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파괴하는 것은 폭격이 아니라 임대료 통제 정책이다

하이에크는 스승 미제스(Ludwig Edler von Mises)의 영향을 받았다. 미제스는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망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인센티브가 없으니까 경제주체가 일을 안 하고, 시장이 없기에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서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 P116

시장이 없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 아래선 수많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국가 통계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작동 불능으로 망하게 될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공산국가가 차례로 망한 이유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 P117

하이에크는 사유재산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말했다. "사유재산제도만이 혁신할 수 있는 경제적 동기를 불어넣는다." - P117

경제민주화는 경제 침체를 가져오는 첩경이다 - P120

하이에크는 정치인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 쉽다고 경고했다. 정치인은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케인스의 처방). 이런 처방은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것이 하이에크의 주장이다 - P121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포퓰리즘 정치인의 모럴리스크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 P124

워런 버핏은 투자할 때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물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여 올릴 수 있는 가격 결정권을 가진 회사의 주식에만 투자하라고 했다. - P124

노조는 사회정의란 명목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귀족 노조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 P130

경제민주화가 경제 침체를 가져오리란 하이에크의 이론은 현실 속에서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 P130

세상이 점점 더 평평해진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직업의 지리학』 저자 엔리코 모레티는 아니라고 한다! - P134

왜 미국 IT 기업이나 바이오 기업은 비용이 싼 인도나 중국으로 옮겨가지 않는 것일까?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왜 세상이 평평해지지 않는 걸까? 엔리코 모레티에 의하면, 세계화가 적용되는 분야가 있고 적용 안 되는 분야가 있다고 한다. - P135

전통 제조업은 세계화로 국제 분업이 일어나고 세상이 평평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면, 제조업 공장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다시 중국으로 옮겨간다. 스웨터 만드는 공장은 인건비가 싸고, 전기가 들어오고, 땅값이 싼 곳이면 어디든 옮겨갈 수 있다 - P135

왜 혁신 산업은 땅값 싸고 인건비 싼 지역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혁신 산업은 ‘뭉침의 힘’이 작용하는 장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P137

결과적으로 혁신 산업 기반 도시와 전통 제조업 기반 도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격차가 커질 것이다. 미국이 지역적으로 평평해지기보다는 갈수록 울퉁불퉁해지고 지역 간 불평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 P139

인적자원이 몰려 있는 곳에 혁신 기업이 몰리고 그런 혁신 기업이 생기는 도시는 번성하고 발전한다. - P142

제조업 중심의 지방 도시는 쇠퇴할 가능성이 높아 부동산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울산, 창원, 구미, 거제도, 군산 같은 제조업 중심 도시는 혁신과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에 의해서 점차 침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 P145

정부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서 지방 도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 P146

도시가 번성하려면 혁신 기업에 필요한 인재인 과학자, 기술자, 전문 지식인, 예술가 등이 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 P148

우리나라의 도시 간 불평등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우리가 도시 간 불평등을 원하지도 않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세상은 그렇게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다 - P149

돈을 벌고 싶다면 혁신 기업이 주도하는 도시에 투자하라 - P150

외부 효과(external effect)란 무엇인가? 외부 효과는 시장에서 돈을 매개로 사고팔고 하는 거래를 통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시장을 통하지 않고 그냥 공짜로 생기는 이득이나 손해를 말한다 - P154

인적자본 외부 효과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인재 덕분에 인재 아닌 다른 평범한 사람도 덕을 본다는 말이다. - P155

경제학자들은 인재랑 같이 일하면 다른 사람도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인재가 잘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인재 자신도 큰 이득을 챙기지만 주변 사람의 소득도 늘어나는 걸 확인했다. 흔히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 P155

인재가 슈퍼스타 도시로 몰리고, 이것이 슈퍼스타 도시에 인적자본 외부 효과를 낳고, 덕분에 슈퍼스타 도시의 주민은 다른 도시 주민보다 소득이 높아진다. 그러면 인재가 슈퍼스타 도시로 더욱더 몰리게 되는 연쇄반응이 나타난다. - P155

서울에 집중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P161

도시의 진정한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 P163

도시의 흥망성쇠 여부는 사람 특히 인재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P163

즐거운 도시가 번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도시가 번성한다는 것이다. - P166

구체적으로 도시의 무엇이 사람을 즐겁게 하나? 저자는 음식 문화, 패션 문화,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런 것이 잘 갖추어진 도시가 흥하고 번성한다는 것이다 - P166

더 잘살수록, 교육을 더 많이 받을수록 사람들은 수동적인 TV 시청보다 생생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문화 오락거리를 더 좋아한다. 그러니 부유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이 발달한 도시를 찾게 되고 도시를 흥하게 하는 것이다 - P169

도시의 진정한 힘은 사람, 특히 인재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한다. 인재를 끌어들이는 요소가 많은 도시일수록 도시는 성공하고 번영한다는 것이다 - P171

한국의 도시로 눈을 돌려서 생각해보자. 일자리가 풍부하고 음식, 패션,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을 즐기기 쉽고 짝을 만날 기회가 많은 도시는 어디인가? 거기다 자녀 교육을 시키기 좋고 안전한 동네는 어느 동네인가?

결국 당신이 얼마나 노력했느냐, 당신이 얼마나 고생했느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얼마나 만족했는지, 상대방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게 중요하다. - P190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에 따르면 서울에 똑똑한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평범한 월급쟁이가 평생 월급 모아서 번 것보다 더 많이 벌 수도 있다는 얘기다 - P198

한몫 잡으려면 땅 한 조각이라도 사 둬라 - P199

모든 지대는 도둑질이다. 지대는 노동에 대한 지속적인 부담이다. 인간이 노동을 하는 모든 순간마다 지대가 빠져나간다. 지대는 깊은 지하에서 생명을 걸고 일하는 사람에게도, 배를 타고 세찬 파도와 싸우며 일하는 사람에게도 부과된다. 지대는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서 온기를, 배고픈 사람에게서 음식을, 병자에게서 약품을, 불안한 사람에게서 평온을 빼앗는다. 지대는 열 식구가 지저분한 단칸방에서 살도록 만든다. - P201

헨리 조지는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모든 이야기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이미 한 말이다. 애덤 스미스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제학자답게 아주 간결하게 분업의 이익을 기술한 데 반해 문장력이 좋은 헨리 조지는 아주 설득력 있게 감동적으로 풀어서 쓴 것이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포장이 달라지니 대중의 반응이 더 뜨거웠을 뿐이다 - P203

그러면 10년 후에 이자율이 올라갈까?" 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질문을 바꿔본다.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겠는가? 노동자의 삶은 더 나아지겠는가?" 이때도 그의 대답은 명료하다.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내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 P206

그러면 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땅값이다. 당신도 한몫을 잡으려면 땅 한 조각이라도 사 둬라." 맞다. 이 사업가의 조언대로 땅만 사 두면 더 이상 일할 필요도 없다. 아무 일 안 해도, 사회에 아무 기여 안 해도 땅을 쥐고 있다면 10년 뒤, 그는 분명 대저택에서 살게 될 것이다. - P206

세상이 풍요로워지는 이유는 이타심 때문이 아니고 이기심 때문이라고 가르쳤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그리고 제빵 업자의 박애 정신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맞는 말이다. - P213

인간의 이기심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엔진이다. 정부는 이기적인 인간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이기심이 국가를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 P213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무작정 타인의 자비심만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일이다. 정부가 고상한 이타심이나 인정, 동포애 따위에만 의존한다면 필히 그 나라는 빈곤해질 것이다 - P216

집값은 투기꾼이 올리는 게 아니다. 경제 상황이 집값이 오를 만하게 되었기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경제가 호황이고 소득이 늘어나면 집값이 오른다고 애덤 스미스가 이미 말해주었다 - P218

호황일 때 토지 소유자가 노동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반대로 불황일 때는 노동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P218

그러니까 월급쟁이 무주택자들은 빨리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게 좋다. 반대로 불경기가 오면 부동산 부자도 타격을 받지만 노동자의 타격은 극심하다고 했다 - P219

요약하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서 부동산 가격이 언제 오르고 언제 내리는지 알려 주었고 지대가 어떤 원리로 결정되는지도 알려 주었다. 애덤 스미스가 가르쳐 준 것만 기억해도 부동산 투자의 중요한 원칙을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P219

땅값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도로 개통 - P220

그러나 GTX 요금이 지금 신문 보도에서 나오는 기사만큼 저렴하지 않다면 GTX 효과는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약화될 수 있다 - P225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이 입으로는 거창하게 나라를 위한 정책을 편다고 말하는데 실제 속셈은 다 자기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는 것이 공공선택이론이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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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우리는 성벽을 넘어야 하는군인과 같은 의무를 갖고 있다. 부상을 당했을 때 다른 군인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성벽을 오를 수 있겠는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7.7 - P184

세상 어느 누구도 인생에서 직면하는 모든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만능 연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신생아들만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은아니다. 우리는 성인이 돼서도 타인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경험이 있다면, 필요한 순간 그와 같은 도움을 청할 수도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신을 여전히 사랑한다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필요하면 요청하라, 형제애도 우정도사랑도 그렇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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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가 이런 말을 했다.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은 낯선 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는 것, 다른 사람의 눈으로, 그것도 백명이나 되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우주를 보는 것, 그들이저마다 보고 있으며 그들 자신이기도 한 백 가지 우주를보는 것이리라.
- P51

첫째, 분야에 상관없이 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찾아낸다. 이는 책 내용을 꿰뚫고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을 가졌다는 뜻이다.
- P54

이처럼 부분에 집중한 나머지 미처 알아채지 못한생각이나 시각을 친절하게 알려준다면 잘 쓴 서평이다.

잘 지어진 멋진 건물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대부분의 사람은 입구로 들어가서 1층을 구경하고 계단을 올라 2, 3층을 평면적으로 살펴본다. 잘 쓴 서평은 마치 건물을 볼 때정면, 후면, 측면뿐만 아니라 하늘 위에서 건물을 내려다보며 건축가가 염두에 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듯 책에서새로운 그 무엇을 발견하게 해준다.
- P55

또한 탁월한 서평가들은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스토리와 글만 따라가지 않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 P55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예요? 이 책으로 전달하고싶은 핵심이 뭐냐고요?‘
계속되는 질문은 대부분 해답을 데려온다. 그럼 결국 두꺼운 책 한 권을 짧게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 P55

그러다 가끔은 저자위 말에 동의할 수 없는 대목에서 멈춰 서서 반박할 말을 찾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논리력이 발달하고, 근거를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지식을확장해 간다.
- P55

둘째, 주제를 소개한 다음 자기 생각과 경험을 곁들인다.
이는 비단 서평 글에만 적용되는 잘 쓴 글의 조건이 아니다. 독서의 목적은 ‘행동의 변화‘ 이자 삶의 변화‘라는 말을들어보았을 것이다. 내가 읽은 글이 단순히 글로 머무르지않고 내 삶에 적용되어 삶을 바꾸고 생각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글이야말로 완성도 높은 글이라 할 수 있다.
- P56

하지만 독서광인 그분은 모두의 입장을 설명해주며 인과관계를 파악해보려 노력한다. 그분의 방식을 따르면 상대의 심리를 이해하고 공감 능력도 절로 높아질 것만 같다. 이처럼 디테일에 강한 리뷰는 내가 놓친 인물의 시각을 선물처럼 안겨주며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들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리뷰는 또 다른 독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 P57

만약 서평 쓰기에 익숙지 않다면, 책을 읽는 단계부터 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연습을 해보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죠?‘
‘왜 그래야 하죠?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
질문하기가 끝났다면 서평에 책의 핵심 내용을 쓰고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곁들이자. 마지막으로 책 내용과 관련된 나의 경험과 지식을 덧붙여 글을 풍성하게 만들면 좋다 - P57

나는 보통 핵심이 되는 세 가지를 추려 나열하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쓰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은책이라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을 뽑아 나열하기도 한다.
- P58

결국 서평 쓰기는 글을 쓰는 단계만을 뚝 잘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단계부터 ‘질문하기‘를 통해 어떤 글을 쓸지 정하고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책을실컷 읽어놓고 그다음에 서평에 뭐라고 쓰지?‘라고 고민한다면 서평 쓰기는 절로 버거운 활동이 되고 만다. 그러니 책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질문하자!
- P58

나는 글쓰기도 똑같은 방식으로 바라본다. 만약 누군가내 글을 읽고 글이 참 형편없네요. 틀린 부분도 많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하기도 힘들어요.‘라는 독설에 가까운 말을 했다고 상상해보자. 물론 기분이 좋을리 없다.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수 없다. 하지만 그 평가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내 글을 향한 것이다. 글에 국한된 평가를 나라는 사람에대한 평가‘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 P61

작가 헤밍웨이가 이렇게 말했다.
글 쓰는 것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글을 쓰려고세상에 태어났고, 여태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내 글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에 조금도 개의치 않으리라.
- P63

우리가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간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개인적인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나머지 낭비되는 시간을 잡아라. 그시간에 매일 글을 써서 차곡차곡 쌓기만 하면 된다. 매일글 쓰는 시간을 갖는 것, 꽤 고급스럽고 유익한 취미 생활이지 않은가?
- P75

물론 몇 번의 비아냥과 한심하다는 눈빛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럴 때 기죽으면 안 된다.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 그누구도, 설령 가족이라 할지라도 나만큼 나를 이해해줄 사람도, 나 대신 내 시간을 지켜낼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 P78

그런데 지나고 나니 그 몇 번도 진한 아쉬움의로 남는다. 스스로를 더 믿고 지지해줄걸, 남들이 뭐라는귀 닫고 못 들은 척할걸, 하는 생각들이 뒤늦게 들었기 때문이다.
- P78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지나간 일을 다시 곱씹으며 반성하는 기회도 늘었다. 가끔은 아주 부끄러운 흑역사까지 글로 담아내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물론 그런 글을쓰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지만 일단 쓰고 나면 글을 통해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 P85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아마 나보다 훨씬 많은 경험과 세세한 기억력, 긍정적인 마인드까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 쓸 이야기가 넘쳐날 테니 그저 쓰기만 하면 된다. 남을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내가 쓰고 싶은 걸 써보길 바란다. 그 글들이 모이면 결국 스스로를 더 좋아하게될 테고 그 값진 경험을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면 요새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인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쓰고 싶은글을 블로그에 꾸준히 써보자.
- P85

수십 권의 책을 집필한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쏟아내야 합니다.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서 꺼내놓기보다 우선 꺼내놓고 글을 고치는 것이 천 배 만 배 탁월한 전략이에요. 문장력이나 글솜씨에 대한 걱정은 집어 던지세요. 글의 내용이 중요하지, 형식이나 문장력은 그다음이에요

- P86

완벽한 생각과 문장을 꺼내놓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꺼내놓다 보니 생각이 분명해지고 계속 쓰다 보니 문장이 괜찮아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니 일단 쏟아내 보자, 혹시 아는가? 그 속에 진주 같은 아이디어가 숨어있을지
- P86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내 삶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각각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그과정에서 가끔은 뒤늦은 깨달음을, 또 가끔은 놀랄만한 통찰력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에서 만나는사람들과 사건 중에 무의미한 것은 없다는 결론도 얻었다.
- P91

그들은 내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깨달음을 주기 위해존재했고 깨달음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 얻느냐는 온전히나의 몫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나의 가족은 물론 나 스스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과 판단들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건 순전히 글을 쓰면서 일어난 내면의 변화였다.
- P91

무엇보다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었던 오랜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거창한 변화 대신 소소한 변화를, 외적인 성과 대신 내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글을 써보면 어떨까? 쓰면 쓸수록 당신은 스스로를더 잘, 그리고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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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은 특허 전문 변호사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 보디워크스의 사업 분야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죽은 이의 육신을 예술적인 추모비로 바꾸는 것, 다른 하나는 젊음의 샘이었다. 어느 쪽의 잠재력이 더큰지는 자명했다.
- P41

다음 또 그다음, 가시 돋친 질문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으리으리한 선물을 받아 놓고선 포장지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늘 있게 마련이지.
- P42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사랑을 만끽했다. 나를 해방시키고, 죄책감을 안기지 않고, 나를 짓누르는 일 없이 끌어올리는 사랑을 당연히 행복해야 마땅했지만 내가 느낀 것은 무력감과 정체감, 움직이고 있으면서도 어디로도 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 P44

배울 것은 너무나 많았고, 나의 끝나지 않는 학생 생활은 언제나시작을 눈앞에 둘 뿐 실제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나는 잠재력과 가능성과 첫걸음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았다. 악기를 배워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연습할 시간이100년이라면 거장이 될 법도 했으니까.
- P44

나는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그제야 비로소 남편의 말에 깃든 진실이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실은 오래전에 눈치채 놓고서 억지로 무시한진실이었다. 눈가와 입가의 주름, 감추려고 염색을 해서 뿌리 쪽만 하얗게센 머리, 느려지고 뻣뻣해지고 조심스러워진 몸동작 같은 것들. 남편은 내나이를 이미 한참 전에 따라잡고 그대로 계속 나이를 먹은 반면, 나는 우리 둘 다 시간의 파괴력 앞에 끄떡없는 척했다. 두려워서, 끝끝내 진실을부정하려 발버둥을 쳤다.
- P46

분노도 증오도 내 안에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 기자의 질문은 내 남편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던진 것이기도 했다. 그에게 일어나는 일이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일의 전조가 아니기를 바라며.
- P48

작품의 양손을 완성하는 데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작업실에 그저 멍하니 앉아 내 손으로 남편의 손에 깍지를 낀 채 며칠을 보내곤했다. 그와 함께 낭비했던 나의 시간을 돌아보며, 결코 이루어지지않을 함께하는 삶을 상상하며, 영영 태어나지 못할 우리 아이들을그리며,
- P48

일흔한 살이던 그해에 나는 임신한 몸이었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평온을 누리고 싶었다.
존이 죽기 전에 냉동 보관을 해 놓은 정자가 있었다. 이제야, 첫아이를 낳고 반세기가 더 지나고서야, 나는 마침내 준비가 되었던것이다.

- P49

하지만 내 외모는 아직도 서른 살로 보였기에 이 남자는, 구김살없고 혈색 좋은 얼굴에 붉은 턱수염이 수북하게 자란, 미소가 천연덕스럽고 목소리가 걸걸한 이 남자는, 내 곁에 앉고 싶어 했다. 남자는 쉰 중반쯤으로 보였고 십중팔구 본래 나이일 터였다. 보디워크스의 시술을 감당할 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 싶었다. - P49

"당신은 플라스티네이션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그게 왜 중요한지,
의학 연구와 교육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 얘기해 줬어요. 나는 집에서 본 사진 덕분에 당신이 누군지 금세 알아차렸고요.
당신은 정말로 열의가 넘치더군요. 우리한테 살갗이 다 벗겨진손 한 쌍을 보여 주면서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명해 줬어요. 그손의 근육과 뼈와 신경이 다 공학 기술의 경이로운 업적이라면서.
난 그걸 보고 당신이 스스로 만든 작품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어요.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도."
- P51

그 무렵의 내가 행복하게 지냈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을 잃고 나서 뒤늦게 행복했던 것을 알아차리는 경우는 자주 있게 마련이다.
- P51

"네 인생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어. 너한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사람처럼 행세하기 싫어서."
내가 말했다. 뒤이은 아들의 목소리에서는 앞서와 달리 이글거리는 분노가 느껴지지 않았다.
"끼어들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난 내내 기다렸는데."
- P52

미안 나는 그 말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세상에는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감정도 있으니까.
- P53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난 당신이 돌아올 거라고 철석같이믿었어요."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났다. 나의 시간이 멈춰 있는 동안 너무나많은 이들이 세상을 떴다. 그런데도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 P53

"몇 년 후에는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내가 얼마나 멍청한놈이었는지 그제야 알겠더군요. 당신은 나에게 삶을 줬지만,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사랑은 중력 같은게 아니에요. 그냥 늘 존재하는 거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선 안 돼요. 그러니까 나는 계속 그렇게 기다릴 게 아니라, 마땅히 내 손으로 삶을 개척해야 했던 거죠."
- P53

이제는 그 사람을 만나도 괜찮지 않을까. 
더는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것 같아. 
그 사람한테는 내가 필요하니까. 
나한테 그 사람이 필요했던 것보다 더.
- P54

다시 보니 그 말이 옳았다. 마법처럼 신비한 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는 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마음속에 온기를 느꼈다. 거기에는 사랑이 있었다. 그치지 않고 흘러내리는 가녀린 물줄기 같은 사랑이.
- P54

내가 겁먹은 열여섯 살 아이였을 때에는 내 안에서 찾아 불러내지 못했던 것이, 일흔두 살이 되고 보니 자연스레 나를 찾아왔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그저 삶을 견디는 능력이었다.  - P54

그 아이는 우리가 죽음을 정복한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또한 이제껏 존재했던 거의 모든 인간이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이 그 아이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이제 우리 인간들은 영원히 아는 사이로 지낼지도 모른다.
- P55

내가 아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 때, 내 아들은 어머니가 필요한 시기를 이미 한참 전에 지나 버린 어른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을 향한 나의 사랑이 더 순수하면서도 덜 확실하다고 느꼈다. 볕에 바래오 쉬이 바스러지는.모래톱의 동물 뼈처럼 - P56

나는 허리를 숙여 아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들한테서는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만족감의 냄새가 났다.
"존엄한 죽음이라는 건 우리가 죽음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지우려고 만든 미신이에요."
언젠가 존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존은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했다. 그럴 만큼 오래 살지 못했으니까.
내 아들은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나지 않았고, 나의 삶은 그렇게또 한 번 끝을 맞았다.
- P57

그중 어떤 것도 나를 바꾸지는 못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구하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상실감에,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에 지쳐 갈 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속으로 너무 늙어 버렸는지도 몰랐다. 늙지 않게 해 주는 시술을 그렇게 많이 받아 놓고도.
- P58

"죽음이야말로 삶이 만들어 낸 가장 멋진 거예요. 나는 날마다.
매 순간마다 내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되새기고 두려운 일에 도전해요.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숨이 거칠어지게 하는 일들 말이에요. 그날 당신한테 다가갔던 것도 내가 언젠가는 늙어서 죽을 거라는 사실을 되새겼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에요."

- P59

나는 존과 함께 보냈던 길고 긴 나날을 돌이켜보았다. 그런데 기억에 남은 날들은 너무도 적었다. 끝없는 시간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기에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선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삶을 낭비했다. 그래서 기꺼이내 삶에 플라스티네이션 처리를 했다. 고치 속에 숨은 누에처럼,
- P59

세계 곳곳에서 삶이 영원히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함께 나이 들지 않았다. 함께 성숙하지도않았다. 아내와 남편은 결혼식 때 한 선서를 지키지 않았고,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권태였다. - P59

그러다 나의 차례가 오면 죽음을 맞기로 했다. 이루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이루지 못한 채로, 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보지 못한 채로, 알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배우지 못한채로, 그러나 한 여자의 삶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린 채로, 내인생은 하나의 기다란 호(弧)가 될 터였다. 시작과 끝이 있는
- P60

"나 때문에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 인생이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선택해야 해요."
데이비드의 말은 이런 뜻이었다. 당신은 자유로워야 해요.
- P60

"나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거야." 나는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소유하지 않아. 서로를 위해 곁에 있기를 원하는 거지."
- P60

캐시는 내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 우리는 함께 포치에 앉아 쿠키와 레모네이드를 나누어 먹었다. 여름이었고, 뇌우가 한바탕 쏟아진 직후였다. 세상이 낡았으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죽음 없는 삶이 변하지 않는 삶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에요. 우리는 사랑에 빠질 때도 있고, 사랑에서 벗어날 때도 있어요. 연애든 결혼이든, 우정과 우연한 만남이든, 모든 관계에는 포물선이 있어요.
시작이 있고 끝이 있고, 살아가는 시간과 죽음이 있는 거죠. 엄마가찾는 게 상실이라면 그게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 P61

그러나 딸은 나와 다른 세상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모세가 약속의 땅에 들어서지 못했듯이, 나는 영원한 시간을 감당하며사는 법을 배우지 못할 운명이었다.
내가 늙어 가다가 죽기로 마음먹은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다시 그리고 또다시시작해야 하는 운명으로부터.
- P61

"나는 여러 번의 삶을 살면서 이미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어. 어떤것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끝을 맺어야 하는 법이란다."

"그럼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여성이자 영원히 살 기회를 얻은 최초의 여성이 그 기회를 포기한 최초의 여성이 되겠군요." 캐시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난 엄마가 죽는 거 싫어요. 죽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건 미신이에요."
- P61

믿음의 문제란 모름지기 그 끝에 이르면 합리에 기반한 주장으로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게 마련이고, 거기서는 도약을 하는 수밖에 없다 - P62

기록물이 될 것이다. 실존의 적나라한 진실에 덧씌워진 환상을 오랫동안 천천히 벗겨 가는 과정을, 그것은 낭만적이지 않다. 보기에흐뭇하지도 않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자주 지루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삶이고, 그것이 진실이다.
- P62

언젠가 내 아이들의 아이들이 감히 상상조차 못 할 날이 올 것이다. 이런 식의 존재 양식, 이토록 짧고 폐쇄적인, 출생과 사망으로괄호가 쳐진 삶이라는 것을, 그때는 아마도 나의 연대기가 이해의틈을 메워 줄 것이다. 예술 작품이 다 그렇듯이 - P62

1. 호 (10:00-10:40) 독서나눔

시간 많다는 생각에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하기

우리의 삶은

삶 ( ) 죽음
으로 마무리 된 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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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심지어 (표현 자체가 변명처럼 들리는) ‘도래할지도 모르는 미래에 관해서도 쓰지 않는다. 내가 쓰는이야기는 대부분 의도적으로,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도래할 리없는 미래에 관한 것들이다.
- P7

내가 생각하기에 과학 소설이 하는 일, 또는 적어도 내가 이야기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오히려 희망과 공포로 가득한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 확대경을 가져다 대는 것이다. 최신 경향을 토대로 추론하고 점차 흔해지는 패턴들을 상술하고 아직 덜 여문 혁신의 논리적 귀결을 제시함으로써, SF는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의 면면을선명하게 드러내고 강조하는 고성능 필터로서 기능한다. 그것도 좋은 면과 나쁜 면, 양쪽 모두를, 이른바 ‘사실주의‘ 문학에서라면 너무 당연하거나 너무 모호해서 알아보기 힘든 것들이 사변과 상상의세계에서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변한다.
- P8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천착한 중요한 주제 하나는 격렬한 변화 앞에서 인간으로 남고자 부단히 애쓰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다. 현대성은 전통을 전복하고 세상의 크기를 인지하는 인간의 감각을 뒤엎었으며, 이로써 몇 세대가 흘러도 또렷이 파악하기 힘들 만큼 커다란 영향력으로 우리 삶을 바꾸어 놓았다. 
- P8

오늘날 개개인은 고대의 어떤 현자보다도 더 많은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고, 그 결과 우리는 소비와 여가, 직업, 결혼, 자기 정체성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의 어느 세대보다 더 큰 자유를 누린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더 자유롭다고, 더 현명하다고, 더 인간적이라고 느낄까? 아니면역설적이게도 과거보다 더 혼란스럽고 더 답답하다고, 더 불안하다고, 그러면서도 덜 인간적이라고 느낄까? - P8

(Singularity, 특이점), 포스트 휴머니즘 같은 소재를 많이 다룬다. 그러나 핵심만 놓고 보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난날의 지혜가 설득력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인간으로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선 이들은 상상도 못 했던 갖가지 선택과 직면한 시대에 한 개인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상 만물이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변하지말아야 할 변하지 않아도 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
전통과 정체성, 문화, 가족, 사랑(이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를 모두 망라하여) 같은 것들의 가치는 무엇인가? 아니면 우리 발밑의 세상이 흔들리면서 그런 것들의 의미 자체도 변해 가는가?
- P9

내가 보기에 우리 인간이라는 종(種)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도록 진화했다. 나는 법학 교육을 받고 변호사로일해 온 까닭에 사실과 숫자가 인간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을 이제껏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그것은 오로지 이야기만이 할수 있는 일이다.
- P9

우리는 윤리 강령이나 두꺼운 규정집을 읽으며 도덕적인 의사나 선량한 변호사가 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는 자신이 흠모하는 이들을 모방하고, 이로써 그들의 삶을 우리스스로가 선택에 직면했을 때 이정표로 믿고 따르는 이야기로 변화시킨다.
- P10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사건들은 적잖은 경우에 우연과 돌발의 결과이다. 누구와 결혼하는지,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지, 어떤 책과 시에서 오래가는 즐거움을얻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삶을 무작위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이해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그것들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짓고, 그 이야기에 플롯을 부여하고, 스스로가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따라갈 성장 곡선을 창조한다.  - P10

우리는 저마다 각자가 만든 장대한 판타지의 주인공이다 - P11

그러나 이야기는 단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을 이해하도록돕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시간의 강을 건너가는 동안 길잡이가되어 주기도 한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또 원래 출발한 곳이어디인지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목적을 지니고 앞으로 나아가며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고자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결국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셈이다. 미래를 예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 P11

삶을 이런 식으로 보는 관점에는 희망이 존재한다. 

우리는 결국 누구도 아닌 자기만의 이야기를 쓴다. 이로써 우리는자기 운명의 저자가 된다.
- P11

이처럼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
- P12

기자들은 누구나 내 손부터 본다. 얼굴을 빤히 볼 엄두는 차마 나지 않아서 손을 뚫어져라 보는 것이다. 검버섯과 주름진 살갗, 관절염 때문에 부은 손목을,
- P15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차갑게 잘박거렸고, 이따금 조가비 부스러기가 발바닥을 콕콕 찔렀다. 그런데도 물가를 따라 줄곧 맨발로 걸은 까닭은 등 뒤로 이어진 내 발자국 모양에 넋이 나가서였다. 자국하나하나가 야트막한 굽이였다. 방금 막 파 놓은 무덤처럼.
- P17

등 뒤에 남은 발자국 모양 무덤들에 뭐가 묻혀 있는지를, 나는 그때 깨달았다.
- P18

채드를 만난 건 그때껏 나한테 일어난 최고의 행운이었는데, 어쩌면 나는 그 행운 속에 함정이 있을 거란 생각을 처음부터 했던 것 같기도 하다 - P19

아니면 단순히 채드가 그 일에 말을 보태는 게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서 채드는 이 고결한 일에, 오래된 동시에 새롭기도 한 이 일에 관여할 권리를 이미 박탈당한 사람이었다. 나는 임신중단이나 입양 같은 선택지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내 몸이고, 내 삶이고, 내 아기였으니까.
- P19

나는 기다렸다. 찌릿하게 연결되는 느낌을, 모든것이 선명해지는 감각을,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줄 따사로움을.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것은 찾아오지 않았다.
- P20

내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간호사는 우는 어린것을 안고 자리를 떴다.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달라질 듯도 싶었다.
아니면 그 어린것이 사라지거나.
하지만 그것은 당연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소리 내어 울며,
요구했다. 간호사들이 한 시간마다 교대로 나를 찾아와 엄마가 해야할 일을 가르쳐 주며 클립보드에 끼운 문진표의 목록에 하나씩 확인 표시를 했다. 나는 번번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는 동안 비명을지르고 싶었다. 그것이 내 젖꼭지를 깨물었을 때 너무나 아팠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기분은 안 들었다. 고결한 일이라는 느낌도 없었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실수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P21

내가 끼니를 굶는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내 손이로 내리찍은 발등을 지켜보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할 처지였다.
기저귀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도 싫었다. 이유식 냄새도 역했다.
졸음은 늘 쏟아졌다. 나는 아기가 꼴도 보기 싫었다.
- P22

나는 울었다. 온 우주에 나 혼자였고 내 힘으로 되는 일이라곤 우는 것뿐이었다.
- P22

"나는 아기가 있는데."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얼빠진 사람처럼, 유아차를, 바보처럼, 우리 조그만 찰리를,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다. 난 저 덫에 걸렸는데.

- P23

"아기가 누구의 소유물인 건 아니잖아."
남자가 말했다. 그러고는 내 곁에 앉더니, 꼭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마주보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유할 순 없으니까. 나는 제임스라고 해."
남자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이에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너를 옭아맬 덫 같은 건 없어. 너한테는 이 길밖에 없다고 제풀에 믿어 버리지 않는 한은 - P23

"잘 있어." 나는 찰리에게 말했다. "넌 내 소유물이 아니야. 나도네 소유물이 아니고."
- P24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렇게 첫 번째 삶을 등지고 떠나면서 나는비로소 자유로워진 기분이 들었다.
- P24

내 사랑. 그 사람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유할 순 없어. 
너랑 나는 영원히 자유야.
- P25

그래도 마음은 아팠다. 친절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남자였지만,
제임스는 내게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꼭 잔디 마당이 딸린집에서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돈 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다.
는 것을, 의무와 덫과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날로 삶을 채우지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런 교훈을 남자들은 본능처럼 알지만 여자들은 배워야만 아는 듯싶었다.
- P25

제임스에게서 자유가 무엇인지 그토록 많이 배웠는데도, 나는 아침이면 그의 널따란 어깨가 뺨에 닿는 느낌이 그리웠고, 밤이면 그의 손이 허벅지에 닿는 느낌이 그리웠다. 결국 나는 그의 것이라고,
또 그는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랑한다는 말은 서로간에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말 같은 것은 중요하지않았다.

- P25

자유는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P25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에마가 말을 거의 무용지물로 여기는 것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말은 생각의 그림자, 그 자체가 믿기 힘들고잡기 힘들고 비현실적이었다. 육신은 플라스티네이션을 통해 보존되어 영생을 얻었다. 하지만 아세톤과 폴리머가 혈액과 수분의 자리를 차지할 때, 생각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 P29

"어쩌면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몰라."
언젠가 에마가 내게 한 말이었다. 에마는 유물론자였다. 그래서자기 손으로 주무를 수 있는 것만을 믿었다.
- P29

남의 양손을 해부하고 방부 처리까지 해서 자기 집 거실에 여봐란듯이 놔두다니,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이 그런 생각을 할까? 그것 또한 덧없는 삶과 경이로운 인간의 육신을 관조하는 한가지 방식일까?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이 ‘메멘토 모리(mementomori‘는 라틴어로 ‘그대가 죽을 운명임을 명심하라‘라는 뜻으로서 삶이 유한하다.
는 사실을 일깨우는 경구이다. ― 옮긴이)‘를 중얼거리며 바라보았던 해골처럼, 저 손도 보는 이에게 필멸을 상기시키는 상징일까?

- P31

에마는 알 게 뭐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질문이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이야. 답이랍시고 돌아오는 것도거짓말이거나, 믿고 싶지 않은 것들이고." - P31

나는 에마에게 작품의 손가락을 세공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이놓았다. 손가락 주위의 신경에 수술칼을 댈 때면 여지없이 내 손가락에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종종 일손을 놓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당신의 거울 신경 세포가 간섭해서 그래." 내 이야기를 들은 에마는 그렇게 말했다. "극복할 거야. 극복해야 돼. 내 경우엔 항상 얼굴이 제일 세공하기 힘들었는데, 결국엔 얼굴 보기를 그만뒀어. 윤곽하고 음영, 색조만 보게 된 거지. 우리는 남들이 점토를 깎아내는방식으로 살을 깎아내니까."
- P32

"육신은 반드시 사라지는 법이지." 떠나려고 돌아선 에마가 입을열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으니까.  - P32

조그마한 찰리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제임스와 함께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동안 동트기 전의 어둠 속에서 울고 있었을찰리가 찰리의 꼭 움켜쥔 자그마한 두 주먹이.
그리고 나는 혼자였다. 늘 그랬듯이. 또한 덫에 걸린 신세였다. 늘그랬듯이,
- P34

"그런 일을 날마다 하는데 몸이 멀쩡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죠.
제 아버지는 생전에 하던 일을 예술이라고 포장했을지 몰라도, 죽음을 삶처럼 꾸미다 보면 결국에는 스스로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지요 - P35

"슬픔은 힘이 세죠. 사람의 세계관을 바꿔 놓기도 할 만큼요."
존이 말하는 동안 나는 그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무릎위에 차분하게 포갠 두 손이 꼭 생각에 잠긴 불가사리 한 쌍 같았다. 마치 …… 서로의 감정에 이입한 것처럼.
- P36

"우리 아버지는 현대인들이 죽음으로부터 너무 철저하게 격리되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보디워크스를 세웠어요. 사람들로 하여금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죽은 육신을 동력이 끊긴 기계처럼 보도록 강제하는 방법을 써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싶었던거예요. 아버지는 죽음을 우스꽝스럽고 절대적이지만 두렵지 않은것으로 바꾸려 했어요."
- P36

"하지만 죽음을 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면 삶이 멈춰 버리기도 해요. 그건 플라스티네이션 자체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가끔잊어버리는 사실이지만."

- P37

내 눈앞에서 내 손이 저절로 날아오르더니, 허공에 있는 존의 손과 만났다. 두 손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춤추는 한 쌍처럼. 기도하는두 손처럼. - P37

"난 당신이 좋아. 하지만 난 고등학교도 안 나왔어. 할 줄 아는 거라곤 근육에서 근막을 벗겨내고 사람의 양손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재주뿐이야. 당신이랑 나는 사는 세상이 달라. 절대로 행복해질수 없어."
- P37

나는 상상했다. 20년 전에 조그마한 라텍스 주머니 하나가 제 할일을 다했더라면, 나의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랬더라면 나도 연거푸 후회하지 않고 삶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 P37

"우리 아버지의 관심사는 부패를 멈추는 거였어요. 영혼이 떠나버린 육체를 정지 상태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나는그보다 훨씬 더 멋진 걸 하고 싶어요. 노화와 죽음을 정복하는 거예요 - P38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야. 엄마가 되는 법을 모르는 사람."
- P38

"이미 작동을 멈춘 틀을 신기한 것처럼 구경하느니, 차라리 그 틀의 작동 기한을 최대한 연장하는 게 낫지 않아요?"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어. 그래서 삶이 의미 있는 거잖아."
"그건 선택의 어지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하는 거짓말이에요. 시인들이 영생을 구하려 애쓰는 이를 폄하한 건 아무 힘도 없는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서였고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무력하지 않아요."
- P39

"단지 수백 년을 살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그 기간 동안 내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우리 몸속의 생체 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는지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존이 그 동화 같은 이야기를 어찌나 철석같이 믿었던지 나는 차마 부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 P39

"결과가 잘 나왔어요." 존이 말했다. 당신의 신체 나이는 이제 서른 살이에요. 정기적으로 관리만 해 주면 지금 상태를 영원히 유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멋진데,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혼자 빙긋 웃었다. 아이를 가질지말지 결정하는 일을 훨씬 더 나중으로 미룰 수 있었으니까.  - P41

나는 그때껏 얼어붙은 껍데기 속에 삶을 멈춰 놓았다. 그래서 이제는 그동안 놓친 것들을 만회하고 싶었다. 누리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해 보고 싶은 것들도 너무나 많았다. 내가 만든 ‘죽기 전에 꼭 해볼 일‘ 목록은 갈수록 길어졌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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