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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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웨이즈 3번가의 석양은 가난했지만 정이 많았던 1958년의 일을 다루고있다. 직접 겪는 등장인물들에게는 큰 일이지만 지켜보는 독자 입장에서는 소소하게 보이는 사건들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무조건 옛날이 좋았어 식으로 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옛날을 그리워하는 시각으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담담한 서술 때문에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 생각 많이 했다. 시간이 갈수록 예전의 고생은 기억 속에서 미화되기 마련이라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옛날 보다 지금이 좋다. 가난했지만 정이 많았던 시절 보다는 정은 좀 덜 있어도 풍족한 현실이 좋다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이 오늘날과 비교해서 정말 정이 넘쳤을 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책은 재밌었다. 가난했지만 정이 많았던 시절을 부각하기 위해서 어거지를 부리지 않았고, 감정이 과잉되어 신파로 빠지지도 않았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을 정도에서 호흡을 조절했다.

3번가의 석양은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단편은 1개월의 간격을 두고 그 월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단편의 주인공은 모두 다른데 같은 마을 주민이다. 한 단편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인물이 다른 단편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식으로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작품이 풍성해지고, 마을 주민들간의 인정도 쉽게 가슴에 와닿는다.

첫 번째 이야기는 4월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의 장난이 깜찍했다. 두 번째 5월의 이야기는 작은 구멍가게를 호구지책으로 삼아 살아가면서 문학가의 길을 걷고 있는 아저씨를 다루고 있다. 그가 짧은 기간 꿈꾸었던 망상이 유쾌했다. 6월 이야기는 가난한 아이의 심적 갈등이 잘 드러나 있었다. 판타지 냄새가 조금 났다. 7월 이야기는 부모님의 맞선에서 마주친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이고, 8월 이야기는 동네 사람들 간의 인정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단편이라고 생각한다. 9월 이야기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겨서 마음에 들었다. 10월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 등에서 본 적이 있던 설정이라 새롭진 않았지만 앞의 단편들처럼 흐뭇하게 읽을 수 있었다. 11월 이야기는 가게 주인과 종업원 사이의 가족같은 정이 잘 그려져 있다. 12월의 이야기는 귀여운 러브 스토리다. 1월 이야기는 어른과는 다른 아이들 사이의 정이 잘 드러난다. 2월은 5월의 주인공 아저씨가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장 즐겁게 읽었던 단편이 2월의 이야기였다. 3월은 1958년에서 시간이 많이 흐른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 단편에 등장했던 사람들은 중장년 혹은 노년이 되어 있다. 각 편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언급되지 않았던 인물들도 다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품의 성격상 분명히 그럴 것이다.

전체적으로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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