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패의 집단 가출 - 허영만의 캐나다 여행 우보산행의 철학, 허영만의 이색여행 프로젝트 1 탐나는 캠핑 3
허영만 그림, 이남기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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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생업을 던져두고 한 달(짧은 사람은 20일) 동안 외국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사실 나도 마음 굳게 먹으면 3주 정도는 캐나다에서 놀 수 있으니 중요한 건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여유를 내기가 어렵다. 캐나다에서 마음 편하게 한 달 놀려면 적어도 1년 동안은 내핍생활을 해야 하는데, 한 달 잘 놀자고 1년 고생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 여행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일한다는 사람이 드물지 않은 세상이니 말이다.

부러운 것이 하나 더 있다. 캐나다의 넓은 영토와 풍부한 자원이 부럽다. 세계에서 2 번째로 넓은 땅에 적은 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한국처럼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한국에서 이민간 사람들은 아둥바둥 하는 것 같다만 그래도 한국에서 하던 것 보다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나는 갈 수 없으니 허패가 여행하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나 하자. 책을 읽기 전에 허패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허영만 패거리라는 뜻이었다. 친한 사람들끼리 여행을 가는 것 만큼 즐거운 게 어디 있겠나. 책 속의 글, 사진, 만화에서 즐거움이 흘러넘친다. 야영 위주라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글을 읽고 있으려니 야영이 하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몇가지.

와인이 유행은 유행인 모양이다. 와인이 좋아서 허패 중 한 명이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딸 정도이니 말이다. 캐나다 와인이 맛 있다는데 달달한 싸구려 와인을 좋아하는 내 입에는 아마 맞지 않을 듯.
글 중에 허영만 화백께서 캐나다 원주민 생김이나 골격이 몽골인들 같지 않다는 의문을 표했는데 글쓴이는 그 의문에 답을 못했다. 나는 안다. 남북 아메리카로 건너간 사람들의(인디언) 유전인자는 동아시아에 정착한 사람들의 유전인자와 다르다고 한다. 몽골계통 사람들과는 부족이 다른 거지. 그러니까 우리 조상의 일부가 아메리카로 건너가 인디언이 되었다는 소리는 틀린 말이다.

허영만 님을 비롯해서 허패 중에서 나이가 많은 쪽은 한식을 선호했다. 요리를 맡은 분이 매일 한식 요리하느라 힘이 들었을 듯. 바쁜 분들이 돌아가고 젊은 축들이 남게 되자 식당에서 햄버거 등을 사먹는 쪽으로 결정하는 걸 보고 웃었다. 외국여행 갔으면 입 맛에 좀 안 맞더라도 한식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현지의 음식을 먹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여행을 가면 철저하게 현지식으로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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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크 사냥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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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크 사냥을 사면 부록으로 루이스 캐럴의 스나크 사냥을 끼워준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스나크 사냥의 제목은 저 루이스 캐롤의 작품에서 따온 모양이다.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의 스나크 사냥을 읽기 전에 딸려서 온 루이스 캐롤의 스나크 사냥을 먼저 읽었다.

다 읽고 느낀 감정은 이렇다.
이거 뭐지?

단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괴상망측한 시다. 그것도 긴 시다. 별로 우습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부록으로 딸려온 게 재미없다고 미야베 미유키 작품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녀의 여러 작품을 통해서 형성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재밌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취향에 맞았다.

스나크 사냥은 하루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밤에 사건이 발생하고 다음날 아침에 사건이 마무리된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게이코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애인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 하지만 시험에 합격한 애인은 그녀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 게이코가 그의 결혼식에 사격 선수용 산탄총을 가지고 가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총을 중심으로 얽혀들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 끝에 방아쇠는 당겨진다.

이때까지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글 중에서 가장 시원시원한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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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 시공 청소년 문학 12
크리스토퍼 폴 커티스 지음, 이승숙 옮김 / 시공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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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 상 수상작을 좋아한다.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라 성인이 읽기에는 별로다 싶은 작품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그런 작품도 최소한의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사서 후회하는 일은 별로 없다.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뉴베리 수상작 중에서 성인이 읽기에는 심심한 글을 걸러내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분량이다.
경험상 분량이 많은 작품은 어른이 읽어도 무난한 경우가 많았다. 짧으면 아동취향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는 300쪽 가량 된다. 내 기준에 의하면 어른이 읽어도 재밌을 책이다. 그래서 읽었고 이번 작품에서는 기준이 맞았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간혼 기준에 어긋나는 작품도 있다.)

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의 배경은 대공황기이다. 버드는 6살 때 엄마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고 있다. 10살 때 위탁가정에 위탁돼다가 그 집 아이가 괴롭혀서 뛰쳐나온다. 그리고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난다. 당연히 고생을 하게 되고, 여정 중에 만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구성이다. 하지만 전혀 식상하지 않다. 단순한 구성을 작가는 좋은 솜씨로 꾸며놓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전편에 흐르는 유머다. 특히 '더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더 유능한 거짓말쟁이가 되기 위한 버드 콜드웰의 법칙.'이 좋았다. 후반부의 유머스러한 장면들과 반전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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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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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웨이즈 3번가의 석양은 가난했지만 정이 많았던 1958년의 일을 다루고있다. 직접 겪는 등장인물들에게는 큰 일이지만 지켜보는 독자 입장에서는 소소하게 보이는 사건들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무조건 옛날이 좋았어 식으로 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옛날을 그리워하는 시각으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담담한 서술 때문에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 생각 많이 했다. 시간이 갈수록 예전의 고생은 기억 속에서 미화되기 마련이라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옛날 보다 지금이 좋다. 가난했지만 정이 많았던 시절 보다는 정은 좀 덜 있어도 풍족한 현실이 좋다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이 오늘날과 비교해서 정말 정이 넘쳤을 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책은 재밌었다. 가난했지만 정이 많았던 시절을 부각하기 위해서 어거지를 부리지 않았고, 감정이 과잉되어 신파로 빠지지도 않았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을 정도에서 호흡을 조절했다.

3번가의 석양은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단편은 1개월의 간격을 두고 그 월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단편의 주인공은 모두 다른데 같은 마을 주민이다. 한 단편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인물이 다른 단편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식으로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작품이 풍성해지고, 마을 주민들간의 인정도 쉽게 가슴에 와닿는다.

첫 번째 이야기는 4월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의 장난이 깜찍했다. 두 번째 5월의 이야기는 작은 구멍가게를 호구지책으로 삼아 살아가면서 문학가의 길을 걷고 있는 아저씨를 다루고 있다. 그가 짧은 기간 꿈꾸었던 망상이 유쾌했다. 6월 이야기는 가난한 아이의 심적 갈등이 잘 드러나 있었다. 판타지 냄새가 조금 났다. 7월 이야기는 부모님의 맞선에서 마주친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이고, 8월 이야기는 동네 사람들 간의 인정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단편이라고 생각한다. 9월 이야기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겨서 마음에 들었다. 10월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 등에서 본 적이 있던 설정이라 새롭진 않았지만 앞의 단편들처럼 흐뭇하게 읽을 수 있었다. 11월 이야기는 가게 주인과 종업원 사이의 가족같은 정이 잘 그려져 있다. 12월의 이야기는 귀여운 러브 스토리다. 1월 이야기는 어른과는 다른 아이들 사이의 정이 잘 드러난다. 2월은 5월의 주인공 아저씨가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장 즐겁게 읽었던 단편이 2월의 이야기였다. 3월은 1958년에서 시간이 많이 흐른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 단편에 등장했던 사람들은 중장년 혹은 노년이 되어 있다. 각 편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언급되지 않았던 인물들도 다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품의 성격상 분명히 그럴 것이다.

전체적으로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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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중국사 - 역사읽기, 이제는 지도다!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3
박한제 외 지음 / 사계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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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긴 역사를 220쪽 정도로 압축해 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아틀라스 중국사는 그 일을 무난하게 해냈습니다. 아틀라스 중국사를 읽으면서 알지 못했던 중국의 역사를 꽤 알게 되었습니다. 나름 중국 역사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기 때문에 조금 놀랐습니다. 아마도 특정 주제에 맞춘 글을 주로 읽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중국 환관에 관한 책, 과거제도에 관한 책, 실크로드에 관한 책, 뭐 이런 주제의 책들 말이죠.

아틀라스 중국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중국역사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입문서, 개설서로 읽기에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일반 상식을 얻는 차원에서 읽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매 쪽마다 지도와 그 시대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서화, 조각 사진이 실려 있고 간략한 연표도 실려 있습니다. 그래서 술술 잘 읽혔습니다. 특히 지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텍스트와 지도가 붙어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많은 부분 저자들이 직접 그렸다는데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났습니다.

고대사 부분은 좀 지루했습니다. 그나마 수나라와 당나라를 다룬 부분이 덜 지루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고대 역사 부분은 관심이 없어서 지루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반대로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원나라, 명나라를 다룬 부분은 흥미로웠습니다. 영락제의 반란을 다룬 정난의 변이나 정화의 해외원정을 다룬 대항해시대 같은 챕터 말입니다. 좀더 자세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고대사 만큼 관심이 없었던 현대사는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을 다룬 챕터 말입니다. 모택동 참 삽질 많이 했다 싶습니다. 이 쪽도 짧아서 아쉬웠습니다. 뭔가 더 알고 싶을만 하면 글이 끝나더군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틀라스 중국사는 입문서로서는 꽤 훌륭한데 전공자들이나 중국 역사에 해박한 사람들이 읽기에는 좀 싱겁겠다 싶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220쪽 정도로 중국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입니다. 그러니 중국 역사를 상세히 알고 싶은 분은 다른 분량 많은 책을 택하는 게 나을 겁니다. 그런 책은 대개 딱딱하니 읽기 편한 아틀라스 중국사를 읽고 중국역사에 관심이 생기면, 특정 주제에 맞춘 책을 구해 읽거나 각 시대의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을 구해 읽으면 되겠습니다.

중, 고등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으면 사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지도와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글이 좀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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