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배 교수의 술나라 이야기
정헌배 지음 / 예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평소 읽는 책과 조금 색다른 책을 접하는 기회를 가졌다. 자칭 타칭으로 대한민국 술 박사 1호라고 인정받는 중앙대학교 정헌배 교수가 쓴 『술나라 이야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영학과 술이 어떻게 연관성을 가질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은 뒤에 그 의문이 풀렸다. 저자가 프랑스 유학시절에 코냑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것을 부러워하며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술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책은 술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일제시대 만들어졌다는 술나라 헌법을 통해 술 문화와 역사를 알아보고, 저자가 프랑스 유학시절에 꿈꾸었던 것, 즉 우리 전통주를 세계적인 명주로 만들기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밝힌다.

  사실 출처를 모르고 묵시적으로 따라오던 몇 가지 술문화가 1927년에 쓰인 '술나라 헌법'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좀 놀랐다. 늦게 참석한 사람에게 내리는 후래자 3배, 술을 마실 때는 홀수(1, 3, 5, 7, 9잔…….)로 마셔라는 것, 남의 술을 얻어먹었으면 반드시 사줘서 보상하라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형성된 '막걸리 열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해 모처럼 전통주인 막걸리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이에 저자는 '삼백운동'을 제안한다. 100% 우리 쌀로 100년 뒤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숙성주를 만들고, 그러기 위해 100개 이상의 우리 술 업체들이 모여 우리 주류산업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소비자 보호'와 '대기업의 시장 진입'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막걸리도 분명 술이므로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부 미용에 좋고, 유산균이 많은 건강 음료이고 다이어트에 적합한 음식이라고 무책임하게 홍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도 정부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꼬집는다.

  2003년 정헌배 인삼주가를 창업하여 지금까지 연구, 제조 등에 매진하고 있는 저자의 독특한 연륜도 그렇지만 술도 잘 마시지 못하는 경영학 교수이기에 더 호감이 가는 책이다.

  건전하고 건강한 술문화를 위해서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건강 음주법, 술 궁합, 안주 궁합 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와 사회생활을 하면서 책임 있는 음주문화를 누리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우리가 마시는 소주병을 자세히 살펴보면 소주(燒酎)라고 쓰여있다. 소주(燒酒)가 아니다. 이유는 '세 번 빚을' 주(酎)자에 있다고 들었는데, 이 책에서는 소(燒)자를 '세 번 고아 내린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어느 것이 맞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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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10 2011-02-24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자의 표현이 정확한 내용입니다.오늘 우리는 소주를 한자어로 燒酎, 燒酒 두가지로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 옛문헌에보면 술의 종류로 진한술 酎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술 酒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태운다는 뜻(술을 고아내린다) '소(燒)'에 술 주(酒)를 사용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소주(燒酎)로 표현하는 것은 일본식 표기입니다.

깨비 2011-03-08 14: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