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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평점 :
박완서 작가의 책은 읽어보기도 전에 따뜻함을 선물해 준다. 저자의 인상이 주는 포근함때문일까. 어릴 때 시골에 가면 마당을 뛰어 나오시던 외할머니를 연상케 한다. 할머니가 어릴 적에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들려주시는 듯하기도 하고, 뉴스를 보며 개탄을 금치 못하시던 할아버지를 보는 듯도 하고, 시골 외할머니댁 옆집에 사시던 아주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인듯하기도 하다.
책을 받고 며칠동안 책상에 두고 표지만 들여다 봤다. 아끼고 아껴 읽고 싶은 책이라 그랬나보다. 표지에 있는 작가의 얼굴을 한참을 봤다.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는데 왜 이리 마음이 아려오는건지.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꾹꾹 눌러 담아서 읽고 싶은 책이다.
7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을 담은 책이다. 글을 마치며 언제 썼는지 해당 년도를 써놓았는데 시대를 알고 읽으면 까딱까딱 거리던 고개짓이 더 격해지는 나를 본다. 맞아. 그 때 이런 일이 있었어. 잊고 있었던 사건과 추억들이 새록 새록 떠오른다.
책 제목을 읽으며 사랑을 무게로 느낀다면 진정 사랑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작가는 사랑을 어떻게 말하고 싶었던걸까 궁금했다. 책을 덮으며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처럼 나에게 필요하지만 무게로 느끼고 있는게 무엇일까, 무게로 안느끼고 싶은게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박완서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사소한 사건이나 시선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아서이다. 같은 곳, 같은 것을 바라봐도 누군가는 그 곳에 그것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것을 박완서 작가의 눈에 비친 모습은 멋진 글로 탄생한다. 평범하고 쉬워 보이는 표현 같아보여도 글을 읽은 이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느끼지만 무릎을 치게 하는 표현을 쓰기란 쉽지 않다. 글을 읽고 있노라면 평범함이 편안함에 이르게 하는 글 솜씨가 마냥 부럽다.
일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시대상이 그대로 녹여져 있는 글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더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다. 소외된 곳을 바라보게 하고, 손을 뻗지 못했던 곳에 도움의 손길을 가게 하고, 조금은 다른 각도로 보게 한다.
중간 중간에 있는 작가의 모습을 한참을 들여다봤다. 이제 더 이상의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없지만 곱씹고 곱씹을 수 있는 책이 있어 감사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