 때는 홀수(1, 3, 5, 7, 9잔…….)로 마셔라는 것, 남의 술을 얻어먹었으면 반드시 사줘서 보상하라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형성된 '막걸리 열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해 모처럼 전통주인 막걸리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이에 저자는 '삼백운동'을 제안한다. 100% 우리 쌀로 100년 뒤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숙성주를 만들고, 그러기 위해 100개 이상의 우리 술 업체들이 모여 우리 주류산업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소비자 보호'와 '대기업의 시장 진입'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막걸리도 분명 술이므로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부 미용에 좋고, 유산균이 많은 건강 음료이고 다이어트에 적합한 음식이라고 무책임하게 홍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도 정부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꼬집는다.

  2003년 정헌배 인삼주가를 창업하여 지금까지 연구, 제조 등에 매진하고 있는 저자의 독특한 연륜도 그렇지만 술도 잘 마시지 못하는 경영학 교수이기에 더 호감이 가는 책이다.

  건전하고 건강한 술문화를 위해서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건강 음주법, 술 궁합, 안주 궁합 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와 사회생활을 하면서 책임 있는 음주문화를 누리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우리가 마시는 소주병을 자세히 살펴보면 소주(燒酎)라고 쓰여있다. 소주(燒酒)가 아니다. 이유는 '세 번 빚을' 주(酎)자에 있다고 들었는데, 이 책에서는 소(燒)자를 '세 번 고아 내린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어느 것이 맞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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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10 2011-02-24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자의 표현이 정확한 내용입니다.오늘 우리는 소주를 한자어로 燒酎, 燒酒 두가지로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 옛문헌에보면 술의 종류로 진한술 酎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술 酒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태운다는 뜻(술을 고아내린다) '소(燒)'에 술 주(酒)를 사용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소주(燒酎)로 표현하는 것은 일본식 표기입니다.

깨비 2011-03-08 14: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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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감독이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사람 박칼린. 사실 칼린 샘에 대해서는 그동안 잘 몰랐다. 얼마 전 <남자의 자격>과 <무릅팍 도사>에 출연한 것을 통해 알게 되었고,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 정도로 생각했을 정도다. 『그냥』은 그녀가 살아온 삶을 회고하고, 삶의 철학이나 하고 싶은 말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발간한 책이다. 읽다보면 회고록 같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읽기 쉬운 에세이집 같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기행문 같기도 하다.

  책 속에는 그녀 나름의 무대 원칙과 철학이 들어 있다.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공연과 관련된 모든 사람은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훌륭한 공연 작품들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살아온 과정은 조금 특이하다. 뭐 출신 배경도 이색적이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엄마와 우리나라 아빠 사이에서 미국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자랐고, 중학교 이후 미국에서 첼로를 시작으로 음악을 배웠다. 그리고는 한국으로 다시 유학을 와서 국악을 전공했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그 기로에서 선택하는 길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책을 읽다보면 그녀의 인생에도 많은 중대한 기로가 있었지만 스승이나 맨토들이 권하는 것을 주저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지금의 그녀가 있을 수 있지 않았나 하고 밝힌다.

  저자만의 독특한 취미생활이라면 여행이다. '구름투어'라는 이름이 붙여진 여행인데 특별하게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떠난다. 그것도 가능하면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운전하면서 간다. 서고 싶은 곳에서 서고, 자고 싶은 곳에서 자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말 그대로 정처 없이 구름처럼 떠다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키우는 삽살개 '해태'를 반드시 데리고 간다는 것. 그래서 민박 잡기가 어려운 적도 있었단다. 이런 여행은 상상만 해도 상당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은 비밀노트(Little Black Book)다. 저자가 말하는 비밀노트는 미래에 대한 창작의 나래를 펼치는 드림북이다. 어릴 때부터 시작한 것으로, 미래에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들. 일종의 <버킷 리스트>같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단순한 아이디어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그냥' 이지만 결코 쉽게 생각해 넘길 책은 아니다. 대신 부담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이기에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권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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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속에 영어가 산다
김승환 지음 / 시냅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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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연초가 되면 결심하는 것 중 하나가 영어공부다. 그런데 영어에는 왕도가 없다. 대부분의 책에서는 영어공부를 최소한 3,000시간 정도는 공부를 해야 귀가 뚫리고 말이 트인다고 한다. 이 정도의 시간은 하루 3시간씩 공부를 했을 경우 무려 3년이라는 기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영어를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3,000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는 않을까? 『뇌 속에 영어가 산다』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출간된 영어를 효과적으로 배우거나 가르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의대 재활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이기도 하지만, 본래 직업은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승환 선생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영어 학습법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비법을 나열한 여타 서적과는 많이 다르다. 영어 학습과 관련하여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명제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과감히 선언한다. 대부분 영어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람들이 책과 TV를 통해 했던 말들이지만, 이는 뇌과학의 기초적인 상식만 알아도 이런 말들을 쉽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 결국 언어는 고도의 사고과정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의 의사소통 도구이기에 뇌 속에서만 일어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뇌에 대해서 알면 영어를 재미있고 보다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반드시 알아야 할 영어와 뇌에 관한 24가지 상식에서 뇌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기억과 관련된 에빙하우스 망각 곡선과 이를 활용한 <10-1-1-1> 학습법을 소개한다. 1부 끝자락에는 친절하게도 24가지의 상식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한 번 더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학습법은 '원소스 멀티유즈' 학습법이다. 이 학습법은 쉽게 설명하자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동시에 상승시키는 방법이다. 이 학습법을 시작하려면 우선 올바른 교재 선택과 좋은 영어 트레이너, 그리고 영어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워밍업이 필수다. 그래서 저자는 책 속에 좋은 교재 선택법과 좋은 트레이너를 구별하는 방법, 그리고 영어를 얼마나 잘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라고 권한다.

  책에는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를 원소스 멀티유즈 학습법으로 훈련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 책에 수록된 CD를 통해 직접 훈련을 해 볼 수도 있다. 아직 CD를 뜯지 않았지만 학습법을 익히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책에 손이 선 듯 간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제목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표지에 있는 박동선 일러스트의 혈액형과 관련된 웹툰이었다. 그런데 책을 대략 한 번 읽었을 뿐인데 정말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학습법을 통해 매일 꾸준히 학습하면 영어를 정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솔직히 원소스 멀티유즈 학습법을 훈련해 보지는 않았지만 나처럼 영어 노이로제가 걸린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라면 꼭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서 언어습득의 결정적인 시기는 대개 초등학교를 마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부터는 새로운 언어를 익히기가 몇 배나 더 어렵다고 밝힌다. 대신 몰상식한 몰입식 교육은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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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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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진(巴金)은 루쉰, 라오서와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꼽히며, 중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다. 봉건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5·4 운동을 통해 새로운 사상에 눈을 뜨고 러시아 아나키스트인 바쿠닌과 크로포트킨의 영향을 받아 아나키스트로 활동을 하였고, 일본과의 전쟁이 발발하자 구국 항일운동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창작했다. 

  『차가운 밤(寒夜)』는 바로 항일전의 시기인 1944년에 쓰기 시작하여 1946년 말에 완성한 작품으로 바진 최후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국민당 정부가 충칭에 피난 와 있었던 시기에 전쟁으로 인해 민중이 고통 받고 있었던 시기이며, 국민당의 실책으로 인해 많은 지식인들 사이에 패배감과 무력감, 그리고 허무주의가 폭넓게 깔려 있었던 시기라고 작가는 술회한다.

  주인공 왕원쉬안(汪文宣)과 청수성(會樹生)은 부부로 대학시절 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희망을 달성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지식인이었으나, 전쟁으로 인해 충칭으로 피난 온 이후 하루하루 어려운 생활을 영위한다. 왕윈쉬안은 적은 보수지만 출판사에서 교정일을 하며 가족의 생활에 힘을 보태지만, 그의 아내 수성은 은행에 근무하며 남편보다 보수가 높고 대부분의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이 가족에게는 고부간의 갈등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독하게  전개된다. 그 중간에 있는 주인공 왕원쉬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력한 남편일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왕원쉬안은 폐병에 걸리게 된다. 차츰 일본군이 충칭까지도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에 피난을 가야할 지 말지 갈림길에 서게 된 부부는 결국 아내인 수성이 은행 상사인 천주임의 권유로 가족을 두고 혼자 란저우로 피난가게 되고, 남은 왕원쉬안은 폐병이 일시 나아지다가 다시 악화되고, 아이러니하게 그토록 소망하던 일본이 패망하지만, 승전경축행사가 있는 날 결국 죽게 된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극심한 허무주의로 일관한다. 주인공은 어머니와 아내의 갈등사이에서 끝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내를 떠나보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가지 말라고 애원하면서 겉으로는 그런 내색도 할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나 아내가 그냥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만을 기다리며, 흐느껴 우는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유부단하고 무능함을 시종일관 변함없이 그려내었다.

  바진은 자신의 글을 통해 이 소설에서 '곧 붕괴할 구사회, 구제도, 구세력이 뒤에서 그들을 지휘하는데도, 그들은 반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희생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는 어머니와 며느리와의 갈등을 통해 봉건 사회와 봉건적인 가정 윤리가  어떻게 개인과 가정을 말살하는지를 그려냈지만 정작 어머니는 끝내 아들이 죽어 가는데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만다. 그리고 해설에 따르면 소설에서 비극적인 결말에 대한 책임은 왕원쉬안과 부인, 어머니에만 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짙은 안개로 묘사된 배후의 존재에 감추어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한다.

  중국을 대표해서 세계적인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이유를 이 소설 한 편만으로도 충분히 알 것 같다. 지속한 허무주의에 빠진 한 지식인의 심리적인 묘사를 읽으면서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나 역시 딱히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도 허무주의에 빠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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