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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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늘 크고 작은 행복들로 가득 차 있다. 취업이나 여행, 승진, 성공처럼 크고 특별한 행복은 물론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소박한 식사,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나누는 친구와의 수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고양이처럼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 늘 우리와 함께 한다.


다만 작은 것들이 으레 그렇듯 작은 행복 역시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흘러 곱씹어 보았을 때에야 그것이 찰나의 반짝임으로 나를 긍정하게 만들어준 행복임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존재를 끝까지 모른 채로 살면서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한 것이냐고 한탄하기도 하고, 눈이 멀 정도로 빛을 발하는 큰 행복만을 좇으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눈을 기르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돌보지 않는다면 삶은 쉽게 불행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하현 작가의 글은 참 고마운 존재다. 2017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달의 조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하현 작가는 신간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를 통해 다시 한번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는 제목처럼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칠법한, 하지만 분명 나를 즐겁게 해주고 나를 긍정하게 해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누구나 쉽게 지나칠법한 일상의 조각들과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가만가만 어루만진다. 그 손길 속에서 지극히 평범해서 초라하게까지 느껴지던 것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는 모습은 언뜻 신비롭기까지 하다.


사실 저자가 어루만지는 조각들이 처음부터 모두 빛나는 것은 아니다. 힐튼 호텔을 예약한 덕분에 떠나기 전부터 빈틈없는 행복을 느꼈던 엄마와의 여행, 알레르기 때문에 괴롭지만 언제나 환상적인 맛을 선사해 주는 복숭아, 학교에서 회사에서 나를 버티게 해주었던 한 사람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작은 행복인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지킬 것이 많아 불안해했던 지난날의 인연과 끝끝내 친해지지 못했던 조모와의 관계, 썩은 사과가 된 것은 아닐까 고민했던 풋사과 시절처럼 떠올리는 순간 먹먹하고 그리워지는 것도, 후회와 아쉬움이 짙은 자국을 남긴 것도, 여전히 그를 불안하고 두렵게 만드는 것도 그의 조각들에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빛나는 조각만을 끌어모으는 대신 그러한 조각들까지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각각의 색으로 빛나도록 해준다. 결국 그 모든 것들이 모여 내가 되고, 그런 나여서 좋은 것임을,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는 무심히, 가볍게 지나쳤다가도 곱씹어 보면 은은한 맛이 올라오는 그런 책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어딘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려 다시 펼쳐들었을 때는 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 덕분에 스스로의 삶을 곱씹으며 조금씩 천천히 작은 조각들을 발견하여 어루만지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최고였어! 재밌었어!"라고 말하기보단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 책.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어 기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면, 꼭 약속이 취소된 날이 아니더라도 하늘이 예쁜 주말, 느긋하게 읽기 좋은 책을 찾는다면, 일상의 작은 조각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눈을 기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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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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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처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나는 망각은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온 수많은 잘못과 실수에 대한 기억들이 예고 없이 덮쳐와 후회와 자책감에 몸서리치게 만들 때면 내겐 망각만큼 간절한 것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되뇌던 변명과 사과가 이따금 입 밖으로 튀어나와 흠칫하고 주위를 둘러볼 때면,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우울이라는 파도를 몰고 와 그 속에 완전히 잠겨버릴 때면, 그런 스스로가 못 견디게 싫을 때면 신화 속에서나 봤을 법한 망각의 물약을 찾아 목숨을 건 모험이라도 떠나고 싶었다.


윤이나 작가의 추리/미스터리 소설 <놈의 기억> 역시 망각은 축복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사람의 기억을 삭제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이식까지 할 수 있다는 논문을 게재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는 뇌과학자 한정우. 그는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 괴한의 습격을 받아 의식을 잃고, 나흘 만에 깨어났을 때는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들어야 했다. 아무런 증거도 뚜렷한 용의자도 없는 상황.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정우는 괴로움에 몸서리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어린 딸이 충격으로 말을 잃고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점차 안정을 찾아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딸의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고 한정우는 결국 자신의 이론을 이용해 딸의 기억을 지운다. 다행히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잊어버린 딸은 망각의 축복 속에 평온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런 딸과 반대로 한정우는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타인의 기억까지 기꺼이 자신에게 이식하기를 선택한다. 그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주는 치료를 하며, 강력팀으로 일하며 범인을 검거하다가 칼에 찔려 칼 트라우마에 걸린 친한 동생 인욱의 기억을 삭제하고 자신에게 이식하며 범인을 잡기 위한 준비로 기억을 다루는 연습을 한다. 그는 망각의 축복을 얻는 대신 괴로움에 시달리면서도 끊임없이 기억에 매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기억의 중요성을 알고 끈질기게 달라붙은 그는 마침내 타인의 기억 속에서 실낱같은 단서를 찾아낸다.


네 기억 속에서 내가 사건 당일에 지수에게 사 준 귀걸이를 봤어. 한국에 세 개밖에 없는 거라고 했거든. 그 귀걸이가 내가 산 게 맞는다면…. (32p)

작은 단서로 시작해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기억을 뽑아 자신에게 이식시키며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한정우. 나 하나의 기억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괴롭건만 그는 놈의 기억을 찾기 위해 기꺼이 타인의 기억을 제 것으로 만들어나간다. 그건 괴롭고 또 괴로운 일이라 이식 직후에도, 일상을 보내는 사이에도 그를 고통에 휩싸이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따라 끊임없이 달려나가고, 마침내 그 끝에 다다르게 된다.


그를 기절시키고 아내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사람들의 기억은 어떻게 얽히고설켜 진실로 이어질까? 놈의 기억은 어떤 진실을 담고 있을까?


얽히고설킨 기억들을 쫓아 그와 함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내내 긴장감으로 손에 땀이 찼다. 그리고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진실에 도달했을 때는 일순 숨이 멎는 기분을 느꼈다. 과연 한정우는 망각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은 것일까. 그의 딸은 망각으로 인해 더 나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망각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따금 밀려오는 기억에 휩쓸릴 때면 나는 지난날의 후회를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 이 기억을 교훈 삼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자, 정신 차리고 살자. 그리고 그와 같은 기억을 뒤로하고 다시 더 나은 오늘을 위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힘들어도 그게 삶이었고,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놈의 기억> 속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나는 이를 확신할 수 있었다.


간만에 읽은 추리 소설은 무척이나 흥미로워 평일 퇴근 후 <놈의 기억> 1권을 펼쳐들었다가 새벽 늦게 잠들고, 그 다음날 하루 종일 2권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을 정도였다. 처음 전개가 너무 빠르고 몇 년이 통째로 생략되어 당황스러웠던 것만 빼면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게다가 기억과 망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도 있었으니, 내겐 꽤 좋았던,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자유롭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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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랙티스 -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의 비밀
세스 고딘 지음, 도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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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아무리 긍정적이고 의욕적인 사람도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전원이 꺼져버린 로봇처럼 한순간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자신감은 사라지고 불안감과 좌절감에 휩싸여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럴 때는 한시라도 빨리 에너지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옆에서 누군가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를 억지로 다그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시행착오를 겪어야지만 겨우 그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대개 꾸준한 실행, 즉 프랙티스에 있다.





책 <더 프랙티스 The Practice>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의 신간으로, 그가 매일 블로그에 올린 글들 중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어준 것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시시각각 찾아오는 위기와 불안감, 걱정, 좌절 등의 부정적인 것들을 떨쳐내고 끊임없이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비밀을 알려준다. (*구루란? 스승, 신성한 교육자, 정신적 지도자)


"크리에이티브의 마법은 마법이 없다는 것이다."라는 문구로 포문을 여는 <더 프랙티스 The Practice>는 우리를 끊임없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으로써 꾸준한 실행의 중요성과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꾸준한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들은 크게 8가지 주제로 분류되는데, 다음과 같다.


1. 너 자신을 믿어라

2. 이타적으로 행동하라

3. 프로가 되어라

4. 의도를 가지고 실행하라

5. 슬럼프는 없다

6. 주장하라

7. 너만의 스킬을 연마하라

8. 한계를 넘어라


책은 이 8가지 주제를 통해 꾸준한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습관들을 알려주며, 이러한 습관들이 어떻게 꾸준한 실천을 가능하게 만드는지, 어떻게 우리의 삶에 적용되는지, 어떻게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지 알려준다.


책이 꽤 두꺼운데 비해 각 이야기들은 1~2장밖에 되지 않는데, 이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사람부터 모든 의욕을 잃고 번아웃이 되어버린 사람까지 쉽게 읽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깔끔해서 꼭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할 필요 없이 그때그때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펼쳐 읽기에 좋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오랜 시간 동안 이어온 관찰을 통해 얻은 노하우인 만큼 한 문장 한 문장에 힘이 실려있다는 점 역시 <더 프랙티스 The Practice>의 장점이다. 힘이 실려있는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힘을 이어받는 기분이 느껴진다.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나아갈 의욕을 찾게 된다.


물론 이런 유의 책이 그렇듯 마음에 와닿는 부분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의욕이 급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럴 때는 과감히 다음 장 혹은 다음 챕터로 넘겨버리면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각 글의 시작과 끝이 깔끔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꼭 정독할 필요는 없다. 나 역시 첫 번째 챕터인 너 자신을 믿어라 와 네 번째 챕터인 의도를 가지고 실행하라 편은 굉장히 흥미롭게 본 반면 몇 개의 챕터는 슥 훑어보는 것으로 끝냈다.


2021년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욕과 의지를 잃을 때 딱 맞는 책이 나온 것 같다. 덕분에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새로이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참 고맙고 반가운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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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 지도를 읽으면 부와 권력의 미래가 보인다
김이재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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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지리 과목은 내게 퍽 성가신 존재였다. 지형이니 기후니 인구비니 외워야 할 것 투성이에 수치와 표, 지도 등 자료를 보고 분석까지 해야 하니 쉬이 손을 대기가 어려운 과목이었다. 학교 수업이고 시험을 쳐야 하니 억지로 배우는 과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관심도 없었고 일상에서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다행히 지금은 그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안다. 지리는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형적, 기후적 특성에 따라 나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나의 경험과 사고 역시 달라진다. 여행을 떠날 때 그 지역의 지리를 잘 알고 있으면 그만큼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자연재해 같은 뜻밖의 상황에서도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국내외 지리에 대해 잘 알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하고 나아갈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그 계기는 바로 책 <지도력>으로, 만약 이번 독서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며 살았을 것이다.




"지도력"이라고 하면 대개 리더십을 의미하는 指導力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지도력이란 지도를 읽는 능력, 즉 地圖力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도를 읽고 지리적 사유와 상상을 하는 능력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여준다. 지도를 읽는 능력이 과거에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냈으며, 현재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떠한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갖추어야 할 이 필수 역량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첫 번째 챕터인 "권력의 지도"에서는 과거 세계 각국의 흥망성쇠와 패권국의 변화를 살펴보며 권력의 비밀이 지리에 있음을 알려준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던 리더들이 어떻게 나라를 흥하게 만들었는지(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였다. 끊임없이 지도를 채우고 정보를 습득하고 읽어냈던 그의 이야기는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반대로 가진 것에 만족하며 새로운 것을 알려 하지 않고 안주했던 리더들이 어떻게 나라를 쇠퇴하게 만들었는지, 지도를 중요하게 여겼던 나라들이 어떠한 발전을 이루었는지 살펴보다 보면 地圖力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지도자의 지도를 읽는 능력에 따라 권력의 흐름이 달라짐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 챕터인 "부의 지도"에서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에르메스, 루이 비통, 샤넬 등 여러 명품 브랜드들과 현재 우리나라에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이 어떻게 지리의 힘을 이용하여 성공의 길에 오르게 됐는지 살펴본다. 먼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 삶과 밀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살펴봄으로써 지리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보다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각 기업들이 지리를 읽고 활용하는 방법들이 모두 달라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상당하다.


세 번째 챕터인 "미래의 지도"에서는 위기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급부상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과 지역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지리를 읽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이 챕터를 읽고 있으면 과거의 영광을 만들어낸 능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도 그 역할을 해내며 많은 것을 뒤바꿔 놓을 地圖力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의 성공을 살펴볼 때 으레 이야기하는 리더의 조건들, 결단력, 창의력, 포용력 같은 것이 아닌 지도력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제법 신선하고 재미있다. 덕분에 독서 자체의 즐거움도 컸고, 새로운 시각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다 보니 '이걸 이렇게 해석한다고?'라며 의아하게 여겨지는 부분들도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한 번에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다시 읽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귀찮거나 반발심이 들 수 있지만, 나는 워낙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덕분에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예정이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고, 새로운 깨달음과 관점을 얻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국가와 기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분명 나처럼 만족도 높은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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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보희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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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지만 한 번 의문을 갖게 되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으며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시차에 따라 나의 오늘과 너의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끝없이 펼쳐진 허허벌판에서 이곳을 특정한 공간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지, 공간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공간이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되었을 때,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지식과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낯설게 느껴진다.


이러한 낯섦은 대개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 다시 똑같은 삶을 이어나가게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지식과 세상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며 삶을 완전히 뒤바꾸기도 한다. 소수의 후자로 인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뒤바꾸는 위대한 발견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은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인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시간과 공간에 대해 탐구해온 여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저자가 평생을 바쳐 해오고 있는 연구, 그와 관련된 여러 과학이론에 대한 것들을 혼합한 독특한 전개로 어려운 물리학 여정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풀어낸다.


책은 저자가 진리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학생 시절 논문 한편을 읽으며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미해결 문제인 시간과 공간의 정의에 매료된 저자는 각각이 아주 뛰어나고 위대한 이론인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서로 양립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이 둘을 연결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의 연구는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지식인들과 만나 토론하고 공동연구하면서 끝없이 뻗어나간다. 그 안에는 오래 전 세계를 지배했던 고전적 사유에 대한 정리와 이를 뒤엎은 새로운 이론과 관념에 대한 탐구, 현재에 이르러 제기된 여러 해답들에 대한 시각과 의문 등이 담겨 있으며, 저자 개인의 어려움과 도 녹아 있다. 문자 그대로 저자의 여정을 함께하며, 그가 수립한 루프양자중력이론까지 도달한다.




앞서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이 어려운 물리학 여정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풀어낸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책은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 이론을 설명할 때 최대한 쉽게 풀어내려는 저자의 노력이 느껴지지만 물리학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제법 매력적이다. 저자가 끈질기게 탐구해온 여정을 함께함으로써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최선을 다해 귀 기울이게 만든다는 점,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이론을 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과학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사유가 마음을 울린다는 점, 그 외에도 여러 매력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공간을 사물 간의 관계로 보는 시각과 공간 그 자체를 개체로 보는 시각, 공간이란 공간 알갱이들의 확률운으로 이루어진 중력장만이 존재하는 것임으로 공간 자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공간과 긴밀하게 이어져 있는 시간 역시 부재한다는 시각 등 여기에 담겨 있는 이론과 시각들은 낯선 만큼 흥미로웠다. 확립된 이론과 가설적 이론을 비교하며 과학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호기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모습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인물들에 대한 존경과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어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버겁게 느껴졌지만, 나중에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읽었던 책.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다면,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누군가의 끈질긴 여정을 함께 하며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고 싶다면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데카르트 역시 ‘공간‘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빈 공간이란 것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사물들(돌, 별, 의자, 공기, 물 등)뿐이다. 사물들은 서로 인접 관계에 있으며(맞닿아 있거나 이웃한 경우), 관계를 통해 각 사물 간의 질서가 규정되고, 이 질서가 공간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 P92

반면 뉴턴은 모든 사물들이 공간의 내부에 위치해 있다고 본다. 공간은 고유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공간 안에 존재 또는 부재하는 사물들과 공간 그 자체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 P93

말하자면 시간에 대해 생각할 때 우주의 일생에 맞춘 우주 시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주 속의 모든 물체는 각각의 고유한 시간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간에는 지역적인 조건이 있다고 봐야 한다. 마치 일기예보 같은 상황이다. 각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날씨처럼 시간도 그렇다는 것이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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