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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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늘 크고 작은 행복들로 가득 차 있다. 취업이나 여행, 승진, 성공처럼 크고 특별한 행복은 물론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소박한 식사,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나누는 친구와의 수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고양이처럼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 늘 우리와 함께 한다.


다만 작은 것들이 으레 그렇듯 작은 행복 역시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흘러 곱씹어 보았을 때에야 그것이 찰나의 반짝임으로 나를 긍정하게 만들어준 행복임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존재를 끝까지 모른 채로 살면서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한 것이냐고 한탄하기도 하고, 눈이 멀 정도로 빛을 발하는 큰 행복만을 좇으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눈을 기르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돌보지 않는다면 삶은 쉽게 불행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하현 작가의 글은 참 고마운 존재다. 2017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달의 조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하현 작가는 신간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를 통해 다시 한번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는 제목처럼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칠법한, 하지만 분명 나를 즐겁게 해주고 나를 긍정하게 해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누구나 쉽게 지나칠법한 일상의 조각들과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가만가만 어루만진다. 그 손길 속에서 지극히 평범해서 초라하게까지 느껴지던 것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는 모습은 언뜻 신비롭기까지 하다.


사실 저자가 어루만지는 조각들이 처음부터 모두 빛나는 것은 아니다. 힐튼 호텔을 예약한 덕분에 떠나기 전부터 빈틈없는 행복을 느꼈던 엄마와의 여행, 알레르기 때문에 괴롭지만 언제나 환상적인 맛을 선사해 주는 복숭아, 학교에서 회사에서 나를 버티게 해주었던 한 사람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작은 행복인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지킬 것이 많아 불안해했던 지난날의 인연과 끝끝내 친해지지 못했던 조모와의 관계, 썩은 사과가 된 것은 아닐까 고민했던 풋사과 시절처럼 떠올리는 순간 먹먹하고 그리워지는 것도, 후회와 아쉬움이 짙은 자국을 남긴 것도, 여전히 그를 불안하고 두렵게 만드는 것도 그의 조각들에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빛나는 조각만을 끌어모으는 대신 그러한 조각들까지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각각의 색으로 빛나도록 해준다. 결국 그 모든 것들이 모여 내가 되고, 그런 나여서 좋은 것임을,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는 무심히, 가볍게 지나쳤다가도 곱씹어 보면 은은한 맛이 올라오는 그런 책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어딘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려 다시 펼쳐들었을 때는 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 덕분에 스스로의 삶을 곱씹으며 조금씩 천천히 작은 조각들을 발견하여 어루만지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최고였어! 재밌었어!"라고 말하기보단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 책.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어 기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면, 꼭 약속이 취소된 날이 아니더라도 하늘이 예쁜 주말, 느긋하게 읽기 좋은 책을 찾는다면, 일상의 작은 조각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눈을 기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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