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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평점 :
지각 대장 존이란 제목을 보고 학교가기 싫어서 몸살을 앓는 아이가 주인공이려니 했는데 그렇지는 않네요. 그 정도 상황이면 등교하기 싫을 텐데 꼬박꼬박 출석하는 게 존경스러울 지경입니다.
저는 학교가 정말 가기 싫었습니다. 하루하루 재밌게 놀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새벽(?)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라니. 딱딱한 책상에 붙들어 놓고는 싫은 공부를 강제로 가르치고 숙제도 막 내주고, 게다가 때리기까지 합니다. 어찌나 싫던지 보름 정도 다니다가 관둬버렸습니다. 한 이틀은 좋았는데 삼 일째부터는 심심해서 몸살이 나더군요. 친구들이 모조리 학교에 가서 같이 놀 사람이 없었던 것이죠. 그때는 방송이 오후 5시30분에 시작되고 변변한 장난감도 없던 시대라 혼자 놀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글자도 몰라서 책을 읽을 수도 없고 말이죠. 결국 일주일 만에 두 손 들었고 차츰 학교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존의 지각은 아이 책임이 아닙니다. 아이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때문에 발생합니다. 하수구에서 악어가 튀어나오고 덤불에서 사자가 덤비고 파도가 덮치고, 이건 정말 믿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입니다. 존이 선생님에게 사실대로 지각사유를 설명했을 때 거짓말이라고 몰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선생님이 좀 막힌 사람인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비난을 받아야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 생각은 다르더군요. 사정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거짓말로 몰아서 벌을 준 건 선생님이 무척 잘못한 거랍니다. 당연한 이유로 마지막 장면에서 통쾌하게 웃더군요. 조그만 녀석이 손뼉치고 좋아하는 게 웃겨서 저도 같이 웃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선생님에게 동정이 가더군요. 나이 먹어서 그럴까요.
그나저나 존이라는 아이 정말 꿋꿋하네요. 다음날에도 학교 가려고 나서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학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나가야 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 작가가 그림책을 만든 건 아닐 텐데 읽다보면 꼭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