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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구해근 지음, 신광영 옮김 / 창비 / 2002년 7월
평점 :
1. 들어가며
노동운동에 처음으로 의구심을 품은 것은, 방현석의 '겨울미포만'을 접하면서였다. 그 전에는 노동 계층은 약자니까, 라는 막연한 생각의 암묵적 호응, 그것이 다였다. 방현석의 소설에서 임금인상이 노동운동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는 대목을 접하고는 '어라 그럼 도대체 뭔데?'라는 물음을 잡았다. 자본주의 사회임을 인정하는 이상, 노동자의 인간다운 권리의 확보는 적정한 임금의 확보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가득차 있던 내게, 방현석은 물음만을 던져놓고 답은 내놓지 않았었다.
‘한국노동계급의 형성’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87년 노동자대투쟁에서 울산지역 26개 사업장의 공통된 요구사항이었다. 다름 아닌 ‘두발 자유화’. 무언가 둔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 이 대목은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이 물질적 작업환경보다는 인격적 모멸감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구해근의 기술이 사실임을 입증한다.
2. 노동운동의 목적
노동운동의 목적이 임금 등의 물질적 작업환경이냐, 아니면 인격적 가치냐는 노동운동에 대한 시각을 크게 바꾼다. 그 두 가지는 결코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인식한다 해도.
물질적 작업환경의 조성은 사용자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노동운동의 목적을 물질적 작업환경이라 잡는다면 노동운동의 필요성 여부 또한 노동자보다는 사용자에 의해 좌우된다. 사용자에 의한 물질적 작업환경의 조성이 있은 후에야 노동자는 그 작업환경의 수용여부를 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물질적 작업환경은 독자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체제하의 자유경쟁시장에서 사용자는 생산비의 절감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요구는 자체제어력이 없다. 그에 따라 작업환경은 노동자가 수용할 수 있는 최저한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노동자의 최저수용선은 자연스레 국가 또는 기업의 경제상황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상황이 악화될수록 사용자, 국가, 제3자는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최저수용선을 낮추라고 요구한다. 당해 노동자 또한 알 수 없는 자체제어를 통해 최저수용선을 낮추게 된다. 이렇듯 노동운동의 주체인 노동자는 어느새 노동운동의 결정과정에 있어서 수동적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노동운동 목적을 인격적 가치, 혹은 인간다운 삶으로 설정한다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노동운동의 필요성은 작업환경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작용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이 경우에도 경제상황은 고려된다. 하지만 경제상황은 기업이 노동자의 생활터전이라는 이유에서 ‘고려’될 뿐이지, 노동운동의 필요성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이렇듯 노동운동에서의 주체인 노동자는 실질적으로 그 자신이 능동적으로 작업환경을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 가치관의 준거로서의 헌법
노동운동 뿐 아니라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 가치관은 너무도 중요하다. 가치관으로부터 그 사물에 대한 해석이 나오며 우리의 행동이 결정된다, 하지만 어떠한 논의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개인적 가치관을 무턱대고 주입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동체 내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 자신의 가치관이 어떠한 준거를 가지고 있어야 함은 이러한 이유에서 중요하다. 나는 국가라는 공동체를 전제하는 한에서, 헌법만큼 강력하고 좋은 준거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중 노동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에 있어서의 가장 좋은 논거는 헌법 제34조1항으로 보인다. 헌법 제34조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기술한다. 우리는 인간다운 생활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4. 인간다운 생활
우리는 ‘인간답다’라는 어구의 추상성에도 불구하고, 개별 상황에서의 구체화가 그리 어렵지 않음을 알게 된다.
영화 ‘오아시스’를 떠올려보자. 설경구는 문소리를 휠체어에 태워 시내로 데이트를 나간다. 식사시간이 되고 그 둘은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음식점에서는 테이블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받지 않는다. -그 때 댄 핑계가 영업시간이 끝났다는 것이었는지, 예약이 되어있다는 것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 그 음식점은 2인분의 음식 값을 버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가게에 더 많은 손님-장애인을 들임으로 발길을 돌릴 지도 모르는- 을 받겠다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비인간적이다. 그렇다면 음식점이 문소리를 가게에 들이지 않는 대신 무료로 음식을 포장해주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도 음식물의 무료 제공이라는 음식점의 경제적 손해와 둘의 경제적 이득이 상황의 비인간성을 없애지는 못한다. 오히려 가중시킬 뿐이다.
이렇듯 우리는 ‘인간적인 삶’이 경제성과는 무관계하거나 반대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매우 다양한 사안에서 양자택일, 혹은 어느 한 군데에 무게를 둔 조화의 선택을 요구받는다. 노동관련 법제도의 결정은 이의 대표적 문제이다.
5.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대한 노사 양측의 입장 - 참고자료 참조
노사 양측 모두는 비정규직 관련 정부의 법률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경영계의 반대는 고용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한 실업률의 증대 가능성과 계약자유 원칙을 이유로 한다. 이 논의는 ①기업에서의 인건비 고정(이른바 ‘경제성’)과 ②노동법은 민법의 특별사법임을 전제로 한다.
노동계의 반대는 정부법안의 부작용을 이유로 하며, 반대에 그치지 않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명문화, 파견법 폐지까지 주장한다. 이 논의는 노동법이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6. 노동법의 본질 - 참고자료 참조
우리는 여기서 노동법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노동법이 민법의 특별사법이냐, 혹은 민법과는 별개인 사회법이냐에 따라서 노동법이 취해야 할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참고자료에서 확인하였듯이, 노동법은 소유의 불평등으로 인해 사적자치 원칙이 근로계약에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경험으로부터 탄생되었다. 그리고 이는, 물론 이론은 있지만, 노동관계에서만큼은 사적자치의 원칙이 최소화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노동법이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생각된다.
7. 경영계의 비교법적 사고에 대하여
경영계 주장의 주요한 논거는 외국의 입법례이다. 실제로 노동법 자체만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노동법은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 비해 고용의 경직성을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모든 법은 그 하나만을 떼어놓고 생각하면 안 된다. 현대에 있어서의 모든 법은 역할법의 기능을 한다. 모든 법이 하나의 사회를 위해 존재하고, 따라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사고가 되어야 한다. 더구나 노동법은 사회법의 영역에 속하기에 여타의 사회법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법의 비교를 위해서는 사회 제반 여건이 먼저 비교되어야 한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사회안전망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의 여건 하에서 노동법만을 별개로 비교, 고용의 경직화를 탓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의 노동조건은 사회안전망의 기능까지 담당해야하기 때문이다.
8. 나오며
누군가에게서 ‘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소수의 도태는 필수적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격적으로는 매우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말을 너무도 쉽게 내뱉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하다 결국은 가치관의 차이라 결론을 맺었었다. 암담했다. 누구를 위한 발전이기에 우리는 그토록 집착하는가. 우리는 이러한 풍조를 어떻게 뛰어넘어야 하는가.
난 혁명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고루 잘 살기를 원한다. 그저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꿈꾸며,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랄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직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안타까움으로 그대들과 함께 가련다. 세상을 향한 나의 사랑이 의심쩍다면 그대들의 세상을 향한 사랑에 의지하여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련다. 모든 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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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모임의 발제문이었다. 그동안에 비정규직법은 통과되었고, 나는 어느새 비정규직 차별 판단기준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또 88만원세대라는 말이 정착되고 있기도 하다. 상황은 이럴찐데 대선은 암담하며, 진보진영은 말 그대로 지리멸렬하다. 맘편하라고 케세라세라를 부를까도 싶지만, 그리한다고 맘이 편해질 것 같지는 않다.
참고적으로 본문의 참고자료 파일은 올리기를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