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문자가 없어서, 약속을 맺을 일이 생겼을 때큰일이면 굵은 줄로, 작은 일이면 가는 줄로 약속의 많고 적음에 따라매듭을 묶었는데, 각자가 이를 세어 보는 것만으로서로 비교함에 부족하지 아니하였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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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천만에요, 공짜 점심은 있습니다 / 이원재
2020-11-03


며칠 전 이 지면에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의 ‘기본소득, 공짜 점심은 없다’는 글을 접했습니다.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되는 기본소득을 그 글에서는 ‘공짜 점심’이라고 일컬었습니다.

현실에서 누가 공짜 점심을 즐기고 있으며 누가 고통스럽게 점심값을 내고 있는지를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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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땅을 사서 개발하고 멋진 서비스를 제공한 덕에 동네 땅값이 오른다면, 그런 탓에 임대료는 낮아지지 않고 가게를 10년 지킨 자영업자가 문을 닫게 된다면, 이때 공짜 점심을 즐기는 사람은 그 땅을 차지하고 있던 건물주입니다. 점심값은 크게는 국민의 세금으로 낸 것이고, 작게는 자영업자의 땀으로 낸 것입니다.

공짜 점심은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다만 평등하지 않을 뿐입니다. 공짜 점심을 즐기는 이들은 임대료를 받는 건물주이며, 사상 최저 금리로 돈을 빌려 수십 채의 건물을 사대고 있는 부동산 투기자들이고,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챙기고 있는 기업들이고, 평생 소득과 노후 연금을 보장받고 가족돌봄휴가와 재택근무를 활용하며 저리 대출까지 최대한 받아 자산을 늘리고 있는 정년보장 직장의 임직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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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상에는 이미 공짜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들, 그것도 영구적으로 공짜를 누릴 식권을 독차지하고 있는 소수가 있습니다. 부모에게서 그 식권을 물려받은 사람, 단 한번 시험을 잘 치러서 그 식권을 얻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평생 땀 흘리면서도 그 자격을 결코 인정받지 못하고 늘 점심값만 내는 다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다수에게 ‘왜 공짜 점심을 원하느냐’고 손가락질하는 게 합당할까요? 오히려 ‘공짜 점심을 모두에게 나누자’는 이야기를 소수에게 전하고 설득하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요?

기본소득제는 모두에게 조건 없이 조금씩의 공짜 점심을 제공하자는 취지를 담은 제도입니다. 소수가 독점한 공짜 점심은 무한경쟁과 편법과 부정부패를 부르는 특권이 되지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모두가 마음 편히 먹고 일어나 일하러 나갈 수 있는 미래의 점심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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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짜 점심을 먹게 하는 것이 선한 모습이겠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벌어질 사회문제가 걱정되는 내용이다

[한철승의 매일춘추] 마음 백신
2020-11-02

원래 백신(Viccine)은 인체가 병이 걸렸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를 주입해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예방법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낯선 공포를 이기는 몸과 마음이다. 마음에서 거부하면 약을 올바로 처방했는데도 약효가 나지 않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s)‘가 발현될 수도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허락해도 육체가 허약하면 약을 처방할 수 조차 없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바이러스와 기약 없는 공생을 위한 기본은 심신의 건강이다. 날마다 웃음만 있는 삶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막연한 공포는 없었던 삶, 우리 모두가 그토록 바라는 일상의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마음 백신‘ 접종이 되었으면 한다.

[숫자 속에 가려진 죽음, 애도마저 사라졌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학 교수
2020.10.31 


우리 문화는 개인의 죽음을 공동체가 애도하는 문화였다. 전통적으로 장례는 마을 전체의 행사였고, 마을 사람 모두가 모여 함께 아파했다. 함께 모여 곡을 하면서, 유가족들이 애써 슬픔을 감추지 않고 문상객과 함께 충분히 나누도록 배려했다. 이제는 단체로 곡을 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장례식장에 함께 모여 며칠 동안을 머물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은 필수적인 절차다. 미국과 같이 장례식장에 모신 시신을 단 몇 시간 동안만 뷰잉(viewing)이란 행사를 통해 마주하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문상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죽음은 달랐다. 어느 방송에서도 추모방송을 기획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죽음 뒤에 가려진 아픔마저 감추는 듯했다.

마치 오염된 짐짝 취급을 당하면서 바로 24시간 안에 화장을 끝내야 한다. 가족마저 감염되면 격리지침에 의해 화장장조차 따라 갈 수 없다.

도대체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들은 언제 울어야 하는가? 시신만 한 줌의 재로 사라진 것이 아니다. 가족과 친지의 애도마저 사라졌다.우리도 코로나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국민적인 애도 의식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정규 칼럼] 무시로 갈무리하라
이정규 IT컬럼니스트 :2020/10/12 

‘무시로’의 말뜻은 ‘시시때때로’ 혹은 ‘수시로’의 방언이라 하고, ‘갈무리’는 ‘저·장 정리하다’ 혹은 ‘잘 마무리하다’라는 표준말이다. 그러므로 두 단어를 합쳐서 ‘무시로 갈무리하라’는 말은 ‘그때 그때 일을 잘 마무리하라’는 뜻이 된다. 인생에서 그때 그때 일을 잘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기업의 경우도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무시로 갈무리’하는 일은 모든 관리자들의 업무원칙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start-up)의 경영기법에 그때 그때 일을 잘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OMTM(one metric that matters)’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스 아티카의 강도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행인을 잡아 철제 침대에 뉘이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잡아 당겨 죽였다고 한다. 침대의 길이를 몰래 조절하였기 때문에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영웅 테세우스에게 붙잡혀서 같은 방법으로 침대에서 죽기까지, 프로크루스테스는 이러한 악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신화는 획일화된 규율과 기준으로 인간에게 폐해를 주는 강제된 권력을 풍자하지만,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의 길이를 남 모르게 조작할 수 있었으니, 외견상으로는 OMTM으로 포장된 MTM 침대라 할 수 있다

‘아포리아(aporia)’는 그리스어로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혹은 모순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맥락적 사고가 결여된 아포리안 매니지먼트(aporian management)가 이곳 저곳에서 득실댄다.

결론적으로 관리자가 과업을 ‘무시로 갈무리(수시로 잘 마무리)’하려 한다면, 각 시점에 걸 맞는 OMTM을 잘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로 그 관리자의 상사에 의하여 언젠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강제로 눕혀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니어 가수의 ‘무시로’와 ‘갈무리’ 노랫말에서도 한가지 경영의 지혜를 찾아본다.

[우리는 왜 커뮤니케이션하는가?]
채희태 (주)모티링크 경영과학연구실 실장 :2020/11/03

미국 UCLA의 심리학자 ‘알버트 메라비언’ 교수는 커뮤니케이션의 3요소를 ‘word’, ‘tone of voice’, ‘body language’라고 이야기했다. "사람은 현란한 말솜씨보다 다정함에 끌린다"는 소위 메라비언의 법칙은 커뮤니케이션의 표면인 기술에 관해 이야기했을 뿐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면 위 세 가지 요소는 무용지물이 된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은 모두 다르게 존재한다는 것과,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위계를 커뮤니케이션할 목적이 아니라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상기하자. 커뮤니케이션의 3요소는 대상, 목적, 불완전성이다.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 온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커뮤니케이션에 위계를 탑재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으로부터 멀어진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온라인에 비해 더 완전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물에 불순물이 섞여 먹을 수 없다면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받아야 한다. 만약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위계라는 불순물이 더 많이 포함돼 있다면, 당분간은 목적 의식적으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서소문 포럼] "국민의힘이라면 일단 거른다"
중앙일보 2020.11.04

이런 심리를 이해하는 기제 중 하나가 당파성(혹은 정치적 부족주의)이다. 자신이 속한 또는 지지하는 정당이 승인한 세계관과 일치하는 않는 사실은 걸러버리고, 일치하는 사실은 과장해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정치적으로 쟁점화한 사안일수록 더욱 그리된다. 정당과 같은 입장의 얘기를 들으면 현명하고 논리적인 주장으로 여기고 그 입장을 수용한다. 그걸 의심하게 하는 주장에 대해선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말로 치부하거나 아주 냉담하게 조목조목 따진다. 이른바 편향 동화(biased assimilation)이자 확인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설득하고 싶어도 듣질 않으려 하니 설득되지도 않는다.

 ‘믿고 거른다’와 ‘무조건 믿는다’ 사이에 새 길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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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의 이름을 딴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것이 있다. 실험에서 한 그룹은 일을 모두 끝내게하고, 다른 그룹은 중간에 중단하게 했을 때, 두 번째 그룹이 실험에서 진행한 일을 더 자세히 기억한다는 결과에서비롯된 것이다. 이는 미완성의 일, 마치지 못한 일을 더 자세히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고 집착하게 된다는 뜻이다.
- P94

우리는 ‘언젠가는 해보겠지‘ 내년에는 시작해야지‘ 혹은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해봐야지‘라는 식의 계획들을 늘마음에 품고 산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완전한 타이밍은결코 쉽게 오지 않거나 영원히 오지 않는다. 그러니 그 불확실한 타이밍을 기다리기보다 그냥 시작하는 편이 낫다 - P95

 ‘자이가르닉 효과‘가 그 일을 지속하게 만들테니까 말이다.

- P95

"일단 시작했으면 어떻게든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고 시작할까 말까를 생각하는 대신 앞으로 어떻게 지속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하게 에너지를낭비하지 않고도 글쓰기를 계속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 P95

막 싹을 틔운 어린나무가 생장을 마다하는 이유는 땅속의뿌리 때문이다. 작은 잎에서 만들어낸 소량의 영양분을 자라는 데 쓰지 않고 오직 뿌리를 키우는 데 쓴다. 눈에 보이는 생장보다는 자기 안의 힘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기, 뿌리에 온 힘을 쏟는 어린 시절을 유형기‘라고 한다.
- 우종영,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P100

‘이렇게 열심히 썼는데 내 실력은 그대로인 것 같아.
나도 처음에 블로그 100일 글쓰기를 할 때 똑같은 생각을 했다. 어떤 발전도 없는 상태로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일을 지속하고 있는 기분!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100일이 나의 유형기‘ 였다. 외적인 성장이 아닌 뿌리를 키우는 시기, 그래서 땅에 튼튼하게 내 몸을 지탱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시기!  - P101

블로그에 글을 바로 쓰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가급적 한글 문서에 먼저 쓸 것을 추천한다. 맞춤법을 고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글자 수를 비롯한 분량을 정확하게 측정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글 문서에 A4 반장 분량의 글한 편을 써서 매일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자.
- P102

같은 시간에 쓴다 - P102

무조건 쓴다 - P103

우리는 하루 평균 150가지 이상의 선택을 하며 산다.   - P103

이 모든 선택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를피곤하게 만든다. 이런 피곤을 덜고 삶을 평온하게 만드는비법은 무엇일까?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선택‘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럼 ‘할까 말까‘는아예 생각하지 않게 되고 그저 ‘어떻게 할까만 고민하게된다.
- P103

글쓰기 루틴을 만들어서 익숙해지세요 - P104

쓰고 싶은 기분이 내킬 때만 쓰는 그룹과매일 일정하게 쓰는 그룹을 비교한 것이다. 실험 결과, 후자가 훨씬 창조적인 글을 쓴다고 밝혀졌다.  - P106

그러니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쓰는 것이야말로 생산성뿐만 아니라 창의력을 기르는 면에서도 훨씬 낫다는의미다.
- P106

글 쓰는 시간이 땅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시간이라면,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은 땅을 두루 구경하는 시간이다. 그러니 글을 쓰지 않을 때 얼마나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를건져 올리는지에 따라 글쓰기의 풍성함이 결정된다고 할수 있다.

- P107

생각해보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글쓰기 주제이자 영감을 주는 존재들이다. - P107

그 사랑스러운 추억을 글에 담아내면서 나는 지극히 행복해졌다. 내 속에 잠자던 추억이 어느새 생기를 얻었고그 덕분에 봄을 더 열심히 즐기고 사랑하게 된 것이다. 벚꽃이 피었다 지는 계절이 되면 그 옛날 아름다운 추억들이내게 말을 건다. 그럼 나는 그 소중한 추억을 글로 표현하며 또 한 번 설렌다.
- P108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한 심리학자는 동물 실험을 통해 다음의 문제를 증명해냈다. 칭찬받은 동물은 빠르게 발전하고 지구력도 뛰어났다. 반면에 그릇된 행동 때문에 벌을 받은 동물은 발전 속도로 더딜뿐만 아니라 끈기도 없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난은 현실을 바꾸지도 못하고 오히려 반항심만 키울 뿐이다.
- P110

무엇보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삶이 그대로 무기력 속에버려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나는 분명히 슬럼프에빠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생활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 P113

너무 힘이 들어서 루틴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오히려 나는 너무 힘이 들어서 루틴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덕분에 슬럼프를 벗어났을 때 삶이 그리 흐트러지지 않았던것 같다. - P113

그러니 슬럼프가 오더라도 최소한의 루틴을 이어가 보자. 만약 몸도 마음도 나락으로 떨어졌다면 아주 보잘것없는 ‘무엇‘이라도 당신을 위해 유지해보자. 그 보잘것없는 무엇이 슬럼프 탈출의 버튼일 테니까.
- P114

만약 100일 동안 블로그에 A4 반장씩의 글을 올리는 데성공했다면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앞서 말한 유형기를 무사히 마친 사람이자 누구보다 끈기가 있는 사람이며,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 P115

그러니 스스로에게 근사한 선물을 해주자. 혼자 즐기는 브런치나 한끼 식사, 예쁜 텀블러나 화장품 등 어떤 거라도 좋다. 자신을 응원하고 격려할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으로 칭찬을 아끼지 말자.
- P115

자신의 노력에대해 칭찬과 놀람을 서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면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 P116

그건 마치 내 속에 묵혀놓은 짐들을 하나씩 꺼내 햇볕에바짝 말리는 작업과도 같았다. 어떤 것은 너무 무거워 밖으로 끌어내기 힘들었고, 또 어떤 것은 너무 가벼워 글로담아내기 부끄러웠다.
- P116

자, 이제 30일 동안 A4 1장 분량을 써서 블로그에 글을올려보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마무리 부분에 꼭 자신이 말하고 싶은 핵심 주제를 밝히는 것이다.  - P119

특정 사건이나 생각을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이나 조언, 깨달음을 밝히는 것을 습관으로 해보자. 그러지 않고 그저 일기 형식으로 마무리한다면 그 글은 그저 개인의 기록이자 일기, 혹은 일상 글을 벗어나지 못한다.  - P119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읽는 이들의 마음에 닿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으로 귀결되어야만 한다.  - P119

감정 과잉으로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글은 읽는 동안피로감이 쌓이기 때문이다.
- P123

좋은 글은 편안하고 가독성이 탁월해야 한다. 특히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무겁고 딱딱하면 외면받기 쉽다. 3~5분정도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의 글이라도 사람들은 흥미롭고술술 읽히는 글이 아니면 그 짧은 시간도 투자하지 않는다.
- P123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당연히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매일 A4 1장 분량의 글을 쓰려면 되도록 아이디어를 주는 책혹은 핵심 주제를 제시해주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다양한 주제들을 접하다 보면 그와 유사한 나의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그 경험을 글에 담아내기 쉽기 때문이다.
- P133

책에서 읽은 좋은 내용과 글귀를 블로그 글쓰기에 바로바로 담아내면 글쓰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다음에 활용해야지‘하고 넘기는 순간, 잊어버리거나 다시 찾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가급적 그날 발견한 내용을 그날 글쓰기에 적용하는 것이 좋다. 그럼 굳이 내용을 따로정리하거나 표시할 필요도 없다.
- P134

"저는 동의할 수 없는 글이네요."
"전혀 공감이 안 가는군요."
저와 생각이 정말 다르시네요."
이 정도의 반대 의견도 사실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그 의견 또한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들여서 내 글을 읽어준 것도 고맙고, 누군가는 공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댓글로 알려준 것도 고마운 일이기때문이다.
- P136

누군가 내 글을 비평한다면, 그것은 오직 글에 대한 것일뿐이지 나에 대한 공격은 아니다. 블로그 댓글로 동의하지못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다양한의견이 있다는 점만 교훈으로 얻으면 될 뿐, 지나치게 신경 쓰고 의기소침해지지 말자.
- P136

그날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서술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가장 흥미로운 대목을 도입부에 넣었다. 이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상황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 P136

A4 1장 반이 책을 위한 한 꼭지라면 무엇보다 주제가 분명하고 결론이 명확해야 한다. 만약 당신의 경험을 글로쓴다면 그 경험으로 얻은 교훈이나 깨달음을 미리 정리하고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 P140

물론 대부분의 글쓰기 책에서 ‘일기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기는 매일의 기록이자 최고의 글쓰기 연습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와 책 쓰기는 엄연히 다른영역이기에 지향점이 달라야 한다.  - P141

일기가 개인적 경험과 생각을 서술할 목적의 글이라면 책은 타인을 위한 글이어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책 쓰기는 경험을 서술한다는 점에서는 일기와 같지만 그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하다는 점에서는 일기보다 한층 깊이가 있어야 한다.
- P141

5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게 되면 그다음은 7킬로미터, 10킬로미터로 거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달리기 거리를 늘리는 것 자체가 매우 즐거워집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쓰는 힘이 생기면 쓰는 양을 늘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 사이토 다카시,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 - P142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세스 고딘이 이렇게 말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그저 쓰는 것이 최선이다.
- P143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개별 경험과 사건 안에 보편성이담겨 있어야 한다. 한 편의 글을 단팥빵에 비유하자면, 개별경험이나 사건은 단팥빵의 외피이고 보편성은 단팥이다. 단팥빵을 먹을 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단팥의 달콤함이다.
보편적인 것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성공한 글은 보편적인 가치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도 보편적인 것을 말할 수 있다.
- 심원,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 - P145

기승전결을 머릿속에 그리세요 - P148

"아주 아름답군요."
깜짝 놀란 그가 물었다.
"벽 전체를 망친 벽돌 두 장이 보이지 않나요?"
방문객이 조용히 대답했다.
"당연히 보이죠. 하지만 내 눈엔 더없이 훌륭하게 쌓아 올린1998장의 벽돌들도 보입니다."
그 한마디에 그는 처음으로 잘못 놓인 벽돌 2장이 아닌 제대로 된 벽돌 998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요약) - P153

우리에게도 잘못 얹힌 두 장의 벽돌이 있지 않을까? 자꾸 눈에 거슬리고, 할 수만 있다면 그 두 장만 쏙 빼서 반듯하게 얹고 싶은 벽돌,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벽돌! 그런데 어쩌면 눈엣가시처럼 보이는 두 장이 998장의 아름다움을 더 부각시키는지도 모를 일이다.
- P154

자, 이제 마음을 가다듬자. 내가 쓴 글은 가끔 구리다. 인정하자. 하지만 완전히 구린 건 아니다. 쓸 만한 구석이 있을 뿐 아니라, 옛날에 비해 크게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또다시 내 글 구려병이 나를 찾아오면, 나는 오래전 내 글을 읽으며 중얼거릴 것이다.
‘누가 썼길래 글을 이렇게 못 썼지?‘
- P158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책을 읽고 싶어서, 혹은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찾고 또 찾아봤지만 찾지 못한것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다.  - P160

당신만의 사소한 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보라. 너무 개인적인 소재라서 걱정이라면 서점을 방문해 인기 도서들을 살펴보자. ‘나는‘ 으로 시작하는 책 제목들이 너무많아서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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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여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팔이 길지 않네. 그녀는 그저 자신에 매달리려는 자들을 잡을 수 있을 뿐이야. 그러니 우리, 그녀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도록 하세.
세네카, 윤리적 서한, 82.5b 6

일이 잘되는 못되든 그 원인을 운명으로 돌리는 것은 하등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의 성패를 운명 탓으로 돌리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노력할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삶에 있어 운의 작용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운의 작중이란 스토아 사상가들의 말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운이란 우리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외적 요소에 불과한것이다.

세네카에게 운명은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운명과 싸울수록 인간은 더 취약해진다고 보았으며, 오히려 난공불락과 같은 철학에 의지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했다. 

세네카에게 있어 철학이야말로미칠 듯한 탐욕과 바닥 모를 두려움을 길들일 수 있도록 인간을 돕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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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심신오행

내 이름은 타이라 헤이스, 초급 과학 연구관이다. 아직 살아 있고,
아직 기록 중이다.
아마 이 기록을 읽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할 일이 없고, 이 구명정에는 나 혼자뿐이다.
- P67

저의 데이터베이스에 귀하의 현재 상황과 범주가 일치하는 생존 시나리오는 저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 아빠라면 이쯤에서 이렇게 말했겠지. 네 뱃심을 믿으렴.
- 배…… 뭐요? 귀하의 의식은 뇌 속에 존재합니다. 소화 기관이 있는 복부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요.
- P69

내가 조언을 구하려고 찾아가면 아빠는 늘 내가 세상만사를 너무꼬치꼬치 따지고 내 본능에는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어 - P69

실은 아빠랑 얘기를 나누기만 해도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게되곤 했어. 그럴 때면 어느 쪽이 올바른 선택인지 저절로 명확해졌단 말이야 - P70

내가 어릴 적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부모가 아이를 재우려고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실은 진짜였던 걸까?
- P72

나의 아랫배에 있는 단전(丹田), 내 심신(心神)의 집인 그곳은 평온했다. 이 무모한 용기는 내 몸이 아직 조화를 이루지 못한 탓에 생겨났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왠지 목적이 있어서 나왔으리라는느낌이 들었다. 올바른 용기처럼 느껴졌다.
- P72

"페이젠, 우리는 선조의 지혜를 거의 다 잊어버렸다. 이 낭자가보기에 우리는 야만인이나 다름없을 것이야. 어쩌면 이 낭자가 우리를 크나큰 위험과 슬픔에 빠뜨릴지도 몰라."
- P74

나는 다만 무엇이 옳은 일인지만 알뿐이었다. - P74

아빠는 어떤 사람을 만나서 10초 동안 받은 첫인상이 결국 그 사람의 평생 인상이 되는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티의 말이 옳다. 나는 첫인상 같은 건 믿지 않는다. 나에게는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
- P77

타이라가 부적을 왜 그리도 끔찍이 아꼈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자기 친구가 들어가 사는 집이기 때문이었다.
- P79

신령과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거늘, 그 신령이 내게 가르침을 달라고까지 하다니!  - P79

황공해서 몸 둘 바를 몰랐던 나는 낭자의 탕약에 들어간 갖가지 약재와 함께 그 재료들이 오행(五行)의 상생상극론(相生相克論)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까지 상세히설명했다.
- P79

페이젠은 나에게 굉장히 너그러워서, 같은 말을 천천히 반복하곤한다. 그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은 곧 나에게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가 생긴다는 뜻인데, 그 덕분에 오히려 침착해져서 내가 문명 세계로부터 몇 광년이나 떨어진 이방인들의 세계에 있다는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 P80

페이겐과 대화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 둘의 세계와 배경 지식이 서로 너무나 동떨어졌고 아티의 통역에 의지하느라 상대의 말에 숨은 미묘한 의미를 다 전달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일이다.
- P80

아티, 페이젠은 네가 무슨 신령 같은 건 줄 알아. 내 생각에 여기사람들의 의식 속에선 합리적 지식이 채워야 할 부분을 미신이 대신 차지한 모양이야.
- P81

.… 예, 바로 그겁니다. 그리고 불은 단맛, 흙은 매운맛이지요.
제가 처음 하늘 조각배에서 모셔 왔을 때, 낭자의 단전은 묘하게도텅 비어 있었고 오행이 저마다 주도권을 잡으려 다투고 있었습니다. 낭자는 몸속에 불 기운이 너무 세서 편찮으셨던 겁니다. 불 기운이 쇠 기운을 눌렀고, 이 때문에 신체 계통의 여타 부분들이 조화를잃었습니다. 쇠 기운이 세를 회복하여 나무 기운을 줄이도록, 낭자께서는 쓴맛 나는 음식을 더 드셔야 합니다."
내 말을 들은 타이라 낭자는 표정이 굳었다.
- P84

"물론 사람은 다 제각각이라서, 올바른 치료법은 개개인의 본성에 맞추어 저마다 다르게 섞인 오행에 길을 트고 인도하는 것입니다. 낭자의 본성은 불의 기운을 띠고 있으니 어쩌면 지금 단것을 조금 먹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때로는 과한 불 기운을 불로다스리기도 하니까요."
- P84

세대가 바뀔 때마다 용감한 남녀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찾으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몸속에 섞여 있는 오행을 개개인의 고유한 본성에 맞추어 다스리는 기술을 연마했다. 오테이 촌장님조차도약초와 광물을 몸소 시험하다가 앓아누우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타이라 낭자의 조롱은 그들 모두를 욕보이는 짓이었다.
- P85

"우리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말하길, 어떤 언쟁도 함께 잔을 기울이는 즐거움을 막지는 못한댔어요.  - P85

낭자는 큰불이 바로 위 하늘의 공기를 덥히면서 주위의 덜 뜨게운 공기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새 불을 지피자 큰불의 힘이 새 불을 우리 쪽에서 끌어당겼고, 이로써 불을 마는 방화선(防火線)이 만들어졌다는 말이었다.
"낭자는 술법을 부리는 신선(神仙)이셨군요."
"그냥 간단한 물리학이에요. 불로써 불을 다스린다. 당신이 나한테 가르쳐 준 거잖아요?"
- P89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준 약이 타이라 낭자 몸속의 불에길을 터 주고 인도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낭자 또한 들불에 길을터 주고 인도했다는 것을.
- P89

진심으로 이곳에 정착할 생각입니까?
그...… 당장은 그게 제일 합리적인 행동 방침 아니야?
- 이해가 안 가네요. 제 데이터베이스의 모든 생존 모델에는 귀하가 가현대 과학으로부터 멀어질 경우 기대 수명이 심각하게 줄어든다고 나오는데요.

- P91

있잖아, 나는…… 여기서 사는 게 행복해. 사방이 다 원시적이긴하지만, 그래도, 공기 때문일까? 아니면 음식? 전보다 더 생생하게살아 있는 느낌이야. 전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나의 일부를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 P91

이곳에선 원자나 쿼크, 초공간, 유전자 발현 조절 같은 것에 관한지식보다 단 것을 먹으면 몸의 불 기운이 강해진다는 지식이 더 쓸모가 있어,
- P91

때로는 비합리가 합리적이야. 주위의 모든 사람이 세상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면, 적어도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고 믿는 척이라도 하는 게 이롭단 말이야. - P91

나는 낭자의 부서진 배에서 흘러나온 빛이 보일까 하는 생각에미간이 찡그려지도록 유심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여기선 아무것도 안 보여요. 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그때 일어난폭발의 빛이 여기까지 닿으려면 5년은 걸릴 테니까."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타이라 낭자가 하는말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좋았으니까. 때로는 그저 낭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낭자 곁에만 있어도 더 바랄 것이 없었다.
- P92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페이젠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모르는 사람, 현실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상상으로 지어낸, 아니면 책에서 읽은 인물처럼.
- P95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내 몸을 확인해 보았다. 양팔, 양다리, 손가락과 발가락, 모두 멀쩡했다. 그런데도 어딘가 사라진 부위가 있는 듯했다. 배 속이 훤하게 빈 느낌이었다.
- P95

나는 눈을 감았다. 친구 265명을 영원히 잃어버린 기억은,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 P95

그러다 아버지 생각을 떠올리자 그리움이 배에 꽂히는 주먹처럼사무쳤다. 그래도 아직은 인간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무언가 느끼는 힘을 아직은 잃지 않았으므로,
- P96

나는 수정 공 너머로 타이라 낭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낭자의 눈이 차갑게, 텅 비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는 느낌, 껍데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낭자에게는불 기운이 없었다. 흙 기운도 없었다. 아예 아무것도 없었다. 낭자는빈 껍데기였다.
- P97

하늘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은 위험과 슬픔이었다.
- P98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 몸 속의 오행이 사납게 들끓었다. 혼돈 속에서 서로 다투었다.
- P99

그 박테리아가 하는 일이 정확히 뭐였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간으로 하여금 음식을 소화하고 질병에 맞서싸우고, 심지어 기분과 성격마저 변화시키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뭐? 어떻게?
- 혈류 속에 화학 물질을 분비하여 신경 전달 물질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하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신경계의 화학적 균형을 수정하는 방식으로요.
- P101

귀하의 아버지가 옳았던 것 같습니다. 이 행성에서 귀하는 문자 그대로 배로 생각했습니다. 페이젠네 부족은 단순히 자기네 배 속의 생물군과 공존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정도가 아니라 음식을 이용하여 그 생물군을 조종하는 방법마저 발견했고, 이로써 자신들의 기분을 조절했습니다.
- P101

내 안에 사는 생물들이 나 대신 생각을 했단 말이지, 사랑에 빠진건 나였을까, 아니면 박테리아들이었을까?
- P101

 "인간의 의식은 하나의 물리 현상으로서 이 세계에존재하며, 이 세계의 질서를 따른다. 우리 배 속의 박테리아는 우리 사고의 총합을 생성하는 체계 속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이다. 우리는 이미 몇 조개나 되는 세포들의 공동체이다. 거기에 몇 조 개를 더하여 생각하지 못할까닭이 있을까?"
- P101

오테이 촌장님과 나는 타이라 낭자의 몸이 조화를 되찾도록 사흘에 걸쳐 쇠 기운과 나무 기운, 물 기운, 불 기운, 흙 기운이 든 약재를 세심하게 계량하여 투여했다. 오행의 기운이 낭자의 몸속에 터를 잡고 세를 불릴 때까지, 그리하여 낭자가 그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우주가 될 때까지.
- P102

프로바이오틱 식이요법 - P102

당센네 선조를 따라 이 신세계로 온 장내 박테리아 군집을 통제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요법이죠. 먹는 음식을 바꿔서 건강을 유지하고 기분을 조절할 수 있는 거예요."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끝에 얻은 지혜입니다."
- P103

"그 요법이 왜 통하는지 설명하느라 당신이 동원한 오행인가 하는 원리는 잘 이해가 안 가요. 어쩌면 그냥 비유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어요. 그러니까 잘 보존해서 나머지 인류에게도 가르쳐 줘야 해요. 유서 깊은 공생 생물들과 더불어 사는 법, 또더불어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한테요."
- P103

"이 미생물들이 몸속에 살고 있으면 나는 다른 사람이 돼요. 더용감하고, 더 거침없고, 더 행복하거든요."
"지금의 낭자가 진짜입니다. 이게 낭자의 본래 모습이에요."

- P104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아직은, 내 의식이 나 자신의 세포들뿐 아니라 내 몸에 사는 미세 유기체 수조 개의 세포에도 구현된다는 사상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우리도 그 유기체들하고 같은 방식으로 이 행성에서 살아가고 있죠. 나의 유기체들이지만, 그것들이 곧 나라고 할 수는 없어요. - P104

제가 실행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시드사가 귀하의 유익한 해법을 알아보고 거래에 응할 확률이 52.26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꽤 큰 위험을 감수하는 셈인데요.
"이럴 땐 내 뱃심을 ….… 아니, 배 속의 힘을 믿는다고나 할까."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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