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음악감독이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사람 박칼린. 사실 칼린 샘에 대해서는 그동안 잘 몰랐다. 얼마 전 <남자의 자격>과 <무릅팍 도사>에 출연한 것을 통해 알게 되었고,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 정도로 생각했을 정도다. 『그냥』은 그녀가 살아온 삶을 회고하고, 삶의 철학이나 하고 싶은 말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발간한 책이다. 읽다보면 회고록 같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읽기 쉬운 에세이집 같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기행문 같기도 하다.

  책 속에는 그녀 나름의 무대 원칙과 철학이 들어 있다.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공연과 관련된 모든 사람은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훌륭한 공연 작품들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살아온 과정은 조금 특이하다. 뭐 출신 배경도 이색적이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엄마와 우리나라 아빠 사이에서 미국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자랐고, 중학교 이후 미국에서 첼로를 시작으로 음악을 배웠다. 그리고는 한국으로 다시 유학을 와서 국악을 전공했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그 기로에서 선택하는 길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책을 읽다보면 그녀의 인생에도 많은 중대한 기로가 있었지만 스승이나 맨토들이 권하는 것을 주저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지금의 그녀가 있을 수 있지 않았나 하고 밝힌다.

  저자만의 독특한 취미생활이라면 여행이다. '구름투어'라는 이름이 붙여진 여행인데 특별하게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떠난다. 그것도 가능하면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운전하면서 간다. 서고 싶은 곳에서 서고, 자고 싶은 곳에서 자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말 그대로 정처 없이 구름처럼 떠다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키우는 삽살개 '해태'를 반드시 데리고 간다는 것. 그래서 민박 잡기가 어려운 적도 있었단다. 이런 여행은 상상만 해도 상당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은 비밀노트(Little Black Book)다. 저자가 말하는 비밀노트는 미래에 대한 창작의 나래를 펼치는 드림북이다. 어릴 때부터 시작한 것으로, 미래에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들. 일종의 <버킷 리스트>같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단순한 아이디어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그냥' 이지만 결코 쉽게 생각해 넘길 책은 아니다. 대신 부담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이기에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권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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