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니엘 호손이라면 대부분 주홍글씨를 떠올릴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교과서에 실렸던 큰바위얼굴을 제외한다면 그의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읽은 작품이 주홍글씨였다. 그러나 그 명성에 비해 나는 주홍글씨가 재밌진 않았다. 주홍글씨는 문학계에서 대단하게 여기는 것과 소설적인 재미가 일치하진 않다는 걸 일깨워주었다. 그건 아마도 시대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 당시의 청교도적인 분위기와 엄숙한 사회상, 간통, 남녀간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흥미진진할 지 모르나 현대의 복잡다난하고 성적으로 개방된 상황에서는 그들의 갈등이 그다지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한테는 그저그렇게 다가온 모양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산 것은 그의 단편 큰바위 얼굴에 대한 감동 때문이었다. 큰바위 얼굴은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이었는데 내가 처음 접했을 때 이후의 복잡한 정치상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삼김에 대한 실망때문인지 계속 머리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런 정치가가 우리나라에도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이 책을 샀다. 그러데 황당하게도 이 단편선에는 큰바위얼굴이 실려있지 않았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큰바위얼굴은 질적인 면에서 그의 대표작으로는 손색이 있어서 포함하지 않았다 했다.하지만 그건 역자 생각이고 단편선을 다 읽은 지금에 와서는 큰바위얼굴이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단편선에 실린 12편의 단편은 다층적인 상징과 애매모호하거나 아니면 개운치 않은 결말로 사람을 찝찝하게 만들었다. 헐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서 그럴수도 있겠으나 책을 사서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속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강단에 서서 아이를 가르치는 교수들 입장에서는 이런 상징과 다층적인 의미가 크게 다가올 지 모르겠으나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심드렁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요새 누가 책을 읽으면서 골치 아프게 그런 것들 생각하면서 읽나!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연구자들, 명작이나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혹시 다음에 재판이 나오거든 반드시 큰바위얼굴을 포함시키기 바란다. 꼭
큰바위 얼굴이 수록된 단편집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