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아쉬움이 쌓이는 소리...
내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리...
내 딸 서영이가 끝났다. 2월17일 일요일도 다 갔다.
중학교 때... MBC에서 일요일 오후가 되면 맥가이버라는 외화를
방송했는데~ 넋 놓다고 한 시간을 보다보면 뉘엿뉘엿 해가 졌다.
그 때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맘이 무거워지는게...담 주 일요일까
지 어떻게 견딜까 ? 지금 시간이 딱 멈춰서 월요일이 안오면 얼마나
좋을까 ? 뭐 그런 말도 안되는 공상을 했던 것 같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만 무한 반복되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늘 어김없이 일요일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월요일 학교 가라고 깨울 때 마다 느꼈던 절망... 오죽하면 월요병이 다 생겼을까
분명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얘기 일꺼다.
하지만 결혼 하고 나니... 가족이 다 모이는 일요일이 더 바빠졌다. 평소에는 각자 해결하던 점심도 일요일에는 챙겨야 하고~ 함께 있다 중간중간 간식도 챙겨야 하고,,, 뭔 설거지거리는 그리도 많이 쌓이는지~ 교회 끝나고 서점이 다녀오고 마트에서 간단히 장 보고 공원에 가서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돌아오니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의욕에 불타서 찹쌀가루랑 호두를 사서 찰떡 파이도 굽고, 무우와 굴을 넣어 무우밥도 해 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짐을 정리 하다 보니 불같이 짜증이 났다. 나두 이 변화 무쌍한 내 감정에 적응이 도통 되질 않는다. (갈수록 집안일이 하기 싫다)
버럭~ 한바탕 해대고 나니 집안 분위기가 싸 해지면서 아들과 남편이 내 눈치를 살핀다
통쾌했다...하지만 이 기분도 잠시~
난 지금 거실에 혼자 고립되어 있다.
남편과 아들이 꼭 붙어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히히덕 거리고 있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쏙딱쏙딱하더니... 자지러지게 웃는다.
도대체 이 기분은 뭘까 ?
아들이 강아지도 데리고 가버려서 나 혼자 남았다.
그런데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걸 뭘까 ?
아들은 역시 아빠 편인가 보다. 날 버리고 바로 아빠 옆에 붙었다.
딸이 없는게 참 서럽다. 남편...좋겠어...편 들어주는 아들 있어서~
내가 왕따 당하게 아니라... 남편과 아들을 왕따 시킨거다. 요렇게 생각을 돌려 본다.
사람은 맘 먹기 나름이다. 지금부터 조용한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 책을 편다.
오늘 낮에 우리 집에 온 책 두 권이 책상에 놓여 있다.
손미나의 아르헨티나 여행기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와 인디고서원
아이들이 펴낸 인디고잉 잡지...
적당한 외로움은 오히려 독서에는 약이다.
긴 긴 밤~ 손미나를 따라 부에노스아리레스를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