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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누군가의 글에 대해 평을 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것도 좋은 평이 아니라, 혹독한 평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을 넘어서서 어렵고 난감한 일이다. 서유미의 소설은 더욱이 그렇다. 책의 앞날개에 수줍게 웃고 있는 작가의 사진을 보며, '좋지 않았다'라는 글을 쓴다는 건 미안한 일이다. 뭐 너야 어찌 생각하든, 이라는 인상을 풍기는 사람이면 상관 없겠으나 그 사진은 독자에게 조심스레 읽어달라는 표정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그 많은 보관함의 책들을 제치고, 미안해 내가 먼저 팔릴께라는 말도 없이, 장바구니에 이 책이 들어간건, '창비'였으며, '창비장편소설상'이었으며, 그것도 '제1회 수상작'이라는 것이었다. 표지가 유치한데, 혹은 제목이 뭐 이래, 라는 어설픈 선입견은 충분히 무시될만 했다.
책의 두 페이지가 넘어가서는, 좀 의아하긴 했지만 모든 소설이 처음부터 땡기라는 법은 없으니까 패스. 몇 페이지 더 읽어보자. 그러다가 맨 뒷표지로 마음을 달랬다. '모든 시대'가 나오고, '서사'가 나오고, 변곡점, 풍속, 세밀화 등등. 이만큼의 단어를 동원하며 심사평을 썼다는 건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리라. 책 페이지가 '20'이 넘어가고 나는 작가의 말을 찾았다. "이 책을 읽게 될 분들을 떠올려본다. (중략) 읽을 만하군, 정도의 평이라면 힘이 날 것 같다." 이런 겸손함이라면 좀 더 기대를 가져도 될 것 같다. 딱 50페이지까지만 읽어보자. 50페이지에 다다를때즈음이었던가, 아님 그 전이었던가. 이제야 작가의 역량이 나오는가 기대를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내 호흡이 끊겼다. 50폐이지 만으로 판단하기가 아쉬워서, 무언가 있을지도 몰라하는 기대, 나는 20페이지 넘게를 더 읽었다.
오로지 주관적이지만 좋은 소설이란 다음의 몇 가지 중에 하나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야 읽을 맛이 난다. 문장의 맛깔남,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 기발한 상상력. 세 가지가 어우러진다면야 그야말로 좋은 소설이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적어도 하나 정도는 꿰차고 있어야 독자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끌 수 있다. 그런데 '쿨하게 한걸음'은 그러하질 못하다.
문장은 지극히 평범했고-괜찮은 문장이 있었다. "부글거리던 연애만 국자로 걷어내도 인생은 참 단출해진다.(p. 24)" 이 정도-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며-비슷한 류의 소설인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와 비교하면 명확하다.- '고추 사건'을 빼면 상상력 또한 빈곤했다.
결국은, 고등학교 때 이후로 거의 하지 않던 말 ' 이 정도면 나도 쓴다'라는 망발-그 말이 얼마나 교만하고 어리석은 말인지를 나는 안다- 을 내 입에서 나오게 했다. 그 말을 들은 내 친구는 "그 정도야?"라며 반문을 했다. 책이 재미 없어 안 읽는 것과는 다르다.
별을 안 줄까도 고민했으나-지금 해보니 안 줄 수는 없게 되어 있더군- '그래. 이제 한걸음이잖아'하며 별 하나를 매겼다. 그래도 아직 젊으니까, 작가한테까지 실망하기는 이르다. 서유미 작가한테 미안하다. 분명히 리뷰를 찾아볼 것 같다.
ps. 어쩌다보니 카테고리와는 다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