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옹기종기, 오밀조밀, 빼곡빼곡, 비뚫빼뚫...하지만 참 정겹다. 하늘을 뚫고 나갈 듯 위풍당당한 부산의 고층 건물 숲과 대조되는 감천마을...
하늘 아래 첫번째 마을쯤 되지 않을까?
도시 한 가운데 있지만...우리나라 1960~70년대 달동네를 연상 시킨다. 촘촘하게 지어진 집들 사이에 길게 연결된 수 많은 골목길들과 가파른 언덕 맨 꼭대기까지 빈틈없이 지어진 집들... 쏟아질듯 위태롭기만 한 무너져내린 산 바로 밑에도 집이 있다. 몇 개 쯤 되는 걸까? 저 계단은...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계단과 골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 된 곳이다.
그냥 두었더라면~도시 미관을 해치는 소외된 자들의 고립된 마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마을에 예술이라는 옷을 덧입혔더니~너무 아름다운 문화마을로 탈바꿈했다.
파스텔 색으로 칠한 지붕과 담벼락에 그린 재미있는 그림과 이정표들 그리고 나무와 철제를 이용한 조각 조형물들... 모든 작품들이 따뜻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통영 동피랑 벽화 마을도 좋지만 감천문화마을은 규모도 크고 좀더 다양한 예술작품과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문화마을 아트샵에서 마을 안내 그림지도를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놓침 없이 꼼꼼히 요렇게 예쁜 마을을 다 살필 수 있다. 물론 담벼락에 색색깔 물고기 모양의 안내표지가 있지만~ 그림지도 한 장 구입하면 마치 보물지도를 보며 보물을 찾아 헤매는 만화 속 주인공이 되 볼 수도 있다.
참 오랫만에 보는 골목길 풍경...
길게 매어 단 빨래줄과 빨래 집게...아마 찬 바람 맞은 빨래들은 살짝 얼었을지도 모른다.
고무대야에 쌓인 연탄재들... 오래전 저 연탄재에 눈을 굴려 만든 눈사람 생각이...그리고 안도현의 시가 떠오른다.
오후 햇살을 쪼이며 느릿느릿 걷고 있는 늙은 동네 개도 보인다. 낯선 사람들과 카메라 렌즈를 째려보는 고양이의 매서운 눈빛과 나 잡아 드세요하는 강아지의 여유가 참 대조적이다.
그림지도 속에 안내된 사진갤러리, 어둠의 집, 하늘마루, 빛의 집, 펑화의 집 그리고 북카페 흔적을 찾아 다니며 스템프를 찍는 재미도 솔솔하다.
마을 끝자락에 있는 감내 아울터는 대중 목욕탕 분위기로 꾸며졌는데 전시된 조형물들이 참 재미있어 절로 웃음이 난다.
마을의 수호천사인 어린왕자와 여우...그리고 하늘 마루에서 내려다 본 감천마을 전경과 멀리 보이는 포구...너무 예쁘고 예뻐서... 눈에 쏙 담고 싶었다.
한참을 골목을 누리다 살짝 출출해질 때면 막 구워낸 뜨끈한 붕어빵이 제격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서럽고 고단한 삶을위로해주는 벽화들... 잘 참아냈다고, 열심히 살았다고, 울지 말라고 토닥토닥 그들의 마음을 두드려준다.
혼자와도 좋은 곳 하지만 둘이 오면 더 즐거운 부산 감천 마을.. 벌써 또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