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결혼을 한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가끔 후배들에게 듣는 이야기 중에 "도대체 뭐 먹고 얼덯게 사느냐"라는 경제적 여러움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는 나 역시 그 동안 딸이 둘이나 태어나고 학부형이 되어버린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신비롭기조차 하다. 교회에서 노동사목 실무자로 일하는 나의 경우도 경제적으로 수입이 적고 아내의 경우는 사회운동단체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수입이 거의 없어 네 식구가 살아가기에는 언제나 빡빡하다.
보통 노동자들이 월급날이면 인상을 찌푸리고 우울하게 동료들끼리 술 한잔 먹고 잊어버리려 애쓰면 다음날을 살아가는 것처럼 나 역시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래도 결혼 10년에 얻은 나의 결론은 가난하가 생존희 방법을 터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 남는 방법은 돈을 많이 벌어서만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와 수준을 낮추어서 살면서도 품위 있고(?) 절도 있게 사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나는 어떡해서든지 증명해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사실 그러한 생활태도를 가지게 한 것은 주변의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배우게 된 것이라 나는 그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얼마전 한 후배가 결혼을 앞두고 걱정이 되어 찾아왔다. 아무리 없이 결혼을 한다고 하지만 후배는 당장 1백만원도 없었다.
나는 후배가 기죽을 것 같아 내 경험을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나는 결혼할 때 잘 믿지 않겠지만 새살림이 하나도 없었어, 장롱, 텔레비젼, 옷장, 냉장고는 마누라가 집에서 혼자 쓰던 것 가져오거나 주변에서 얻어서 썼어, 새탁기는 아예 없어서 결혼 초기에 매일 손빨래하느라고 혼났어. 기계는 처남이 해주고 반지는 금 한 돈짜리로 끝냈고, 양복 외에는 아무것도 안 샀어. 결혼식 때도 비디오 안 찍고 친구가 사진 찍어주니까 좋더라. 요새 젊은 친구들 야외촬영이다 뭐다 해서 하루종일 억지로 모델 하려고 돌아다니던데 난 정말 그거 보기 안 좋더라. 신혼여행도 친구들이랑 버스 타고 돌아다녔어, 그래도 지금까지 사는데 내가 너무 없이 산다고 후회해본 적이 없어. 더 추억에 남더라고." 나는 내 생활의 경험을 과장해서라도 아무것도 없이 결혼하는 자신의 처지를 힘들어하는 후배가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너희들 당장 돈 없으면 지하방도 괜찮아, 나도 지하에서 7년 살았는데 살만 하더라고, 헝그리 정신 있잖아. 배고픈 사람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맛을 알 수 있다고, 집안 어른 덕보면서 자기 손 까닥하지 않고 도움 받아 결혼하는 사람들보다 주변의 선, 후배가 한데 힘을 모아 결혼을 준비하는 너희들이 휠씬 멋있는 부부가 될 거야."라며 마음을 풀어주려고 애써 보았다.
사실 그렇다. 자신의 삶을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삶으로 하겠다고 작정한 바에야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아갈 수는 없다. 어느 한구석이 비어있어야 그 비어있음으로 다른 사람을 채울 수 있고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도 생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나누는 마음이 더 크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노동사목에서 가까운 노동자들이 결혼할 때 보면 현장에서 아무리 오래 근무했어도 전세방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경우를 자주 본다. 아무것도 없는 이들에게 결혼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걱정하며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다.
어느 여자 후배가 있었다. 집안이 어려워 자신이 버는 돈을 고스란히 바쳤고 오히려 집안 빚까지 갚아가면서 살아갔던 성실한 노동자였다. 결혼을 앞두고 그는 막막해서인지 얼굴이 항상 우울했다.
그는 노동사목에 찾아와서 아무리 없이 살지만, 그래도 방은 두 칸 짜리를 얻고 싶다고 했다. 왜냐하면 회사 친구들이 찾아오면 그들에게 방 하나를 내어 줘 재워주고 싶다는 것이었고, 주변의 사람들의 경우 보통 방 두칸을 얻어서 사는데 자신의 경우 지금까지 공장엘 다녔지만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어 속상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며칠을 고민하더니 남편이 될 친구가 사는 좁은 한칸짜리 자취방을 새롭게 꾸며서 그냥 살기로 했다면서 그리고 자신들의 결혼비용의 일부를 지역노동 단체에 쓰기를 원한다면서 적지 않은 돈을 보내주엇다. 나는 그 후배가 참 대견했고 그 후로 그 후배의 그런 결단은 주변의 노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었다.
사랑의 출발인 결혼마저도 자본주의의 가치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것에 대한 익숙함과 소유의 습관에 물들게 되고 하루하루 살다보면 불필요한 물건들이 쌓여가고 더 가지게 위해 애쓰며 산다. 드러나 그런 만큼 내가 꿈꾸었던 이상은 하나씩 늘어나는 소유만큼 잃어버리고 산다.
끊임없이 소유할 것인가.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지행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언제나 갈등한다. 가난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한 방법이 더 가치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결국 어떤 선택인가는 자신에게 달려있는 몫이다.
http://www.jsari.com/ 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