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의 계절
온다 리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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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다 리쿠를 좋아해서 그녀의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서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특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밤의 피크닉, 굽이치는 강가에서, 네버 랜드, 흑과 다의 환상(오랜만에 같이 여행을 떠난 중년의 남녀가 주인공이지만, 과거를 회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같은 성향의 작품으로 묶습니다.) 같은 작품들 말입니다. 그래서 구형의 계절이 나왔을 때 기뻤습니다.

야츠에는 4개의 고등학교가 있는데 학교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서로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은 있겠죠. 네 학교의 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연합 서클 지역연이 있습니다. 지역연의 학생들은 마을에 돌고 있는 괴소문을 추적합니다.

그 괴소문이란 게 좀 묘합니다. 소문의 내용은 약간씩 다릅니다만 대개 5월 17일에 엔도란 학생이 외계인에 납치된다는 식입니다. 단순히 이 소문을 추적하는 식으로 써도 좋은 소설이 되었을 텐데, 역시 온다 리쿠는 여러 요소를 섞어 버립니다. 글은 뒤로 가면서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입니다. 마을의 괴담이나 숨겨진 사실들도 튀어나오고 말이죠.

온다 리쿠는 성장담을 잘 쓰는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 같은 요소를 섞어서 성장담을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재밌어요. 과거의 숨겨진 사실들이 등장하고(충격적으로 폭로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등장인물들이 그 이야기를 하면서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고 하는 식의 이야기를 참 재밌게 꾸며서 들려줍니다. 이 작품 뿐만이 아니라 앞에 언급된 작품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구형의 계절에는 다양한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데(도드라지는 주인공이 없습니다), 남녀 학생들의 감정 묘사가 그럴싸 합니다. 진짜 저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학생들의 심리 변화와 갈등이 그럴싸 했고, 그걸 구경하는 게 재밌었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여러 쟝르적 요소가 섞인 쟝르 복합적인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면 온다 리쿠는 여러 요소를 섞어 놓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여섯 번째 사요코나 구형의 계절을 보면 초기작부터 그런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확실히 매듭짓지 않고 결말을 어느 정도 열어둔 것도 온다 리쿠 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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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둔의 기억 1 - 제1부 저항군, 제1권 수색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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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있다. 잭은 얼핏 봐도 평범한 소년은 아닌 듯 하다. 소년은 불길함 예감을 느끼고 수업이 끝나는 순간 급히 집으로 간다. 예감은 틀리지 않아서 부모님이 죽어 있다. 부모님을 죽인 자는 둘, 그들은 알 수 없는 언어를 쓰며 잭에게 강한 적대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잭을 죽이려 한다. 분노한 잭은 죽신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덤벼든다.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향해. 그때 정체 불명의 청년 둘이 새로 등장하고, 잭을 구하기 위해서 그들과 싸운다. 청년들은 싸움에서 이기지는 못하지만 잭은 살려서 도망친다.

소녀가 있다. 소녀 빅토리아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상처 입은 자들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었다.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소녀는 부자 할머니에게 입양되어 고아원을 떠난다. 평범하게 크던 소녀는 상처입은 사람을 치료하다 누가 뒤를 쫓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를 죽이려고 쫓는 정체불명의 사람들 말고도 그녀를 쫓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다행히 후자는 그녀를 도우려는 사람들이다.

이둔이라는 세계가 있다. 지구와는 다른 세계이다. 이둔의 여섯 전체가 결합하는 순간 유니콘과 용은 몰살당하고 셰크와 함께 등장한 네크로멘서 아슈란이 이둔을 정복한다.

림바드가 있다. 이둔과 지구 사이의 아주 작은 세계다. 아슈란을 피해 지구로 도망치던 마법사 샤일과 전사 알산은 림바드를 발견하게 되고 그 곳을 거점으로 저항군을 조직하려 한다. 잭과 빅토리아를 구해준 사람이 이 둘이다. 그들은 빅토리아를 구하고 2년후 잭을 구해서 림바드로 데리고 온다.

여기 림바드에서 처음으로 소년과 소녀가 만난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둘 사이에서 뭔가가 자라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상관없다. 둘은 운명으로 묶이게 된다. 소년은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나중에는 빅토리아를 위협하는 자를 제거하기 위해 키르타슈와 대립한다.

키르타슈가 있다. 비밀에 휩싸인, 인간 같지 않은 차가움과 강함으로 무장하고 잭과 빅토리아는 물론 샤일과 알산을 위협한다. 그는 넷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을 정도로 강하다.

잭은 숙적인 키르타슈를 죽이려 한다. 키르타슈도 마찬가지로 잭을 죽이려 한다. 그러나 일은 둘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장난꾸러기 같은 운명이 둘을 이상한 방향으로 꼬아버린다.

이둔의 기억은 스페인 판타지다. 한국 판타지와는 다른 독특한 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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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패의 집단 가출 - 허영만의 캐나다 여행 우보산행의 철학, 허영만의 이색여행 프로젝트 1 탐나는 캠핑 3
허영만 그림, 이남기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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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생업을 던져두고 한 달(짧은 사람은 20일) 동안 외국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사실 나도 마음 굳게 먹으면 3주 정도는 캐나다에서 놀 수 있으니 중요한 건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여유를 내기가 어렵다. 캐나다에서 마음 편하게 한 달 놀려면 적어도 1년 동안은 내핍생활을 해야 하는데, 한 달 잘 놀자고 1년 고생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 여행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일한다는 사람이 드물지 않은 세상이니 말이다.

부러운 것이 하나 더 있다. 캐나다의 넓은 영토와 풍부한 자원이 부럽다. 세계에서 2 번째로 넓은 땅에 적은 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한국처럼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한국에서 이민간 사람들은 아둥바둥 하는 것 같다만 그래도 한국에서 하던 것 보다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나는 갈 수 없으니 허패가 여행하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나 하자. 책을 읽기 전에 허패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허영만 패거리라는 뜻이었다. 친한 사람들끼리 여행을 가는 것 만큼 즐거운 게 어디 있겠나. 책 속의 글, 사진, 만화에서 즐거움이 흘러넘친다. 야영 위주라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글을 읽고 있으려니 야영이 하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몇가지.

와인이 유행은 유행인 모양이다. 와인이 좋아서 허패 중 한 명이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딸 정도이니 말이다. 캐나다 와인이 맛 있다는데 달달한 싸구려 와인을 좋아하는 내 입에는 아마 맞지 않을 듯.
글 중에 허영만 화백께서 캐나다 원주민 생김이나 골격이 몽골인들 같지 않다는 의문을 표했는데 글쓴이는 그 의문에 답을 못했다. 나는 안다. 남북 아메리카로 건너간 사람들의(인디언) 유전인자는 동아시아에 정착한 사람들의 유전인자와 다르다고 한다. 몽골계통 사람들과는 부족이 다른 거지. 그러니까 우리 조상의 일부가 아메리카로 건너가 인디언이 되었다는 소리는 틀린 말이다.

허영만 님을 비롯해서 허패 중에서 나이가 많은 쪽은 한식을 선호했다. 요리를 맡은 분이 매일 한식 요리하느라 힘이 들었을 듯. 바쁜 분들이 돌아가고 젊은 축들이 남게 되자 식당에서 햄버거 등을 사먹는 쪽으로 결정하는 걸 보고 웃었다. 외국여행 갔으면 입 맛에 좀 안 맞더라도 한식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현지의 음식을 먹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여행을 가면 철저하게 현지식으로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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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크 사냥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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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크 사냥을 사면 부록으로 루이스 캐럴의 스나크 사냥을 끼워준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스나크 사냥의 제목은 저 루이스 캐롤의 작품에서 따온 모양이다.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의 스나크 사냥을 읽기 전에 딸려서 온 루이스 캐롤의 스나크 사냥을 먼저 읽었다.

다 읽고 느낀 감정은 이렇다.
이거 뭐지?

단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괴상망측한 시다. 그것도 긴 시다. 별로 우습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부록으로 딸려온 게 재미없다고 미야베 미유키 작품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녀의 여러 작품을 통해서 형성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재밌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취향에 맞았다.

스나크 사냥은 하루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밤에 사건이 발생하고 다음날 아침에 사건이 마무리된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게이코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애인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 하지만 시험에 합격한 애인은 그녀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 게이코가 그의 결혼식에 사격 선수용 산탄총을 가지고 가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총을 중심으로 얽혀들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 끝에 방아쇠는 당겨진다.

이때까지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글 중에서 가장 시원시원한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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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 시공 청소년 문학 12
크리스토퍼 폴 커티스 지음, 이승숙 옮김 / 시공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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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 상 수상작을 좋아한다.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라 성인이 읽기에는 별로다 싶은 작품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그런 작품도 최소한의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사서 후회하는 일은 별로 없다.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뉴베리 수상작 중에서 성인이 읽기에는 심심한 글을 걸러내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분량이다.
경험상 분량이 많은 작품은 어른이 읽어도 무난한 경우가 많았다. 짧으면 아동취향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는 300쪽 가량 된다. 내 기준에 의하면 어른이 읽어도 재밌을 책이다. 그래서 읽었고 이번 작품에서는 기준이 맞았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간혼 기준에 어긋나는 작품도 있다.)

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의 배경은 대공황기이다. 버드는 6살 때 엄마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고 있다. 10살 때 위탁가정에 위탁돼다가 그 집 아이가 괴롭혀서 뛰쳐나온다. 그리고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난다. 당연히 고생을 하게 되고, 여정 중에 만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구성이다. 하지만 전혀 식상하지 않다. 단순한 구성을 작가는 좋은 솜씨로 꾸며놓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전편에 흐르는 유머다. 특히 '더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더 유능한 거짓말쟁이가 되기 위한 버드 콜드웰의 법칙.'이 좋았다. 후반부의 유머스러한 장면들과 반전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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