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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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지만 한 번 의문을 갖게 되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으며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시차에 따라 나의 오늘과 너의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끝없이 펼쳐진 허허벌판에서 이곳을 특정한 공간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지, 공간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공간이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되었을 때,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지식과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낯설게 느껴진다.


이러한 낯섦은 대개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 다시 똑같은 삶을 이어나가게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지식과 세상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며 삶을 완전히 뒤바꾸기도 한다. 소수의 후자로 인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뒤바꾸는 위대한 발견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은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인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시간과 공간에 대해 탐구해온 여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저자가 평생을 바쳐 해오고 있는 연구, 그와 관련된 여러 과학이론에 대한 것들을 혼합한 독특한 전개로 어려운 물리학 여정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풀어낸다.


책은 저자가 진리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학생 시절 논문 한편을 읽으며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미해결 문제인 시간과 공간의 정의에 매료된 저자는 각각이 아주 뛰어나고 위대한 이론인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서로 양립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이 둘을 연결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의 연구는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지식인들과 만나 토론하고 공동연구하면서 끝없이 뻗어나간다. 그 안에는 오래 전 세계를 지배했던 고전적 사유에 대한 정리와 이를 뒤엎은 새로운 이론과 관념에 대한 탐구, 현재에 이르러 제기된 여러 해답들에 대한 시각과 의문 등이 담겨 있으며, 저자 개인의 어려움과 도 녹아 있다. 문자 그대로 저자의 여정을 함께하며, 그가 수립한 루프양자중력이론까지 도달한다.




앞서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이 어려운 물리학 여정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풀어낸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책은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 이론을 설명할 때 최대한 쉽게 풀어내려는 저자의 노력이 느껴지지만 물리학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제법 매력적이다. 저자가 끈질기게 탐구해온 여정을 함께함으로써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최선을 다해 귀 기울이게 만든다는 점,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이론을 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과학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사유가 마음을 울린다는 점, 그 외에도 여러 매력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공간을 사물 간의 관계로 보는 시각과 공간 그 자체를 개체로 보는 시각, 공간이란 공간 알갱이들의 확률운으로 이루어진 중력장만이 존재하는 것임으로 공간 자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공간과 긴밀하게 이어져 있는 시간 역시 부재한다는 시각 등 여기에 담겨 있는 이론과 시각들은 낯선 만큼 흥미로웠다. 확립된 이론과 가설적 이론을 비교하며 과학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호기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모습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인물들에 대한 존경과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어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버겁게 느껴졌지만, 나중에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읽었던 책.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다면,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누군가의 끈질긴 여정을 함께 하며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고 싶다면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데카르트 역시 ‘공간‘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빈 공간이란 것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사물들(돌, 별, 의자, 공기, 물 등)뿐이다. 사물들은 서로 인접 관계에 있으며(맞닿아 있거나 이웃한 경우), 관계를 통해 각 사물 간의 질서가 규정되고, 이 질서가 공간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 P92

반면 뉴턴은 모든 사물들이 공간의 내부에 위치해 있다고 본다. 공간은 고유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공간 안에 존재 또는 부재하는 사물들과 공간 그 자체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 P93

말하자면 시간에 대해 생각할 때 우주의 일생에 맞춘 우주 시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주 속의 모든 물체는 각각의 고유한 시간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간에는 지역적인 조건이 있다고 봐야 한다. 마치 일기예보 같은 상황이다. 각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날씨처럼 시간도 그렇다는 것이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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