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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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다 늦은 저녁 경매사들의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옥션하우스>라는 드라마인데 제목 중에 하나가 <올랭피아>였습니다. 그 때는 마네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고, 왜 '올랭피아'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대형 마트가 있는 지하철 역에 갤러리가 있는데 가끔 들러서 전시회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한중일 고류전 開  , 여타의 전시회들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림 전시회를 열심히 찾아다니던 사람이 아니어서 그림이 좋은지 나쁜지는 당연히 알 수 없었지요. 그저 그림을 보고 있으니까 따뜻해지는 그림도 있고 , 그림을 그린 사람이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그림들도 있었습니다.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는 미술 -여기서는 좁은 의미로 그림-을 보는 법을 모릅니다. 유선생이던가 뉘던가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던 말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매번 그림을 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되네이던 말입니다.. 뭐 보여야 보지요. 그림은 정지되어 있습니다. 그림이 스스로를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화가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화가들은 이미 고인이니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그림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가 다르고 그 화법이 달라 외국어처럼 서로 교통하고 싶어하지만 할 수 없는 처지가 아니겠습니까? 외국인과 대화를 하려면 통역사가 필요하지요.그렇습니다. 그림과 대화를 하려면 그림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겠지요. 뭐 사람이 없으면 그림 읽어주는 책이라도 있으면 좋겠지요.

 

  한젬마의 <그림 읽어 주는 여자>가 젬마 씨가 좋아하는 그림과 그것에 얽힌 기억들을 술회 한 것이라면 이번 < 명화 속의 삶과 욕망>은 개인이 좋아하는 그림이 아니라 삶과 욕망이라는 인간의 본능에 중점을 두어 그림들이 하는 말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슬라이드를 보여주듯이 큰 사진 두 장을 보여주고 소주제 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큰 그림을 보고 설명을 읽어도 좋고 설명을 먼저 읽고 큰 그림을 읽어도 좋은 구성이라고 해야하겠습니다.

 

  명화들은, 특히 삶과 욕망이라는 중심어로 그림을 모으다보니 거의 누드화입니다. 누드라는 것이 신화의 탈을 뒤집어 쓰고 화가의 의식을 표현해는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누드모델을 누드모델처럼 그릴 때 그 사회에선 난리가 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신화 속에 나타난 장면을 그리는 것은 허용되었으나 사실적인 누드는 금기시되던 때의 그림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그런 시대 상황 속에서 <올랭피아>는 매춘부를 모델로 신화가 아닌 사실적인 모습을 그림으로 옮겨서 당대에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총 39 개의 소주제에 두 개의 그림들 78 점들의 그림이 이 책에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유명한 화가들을 필두로 해서 생소한 화가들의 그림까지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화가라고 하면 으레 고흐  , 클림트 , 뭉크 정도 밖에 모르는 제게 다양한 화가들의 이름을 듣고 그들의 그림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 책이었습니다. 

 

   그림은 흔히들 본다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평면 속에 구현된 인물이나 분위기가 하나의 짧은 단편 혹은 엽편 소설같이 서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평면 안에서 무한한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을 맞습니다.

 

   문학에서 고전이라 함은 예전에도 좋았고 지금도 전하는 의미가 변질되지 않고 현실에서 재생산되어 읽히는 책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명화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그 당시의 상황과 화가의 생각을 오롯하게 담아낸 그림들이 현재에도 그 의미를 재생산해내는 것이 명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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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씽 중국어 첫걸음 (교재 + 포켓북 + CD 2장)
정상문 지음 / 시사중국어문화원(시사중국어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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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만한 중국어 첫걸음 다음에 보기 시작한 책이 < 고고씽 중국어 첫걸음>이다. <만만한 중국어 첫걸음>이 아주 기본적인 회화를 배치하고 문법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라면 <고고씽 중국어 첫걸음> -이하 고고씽 - 은 문법적인 부분의 무거움을 살짝 덜어내어 말마따나 회화 위주로 되어있다.
 

  < 고고씽 중국어 첫걸음>은 타오 샤오 위엔과 김대강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한글과 중국어로 이루어진 상황을 보여주고 다시 간단한 대화를 제시하여 까딱하면 딱딱하다고 생각할 수있는 회화에 유연함을 불어 넣은 것 같아 매우 인상적이다.

 

  <고고씽>의 중국 도착에서 부터 교통 이용하기 , 호텔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 만리장서 베이징 따리엔 하얼빈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를 제시하여 여행정보를 중국어로 설명해준다. 만리장성과 맹강녀 이야기도 있고 이화원 사합원 곤명호 등의 것들을 설명한다.

 

  포멧을 보면 만화로 전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다시 대화 대본을 제시하고 연습문제를 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만만한 중국어 첫걸음>을 재미있게 읽은(?) 탓인지 이제 눈에 밟히는 중국어도 있기도 하고 처음 읽는 것 보다는 쉬이 읽히기도 했다 .

 

  시디도 2장이나 멸녀되어 있고 엠피 쓰리 파일도 다운 받게 되어 있어서 이동을 하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고 워크북이라고 해야하나 미니북에는 간단한 회화 문장이 수록되어 있어서 이동중에 보기에 편리함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단어들을 한 곳에 모아서 볼 수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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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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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소설집입니다. 은희경 작가는 <새의 선물>을 시작으로 <타인에게 말 걸기> < 아내의 상자> <마이너 리그> 등의 작품을 쓰신 분입니다. <타인에게 말 걸기>는 <새의 선물>이라는 소설 다음으로 출간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이 출간되던 1996년- 아마 1995년에서 시작해서 2000년까지가 아닐까 합니다. - 은 아마 제 기억에 문학계에서든 문화계에서든 쓰나미 같이 포스트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이 밀려오던 시기로 기억됩니다. 그 시대의 글쓰기는 그 전과 후가 어떻게 달랐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제겐 재간도 없으므로 그저 넘어갈가 하는데 굳이 알고 싶어하는 분이 있으실것 같아 제 나름대로 풍월을 읊어본다면 내밀한 글쓰기라는 말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한 시대에 은희경 작가가 있습니다.

 

   소설집 < 타인에게 말걸기>는 표제작을 비롯해서 9편의 소설들이 촘촘히 들어 차 있습니다. 그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제가 읽은 것을 풀어내는 것이니까 가타부타하시지 마시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세번째 남자>는 한 여인의 잊음에 대한 기록입니다. 첫사랑으로부터 반지까지 받고 결혼까지 약속했으나 그 남자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버립니다. 남자와 여자는 헤어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불륜의 형태로 관계를 지속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지만 사랑은 계속 되고 있는 것이지요. 허상과도 같과 허울과도 가은 사랑입니다. 반지를 받았던 영추사에서 천도제에 첫사랑 남자의 이름을 영가천도제에 써 태워버림으로써 처음이라는멍애가 벗겨지고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것들도 풀려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 둘 많다의 어법처럼 사랑이란 하나 둘을 지나면 많은 것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더 이상 특별할 것도 없는 많고 많은 사랑 중에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녀의 세번째 남자>에서 가장 마음에 닿는 문장을 꼽으라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말아야해"라는 문장과 "지금보다 훨씬 나쁘더라도 지금보다 나은 거야"라는 문장이 아닐까 합니다. 결혼이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제게 절절히 다가오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음을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인지하는 저 문장을 만나면서 저는 뜨끔하고 말았습니다. 소설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같더라도 다르게 읽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은 현대의 시대적 트랜드인 '연상녀 연하남'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외부적 화자가 처음에 이야기를 이끌어 가다가 헤어짐의 순간을 다시 두 사람의 심리 상황으로 좁혀 치밀하게 구성했던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어짐이라는 것은 폭풍과 버낵처럼 찾아오는 것입니다. 딱히 헤어짐의 이유가 없더라도 하나의 요인이 거대한 결과를 가져오는 '나비효과'처럼 말입니다. 이 단편의 또 다른 재미는 사멸해버린 그 시대의 유행어들을 살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왕-'일던지 '캡-' 등의 단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은 시대를 반영한다던 그 말을 증명하듯이 책 속에 활자로 밖혀 있습니다.

 

  <짐작과 다른 일들> 이 이야기는 한 남자의 죽음과 그의 부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는 것도 일방적인 생각들 얼추 그려려니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맞춰져서 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남자는 술에 취해 이사간 집을 찾지 못하고 죽습니다. 그 덕에 그녀는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고 다른 사랑을만나 결혼을 약속하지만 사소한 오해 - 짐작과 다른 일들-을 겪으면서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고 다시 이혼하고 암웨이 외판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남자가 듣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렇게 우리 인생은 짐작과 다른 일들이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순서를 만들고 순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연미와 유미>는 제일 마지막 문장이 이 글의 주제가 아닐까하는데요 '연미는 연미고 유미는 유미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집안에서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언니 연미와 집안에서 빛을 보지 못한 유미의 이야기입니다. 유미는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연미는 좋은 대학 졸업하고 선봐서 돈잘버는 사람과 결혼하고 그럭저럭 잘 삽니다. 그러나 영국에서 유미에게 전해진 한 권의 노트를 보면서 유미는 연미가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버립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서 간단히 오렌지를 먹으면서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는데 연미는 연미고 유미는 유미다라고 말입니다

 

< 연미와 유미>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 만나지 않는다고 사랑이 사랑이 사라지는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곁에 있다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단위를 좀 크게 생각하면 됩니다. 같은 집이라거나 같은 장소가 아니라 같은 도시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라고 이 세상 어딘가에 당신은 살아가고 나는 그 어딘가의 당신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요즘 시대의 사랑 어법으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말입니다. 사실 저 문장은 정신적 불륜에 속하는 말이기도 합니다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이란 것이 꼭 보고 눈에 밟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빈처>도 재미있는 상황입니다. 남편이 아내의 일기장을 훔쳐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그 조각들을 맞춰가는 내용입니다. 일기로 연결된 것들을 보면서 최근 도끼(도스토예쁘스끼)의 책을 읽은 여파인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중편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또한 '편지 아홉통으로 이루어진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빈처>에서는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분명히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사랑을 이루고 나니 이렇게 당연한 순서인 것처럼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는 화려한 비탄이라도 있지만 이루어진 사랑은 이렇게 남루한 일상을 남길 뿐인가"

  사랑해서 결혼한도고 하고 그 사랑이 식고나면 정으로 산다는 말을 하시는 어른들이 많은데요 정으로 산다는 말은 남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비유어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 사람을사랑하지 않는 일상을 여러분들은 지켜내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열쇠>에서는 한 상황이 제시됩니다. 영신이라는 여자가 전 남편의 처를 만나 인터뷰해야하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영신은 긴장하거나 몰입하거나 하면 열쇠를 잃어버리는 기벽이 있스빈다. 그리고 자신의 생활에 있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마링ㅂ니다. 그러나 결국 상황을 타계할 열쇠를찾아간다는 내용입니다.

 

<타인에게 말 걸기>는 예전에 잠시 마주쳤던 여자에게서 찾는다는 전화를 받은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한 밤중에 전화를 받는 것이지요 그것도 병원이라고 말입니다.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겠지요 물론 그년느 일방향적 일방적 소통을 하고 있는 것처럼보입니다. 여기서도 눈에 들어 오는 문장은 있습니다.

  "나는 타인이 내 삶에 개입되는 것 못지않게 내가 타인의 삶에 개입되는 것을 번거롭게 여겨왔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그에게 편견을 품게 되었다는 뜻일 터인데 나로서는 내게 편견을 품고 있는 사람의 기대에 따른다는 것이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할일이란 그가 나와 어떻게 다른지를되도록 빨리 알고 받아들이는 일뿐이다."

  요즘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모두 이런 기분이 아닐까요 집단은 해체되고 집단 간의 소통은 지리멸렬해지고 오롯하게 자신 즉 개인만이 존재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에서는 타인에게 말 것는 것이 매우 피곤한 일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만 개인을 넘어서 집단을 형성하기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동류의식을 가지는 것 정도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에게 말 걸기는 꼭 필요한 작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중주>입니다. 어머니와 딸의 삶을 이야기하는데 말입니다.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표제처럼 이중주입니다. 아버지의 바람기를 참고 견디고 결국에는 떠나보내는 자리에까지 옆을 지키는 어머니 그런 상황 속에서 자란 딸은 남편과의 부로할로 친정 부모님 몰래 이미 이혼을 해버리고 종장에서야 그 사실을 밝힙니다. 그 사이 새로운 남자가 다가오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결혼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여인의 삶의 심플하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은희경의 <타인에게 말 걸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업은 바로 사랑이란이름의 판타지를 제거해 놓은 것입니다. 사랑하는 남녀들이라면 예전부터 아니 유전적으로 기록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발기발기 찢어 놓은 것입니다. 사랑이란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것이라는 것을 은희경의 소설들은 관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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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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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어보니 단편집입니다. 흔히 표제가 단편집 제목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흔합니다만 이 책은 표제가 단편집 제목에는 들어잇지 않습니다. 첫 하드커버를 열기 전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궁금햇습니다라고 한다면 과장되거나 남루하다고 하실지 모를 일입니다만 정말 궁금했습니다.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소설일지 아니면 책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사유를 보여줄지가 궁금했다고 해야 올바른 표현일 것 같습니다.

 

  총 아홉 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책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에 책이 중심이 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종의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많은 변주를 만들어내는 째즈의 선율 같다고 하면 좋겠습니다. <여행하는 책> <누군가> <편지> <그와 나의 책장> <불행의 씨앗> <서랍 속> 미쓰자와 서점> <찾아야하는 것> <첫 발렌타인데이>가 작품 목록입니다. 다 읽을만 하지만 제 기억 속에 남은 몇 개의 글들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헌책방을 한 번이라도 구해보거나 가보신 분이 있다면 낡은 책 여백에 수 많은 사람들의 각기다른 서체로 이어진 낙서들을 보게 될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옮겨다니며 시작은 있으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낙서들말입니다.그런 이야기가 아마 <서랍 속>에서 잠들고 있지 않은지 여러분도 한 번 찾아보세요 책장을 찾아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헌책방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헌책방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제법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흔히 하는 상상이 지금 내가 보는 책이 다른 나라에 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해외에 가서 자기가 팔아버린 책을 다시 만나게 되고 잊어버렸다가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면 신비로운 경험이겠지요 말마따나 < 여행하는 책>이겠지요 <여행하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변한 것은 책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케이크 사먹을 돈을 절약했던 소녀는 집을 떠나 사랑을 알고 그 후에 이어진 아름답지 못한 결말을 배우고 친구를 잃고 또 새롭게 얻고 예전에 알던 것보다 더 깊은 절망과 끝없는 희망을 알고 잘되지 않은 것과 바라는 바를 간절히 기원하는 방법도 배우고 하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고 그렇게 내 안에서 조금씩 늘어나거나 줄어든 무언가가 바뀔 때마다 마주한 이 책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똑같은 책을 시간과 공간이 달라진 10대 20대 30대의 한 지점에서 읽으면 다른 의미로 읽히고 얻는 것도 다르다는 말을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다시 헌 책방이야기 하나 더 해볼까요 책을 훔치는 것은 도둑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합니다만 <미쓰자와 서점>에서 그런 일을 겪은 한 사람이 그것을 계기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훔친 책에 대해서 사죄를 하러 <미쓰자와 서점>가기도 합니다. 헌책방은 가난한 글쟁이들의 요람이 되기도 하는군요 <미쓰자와 서점>의 할머니는 책을 읽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책 어디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그랬더니 무슨 소릴 하냐는 얼굴로 저를 보시고는 그저 펼치는 것만으로 어디든 데려가 주는 건 책밖에 없지 않니"라고 하시더군요 여러분들은 책을 읽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도 할머니와 비슷한 이유로 책을 읽습니다.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또 하나의 재미가 있습니다 바로 연애편지일수도 있고 마음을 전하는 <편지>들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그것이 지금 고민이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도움을 줄지도 모릅니다. 또 어떤 책들은 여러분들에게 < 불행의 씨앗>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이 <불행의 씨앗>이 된다면 정말로 비극적인 일이겠지요. 아 참 장미의 이름에선 책이 <불행의 씨앗>이 되었군요

 

  여러분들은 책 선물 해보신 적 있으신지요 그것도 처음 사귄 남자 친구에게 <첫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말입니다. 전 책 선물을 잘 하려고 노력을 하긴 합니다만 그저 그이의 취향을 잘 알 수 없어서 고민하게 되데 말입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선물해달라는 책을 선물하긴 합니다. 그 책을 <누군가>가 읽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책도 사람의 손을 건너 건너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 것을 <누군가>가 읽게지요 마법의 책처럼 그 책에서 읽은 사람과의 인연이 읽혀진다면 신기하겠지요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책을 소재로 한 소설을 만난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 책 말고도 저는 <책>이라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시간이 되시면 <책>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책의 그로테스크한 맛도 맛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최근에 병원에서 한달간 있다가 보니 본의 아니게 돌아가시는 분을 보게 되니까 말입니다. 죽음을 앞두고<찾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가끔 서점에서 책을 찾을 때 잘 찾아지지 않는 책이 있으면 참 허탈하지요. 그 책이 곧 죽을 사람이 정말 보고싶어했던 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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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쉽게 하기 - 인체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스케치 쉽게 하기 1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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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하기 시리즈 중에 인체 드로잉 편이다. 이 채을 닫순히 읽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림이 많고 글씨는 적다. 스케치를 쉽게 하기라는 표제어를 걸고 있지만 한 번이라도 연필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스케치 쉽게하기 - 기초 드로잉>편에서 이미 알았을 것이다. 단순한 선 하나조차도 제대로 그을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왜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는지 말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 물론 아마츄어의 광기에 가까운 치기(恥氣)였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하던 그 해까지도 글을 썼다. 처음에 시작한 것은 시였다. 시라는 것은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순간들은 불현듯 왔다. 나는 불현듯 오고 가버리는 그 느낌을 잡아둘 필요가 있었다. 처음 선택한 것은 메모였다. 순간을 언어로 옮긴다는 것은 추상오로만 잡아둘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추상어들은 모호한 경계를 허물어 내가 집어 두었던 이미지를 사상(像)해나갔다. 그 다음 생각한 것이 이미지를 그림으로 종이 속에 가두어 두는 것이었다. 가끔은 그림이라는 것이 글을 앞서 나가 글이 표현할 수 없는 이미지까지 한 자의 글자의 도움 없이도 표현해 낼 수  있을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여진 건 너무나도 단순한 그러나 절실한 이유에서였다.

 

  연필로 크로키든 무엇이든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시를 쓰는 사람은 세상에 할 말이 많은 사람이고 소설을 쓰는 사람은 세상에 할 말이 적은 사람이라는 말을 되씹으면서 나는 시에서 멀여졌다. 시에서 멀어지면서 그림으로 이미지를 잡아내겠다는 생각에서도 점점 멀어졌다. 그림은 잊혀졌다.

 

  <기초 드로잉편>에서 줄 긋기를 연습했고 배웠다.  <인물 드로잉 편>에서 왜곡된 시선이 아니라 보이는 데로 그려야 하고  <인체 드로잉>에서 한 대상물이 오롯하게 종이 위에 평면을 넘어서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법을 배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기본기다. 기본기가 충실해야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림은 연습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다보면 자신만의 신묘한 이치를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드로잉이라도 어떤 메세지가 담겨 있는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드로잉은 하나의 언어로써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입니다. " 이 말은 12페이지에 나오는 데 그림이 단순히 보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을 넘어서 메세지의 전달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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