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이어 원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데이비드 마주켈리.프랭크 밀러 지음, 곽경신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영화를 통해서 배트맨을 처음 접했다. 그해 미국에서 흥행에 대성공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 역을 맡았고, 잭 니콜슨이 조커 역을 맞아 열연을 펼쳤었다. 배트맨 개봉연도가 1989년이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얼추 20년이 되어간다.

흥행 성적이 좋아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특별한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이어진 배트맨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냥 볼만하다 정도의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4탄 배트맨과 로빈은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들도 그리 느꼈는지 4탄 이후 인기가 폭락하면서 시리즈는 끝이 났다.

헌데 2005년에 배트맨 비긴스를 통해서 시리즈가 부활했다. 헐리우드 입장에서는 큰 돈을 벌 가능성이 농후한 프랜차이즈를 포기하기 아까웠을 거다. 배트맨 비긴스도 보았는데, 마찬가지로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냥 무난한 정도라는 감상이 들었다. 그리고 작년에 다크 나이트가 나왔다. 배트맨 시리즈는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재밌다, 걸작이다, 라는 소리가 들렸다. 귀가 얇은 편이라 당장 극장에 달려갔고 재밌게 보았다. 배트맨이 나오는 영화가 재밌기는 처음이었다.

영화의 흥행 성공 덕인지 배트맨을 다룬 그래픽 노블이 꽤 나왔는데, 나도 영화 때문에 몇 권 구해 읽었다. 그리고 지금 배트맨 이어 원을 막 읽었다.

배트맨 이어 원은 배트맨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 배트맨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고든 부서장과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캣우먼 같은 반가운 얼굴도 보여서 반가웠다. 조커가 나오지 않는 건 아쉽지만 기원을 다룬 책에서 조커가 나오는 건 좀 그렇긴 하다. 마지막에 슬쩍 언급되긴 한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을 그래픽 노블을 보면서도 느꼈는데 배트맨은 살짝 정신이 돈 것 같다.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라는 이중 신분은 그 정신분열증의 결과처럼 보인다. 예전에는 반대로, 그러니까 이중신분이 정신분열을 일으켰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배트맨의 탄생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고든 부서장의 비중이 높은 것도 마음에 들었고. 부록의 분량이 상당한데, 미국 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부록을 통해서 약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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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환상문학전집 11
필립 K. 딕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밤을 새도 팔팔하던 시절에 우연히 주말의 영화를 보았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두운 하늘을 차가 날고 있었다. 빌딩의 커다란 전광판에는 기모노를 입고 하얀 분칠을 한 여성이 등장하는 광고가 방송되고 있었고, 거리에는 포장마차들이 서 있었다. 그 풍경에 반해서 채널을 고정시키고 영화를 보았다. 그 영화가 SF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블레이드 러너였다.
 
지친 표정의 해리슨 포드가 리플리컨트를 추적해서 하나씩 제거할 때 느껴지던 안타까움, 음울한 날씨, 숀 영의 아름다움, 미래 사회의 암울함, 비속에서 죽어가며 읊조리던 롯거 하우어의 대사. 그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읽으려고 했는데, 번역 출간된 대부분의 SF가 그렇듯 절판이었다. 나중에 겨우 구해서 읽었는데 영화와는 스토리가 꽤 달랐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 꽤 있었다. 황금가지에서 새로 나온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는 이해 안 가는 구절이 적었다. 번역이 내 취향에 맞았기 때문인 듯하다.

글은 아침에 일어난 데커드가 아내와 실랑이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세계대전으로 방사능 낙진이 떨어지는 미래인데 그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었고, 살아남은 동물들도 숫자가 적어서 무척 귀한 시대이다. 그래서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과 집착이 아주 대단한데 그런 사랑과 집착을 초반부에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설정은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데커드가 하는 일에 동기부여를 하고, 안드로이드를 구별하는데도 사용되며, 잘은 모르겠지만 작가의 주장과 깊은 관계가 있는 듯한 머서주의에 대한 연결에까지 사용된다. 주제의식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것 같은데 나는 중반부의 안드로이드 사냥에 집중하고 읽었던 탓에 거기에 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데커드의 직업은 안드로이드 사냥꾼이다. 불법으로 지구에 들어온 식민지의 안드로이드를 색출해서 제거하는 일이다. 현상금을 받아서 전기 양 말고, 진짜 양을 사고 싶어하는 데커드는 신형 안드로이드가 지구로 잠입했다는 소식에 기뻐한다. 선임자가 그들에게 당해서 병원에 입원했지만 개의치 않는다. 어서 잡아서 돈을 타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지만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다. 나중에는 누가 누구인지 모를 혼란까지 겪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중반부의 그 장면들이 제일 재밌었다.

글을 읽는 동안 잊었다고 생각했던 영화장면들이 떠올라서 즐거웠다. 다른 구석이 꽤 있었지만 소설 캐릭터와 영화 캐릭터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는 영화도 좋고 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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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속의 소녀
제프리 포드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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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프리 포드는 SF 작가라고 알고 있었는데, 작가 소개를 보니 장르를 넘나드는 글을 많이 썼네요. 유령 속의 소녀도 유령이 나온다고 해서 판타지 계열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의외로 진지한(?) 미스터리물입니다. 하긴 에드거 상을 수상했으니 추리물인게 이상한 일은 아니죠.

작가가 다양한 장르를 쓴 게 영향을 미쳤는지 유리 속의 소녀는 독특한 맛이 납니다. 우선 탐정 역을 하는 사람이 사기꾼입니다. 그것도 평범한 사기를 치는 게 아니라 영매라고 사기를 칩니다. 어릴 때부터 사기로 잔뼈가 굵은 토머스 셸은 멕시코계 고아 소년 디에고와 거인 안토니를 데리고 죽은 사람을 불러준다고 연극을 하면서 유족들을 등칩니다. 이런 유의 사기를 혐오하는 편인데 대공항기의 혼란한 사회상과 맞물리니 그다지 밉지 않네요. 그들의 인간미 넘치는 성격이 호감을 품는데 영향을 미쳤나 봅니다.

어느 날 셸은 유령이 보인다고 사기를 치다가 유리창에 비친 소녀를 보게 됩니다. 진짜 유령을 보게 된 셸은 혼란에 빠지고, 그를 중심으로 한 사기단은 그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사건에 말려들게 됩니다. 셸은 신문에서 실종된 소녀의 사진을 보고 이 소녀가 바로 유리창에서 보았던 그 유령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때문에 사기단은 탐정단으로 역할을 바꾸게 됩니다.

그들은 실종된 딸의 부모에게 접근해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가는데,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사기단이지 경찰이 아니니까요. 비전문가가 수사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저런 시도가 허위로 돌아갈 때는 다시 유령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그렇지는 않네요. 저 놈이 범인이다, 라고 유령이 말을 하거나 손짓으로 가리키면 사건이 바로 끝나버리니까 나타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그래도 등장하지 않으니 조금 섭섭하네요.^^

사기단은 능력을 총동원해서 열심히 수사를 하고 약간의 운이 더해져서 진실에 접근하게 됩니다. 그 진실이란 게 크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요새 하도 끔찍한 뉴스를 많이 접해서 말이죠.

새해는 징조가 좋은지 독서 성공률이 높네요. 유리 속의 소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교류가 좋았고, 무엇보다도 유머가 좋았습니다. 딱딱하기만 한 글은 재미가 없죠. 그리고 재미와 별개로 정이 가는 책이 있는데 유리 속의 소녀가 그랬습니다.







사족-스포일러 나옵니다.






셸이 유령을 봄으로써 사건이 시작되는데, 나중에 가면 그게 진짜 유령인지 아니면 꾸며낸 것인지 모호해 지는데 제가 보기에는 꾸며낸 것 같습니다. 그쪽이 작품의 성향과 맞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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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순간
빌 밸린저 지음, 이다혜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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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벨린저의 대표작이라는 기나긴 순간은 여러 가지로 이와 손톱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교차 서술로 긴장감을 고조시킨 점이 그렇고, 봉인을 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흠, 억지스럽네요.^^

기나긴 순간을 단순하게 줄이면 기억을 잃고 병원에서 깨어난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정이 흥미롭긴한데 이와 손톱보다는 재미가 덜하네요.



스포일러 나옵니다. 책을 읽지 않은 분은 그만 읽으시길.(트릭이나 사건 진상에 관한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인공이 죽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목이 거의 잘린 채로 발견이 됩니다. 그는 기억을 잃어서 누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가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책을 보는 내내 응원하면서 읽었는데 마지막에 기억을 온전히 찾는 순간 죽어버립니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해서 열심히 응원했는데 죽어버리면 맥이 빠지죠. 그 결과 빌 벨린저 자체에 대한 맥도 빠져버렸습니다. 대표작이라는 이와 손톱, 연기로 그린 초상, 기나긴 순간이 다 번역되어 나왔고 더 이상은 나올 것 같지 않고, 나와도 작품 수준은 이 세 작품에 미치지 못할 것 같으니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싶습니다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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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알리바이
로맹 사르두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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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데뷔작 13번째 마을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기독교의 영향력이 강대한 중세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추리물인데 작가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의 재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후의 알리바이를 읽었습니다. 괜찮은 작품인데 전작만은 못하네요.

로맹 사르두는 프랑스 작가이고 작품도 불어로 쓰였을 것 같은데(불문학을 전공한 역자를 보면), 배경은 미국이고 등장인물도 죄다 미국인입니다. 내용도 미국적이어서 미국 스릴러물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미국 뉴햄프셔 고속도로 현장에서 24구의 시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특이하게도 피살자들에게서 저항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피살자들은 공통점도 없습니다. 갑자기 등장해서 사건을 가로챈 FBI가 뭔가를 감추는 느낌이 드는 가운데 사건은 미궁으로 들어가고 그 즈음 사건 현장과 가까운 대학교에 부임한 젊은 영문학 교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건에 말려듭니다.

범인이 너무 뛰어나서 사기 캐릭터 같다는 인상이 듭니다. 탁월함이 지나쳐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돕니다. 그래서 작품의 균형이 좀 깨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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