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박물관 (Museums) - 세계 각국의 건축 문화유산을 찾아서
기울리아 카민 지음, 마은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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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영어입니다. 영어가 짧아서 말입니다. 대충 찾아보니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그렇습니다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판형을 보면 보통 책들보다 2배 이상은 큽니다. 쪽수는 얼마 안됩니다 약 300 쪽입니다. 뭐 흔히 읽는 소설책으로 생각해보면 600쪽 정도로 환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도판이 있으니까 이쯤이야 하고 읽기 시작했더랍니다.

 

대충 보니 큰 글자로 박물관 써 놓았길래 세계의 박물관에 어떤 작품들이 있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려는가보다 생각했습니다만 읽다가 보니까 그렇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책 내용 좀보다가 다시 책 제목을 확인해봤습니다. 영어 MUSEUMS 위에 작은 글씨로 세계의 미술관 셰계 각국의 문화유산을 찾아서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미술관 박물관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유럽 , 아프리카 , 아시아 , 오세아니아 , 아메리카 순으로 박물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두었습니다. 단연 유럽의 미술관부터 박물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뭐 미술관이 대세를 이룹니다만은 가만히 보면 자연사 박물관 인류학 박물관 해양 박물관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박물관 혹은 미술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면서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이 박물관은 누가 어떤 기조로 만들었고 언제 개관했으며 어떤 사람들이 후원을 해서 점점 성장했고 어떤 그림들을 소장하고 있어서 유명하다고 글에 소개해두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박물관이라는 혹은 미술관이라는 소재를 만났다.

 

글쓴이 아무래도 동양 사람은 아닌 모양인 것이 - 박물관이 유럽에 많다는 것은 알겠지만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아시아의 건물들을 다 합쳐봐야 아메리카에도 미치지 못한다.그것이 개인적으로 속상하다-   유럽의 많은 건축물들을 소개해두었다. 영국 프랑스가 유럽의 반을 차지 하는 것 같아 보인다. (대부분 미술관이니까 미술관이란 말로 MUSEUMS이라는 말을 대신하기로 하자 ) 미술관 이야기를 한 김에 내용을 한 번 보자

 

프랑스하면 루브르 박물관이 떠오르는데 사실 루브르 박물관 입구인 유리 피라미드가 더 유명하게 되었지요. 그렇습니다. 다빈치 코드에서 언급이 되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오르세 미술관에는 <올랭피아>가 있고 , 소피아 왕비 미술 센터에는 <게르니카>를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도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 박물관이겠지요.

 

이제 다시 미술관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외국의 미술관을 증축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고 규모면에서도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더군요. 부러운 면입니다. 자신들이 긁어 모은 - 긁어 모은이라고 하는 것은 박물관 콜렉션 때문인데요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시절 약탈한 것들이 모여서 박물관의 한 어귀를 차지하고 있지않습니까? - 것들을 위해서 증축을 한단 말입니다. 그 아름다운 건물들의 도판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음 이제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구요 . 책 크기 크잖아요. 맞습니다. 도판이 커서 그런데요.도판 설명을 읽고 본문 내용을 읽으려면 단속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내용이 끊어진다고 해야겠지요. 이럴때는 차라리 도판을 본문 다음에 몰아서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게 합니다.

 

오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07쪽에 누보레알리슴이라고 적혀 있는데 사조를 이야기할 것이었으면 '누보레알리즘'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133쪽 두번 째 문단 과거 '시립 근대미술관이나'라는 부분을 잘 보면 띄어쓰기가 두칸 정도로 매우 넓은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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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풍경 -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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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인가 오프라인 서점에 책 구경하러 갔었던 적이 있었어요. 매번 순서는 똑 같은데 1층 소설 코너 잠시 훑어보고 2층은 그냥 지나 3층으로 올라가서는 국어와 관련된 코너 쪽으로 가면 인문 사회 교양 코나가 있어서 그쪽 보다가 심심하면 어린이 코너에 가서 저학년 창작동화 코너에가서 동화책을 읽곤 하지요.

 

인문 교양 코너에는 여러가지 책들이 있었는데, 철학 영화 종교 한국어 능력 시험 문제지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요. 그 중에 눈에 들어 온 책이 고종석 씨의 <말들의 풍경>이랍니다. 얼른 메모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온라인 주문을 할 기회가 있어서 낼름 주문을 했지요

 

'말들의 풍경'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인 것 같았지요. 킁킁 어딘가 정말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책냄새가 나는걸요. 문학을 공부한 사람치고 비평을 공부한 사람치고 한 번은 들었을 법한 이름이 있습니다만 그 이름 바로 김현이지요. 문학평론가 김현의 책 제목 중에 하나에요. 고 선생님도 책머리에 밝혀두고 있답니다.

 

<말들의 풍경>은 한국어에 대한 산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말 풍경이기도 하지요 산책과 풍경이란 말은 저의 사전에서는 여유로움이란 의미가 더해져있습니다. 산책도 걸으면서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본다는 의미이고 풍경도 인물을 받혀주는 뒷부분이니까요. 언저리라고 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막 드는 겁니다. 하지만 풍경이니 산책이니 해도 고 선생님의 글은 교양을 넘어서서 전문적 영역까지 취급합니다. 음운론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면 그 깊이는 전공자들도 좀 더 배워야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가끔씩 언저리를 보여주시다가 그 언저리에 비친 단상 중에 하나를 잡아서 자세하게 보여주시는데요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배치된 글 구조라고 하면 될까요. 독자들에게 긴장의 끈을 풀 기회를 잘 안 주시려고 하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말들의 풍경>은 여러 개의 짧은 글이 모여 엮은 글집이라고 생각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이 주제이고 그 다양한 변주가 글로 탄생된 것이지요. 그 단상들은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납니다. 표준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문학작품을 통해 개인의 언어를 평가하기도 하고 지시어와 호칭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한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백성의 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표준어의 폭력과 백성의 말 언어는 생각의 감옥인가라는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전혜린의 언어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흥미 있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의미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당연히 눈이 가더라구요

 

표준어의 폭력이라는 말은 정말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표준어의 폭력에 굴신하여 경상도 지방 고유의 억양과 어휘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각자 자기 고장의 말들이 열등한 말들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방언을 쓰는 일은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랍니다. 표준어의 폭력에서 벗어날 날이 빨리 오길 바래봅니다.

 

백성의 말은 이오덕 선생의 <우리말 바로쓰기>라는 책의 언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붙인 소제목인데 백성의 말이란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에서 찾는다는 것입니다. 말하는 것이 그대로 문자로 표현되는 순정한 언문일치를 주장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이야기에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입말살이가 살아야 글말살이가 풍요로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배우고 생각하다보면 항상 하는 생각이 언어가 생각을 제약하는지 생각이 언어를 제약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의미와 언어가 합쳐지고 그 언어라는 도구로 사유하는 것이라면 분명히 언어는 생각의 굴레가 되겠지요. 왜냐 자신의 생각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로 규정될 수 없으면 설명이 불가능하니까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말들의 풍경>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 제게 언젠가 사두고 한 번 읽고 책장에 꽂힌 책 중에 고종석 선생님의 글 <감염된 언어>가 있거든요 이 책도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어라는 필생의 화두가 관통하고 있으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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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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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에서 열린 친구 백 군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선배들과 밤새 달리다가 찾아든 도시에 기거하고 있는 이에게 선물로 받은 책인데요. 오늘 같이 매우 추운 날이었지요. 정말 팽귄이 걸어다녀도 좋을 그런 날이었습니다.

 

펭귄 뉴스는 김중혁이 쓴 <소설집>입니다. 8 편의 소설들이 모여 있지요. 이 소설에 대해서 최근에 앨리스가 쓴 글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바래요 깔끔하게 잘 썼드라구요. 앨리스는 앨리스대로 유랑인은 유랑인대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만 어떨지 모르겠네요 . 위화 선생이 말한 것처럼 같은 텍스트라도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 마련이니까요

 

김중혁 소설의 중심에는 자전거 , 라디오 , 타자기 . 지도 등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지요. 현대의 문명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아날로그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날로그 성향을 가진 것들이 등장하지만 어느 순간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 되는 글들이 등장합니다. 수학 문제를 노트북으로 풀기도 하고 , 전쟁중이기도 하지요

 

아날로그로 무장한 김중혁의 소설은 현실에서 약간은 벗어나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현실 같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지요. 그렇다고 이것이 미래에 벌어질 당연한 일은 아닌 것인데요 현실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현실과 미래가 겹쳐진 존재하겠지만 확인은 할 수 없는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므로 약간은 몽환적인 문법을 취한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책으로 돌아가서 책 이야기를 좀 해야하겠지요

 

<무용지물 박물관>에서 말입니다. 나는 디자인을 포기하지요메이비의 시각장애인용 라디오 디자인을 거절합니다. 예술이 아니라 돈을 추구했지요. 디자인은 압축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메이비가 진행하는 라디오 < 무용지물 박물관>에서 하나의 고유명사를 서사해내는 메이비의 저음 목소리를 듣고는 디자인을 포기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압축과 서사일 것입니다. 압축의 대세인 현대와 압축이 없었던 과거입니다. 그러나 압축만이 능사가 아닌 것을 나는 알게 된 것이 아닐까요. 압축이 서사를 능가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르지요. 사사의 위대함이라고 해두자구요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에서 나는 지도와 현실의 오차를 없게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도를 그리기를 어렸을 때부터 해온 나는 이상하게도 자신이 만든 지도로 집을 찾아 오지 못하는 상황에도 처합니다. 정확한 지도의 정보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버린 것이지요. 이런 글이 있더라고요

 

    "오차와 오류는 어디에나 있다. 지도에도 있고 자동차에도 있고 사전에도 있고 전화기에도 있고 우리에게도 있다. 없다면 그건 뭐랄까. 인간적이지 않은 것이다"

 

    외삼촌에게 에스키모의 지도를 전해 받는데 말입니다. 이것은 수치나 도형으로 읽을 수 있는 지도가 아니지요. 지도는 모든 도형과 숫자들의 조합인데요 이것을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에스키모의 지도를 보게하는 힘이지요 바로 상상력이라는 것이 그것인데 사실과 상상력이란 것이 지도를 통해서 묘하게 대립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멍청한 유비쿼터스>를 보면 해킹이 소재지요 그런데 해킹의 방법은 전혀 컴퓨터적이지 않아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의 행동양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교모하게 조작해서 잠입하고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이런 글이 있어요

 

   " 인간들의 믿음이란 정보를 기반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가 믿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의사는 돈이 많을 것이라는 이미지 변호사는 말을 잘할 것이라는 이미지 , 소설가는 담배를 많이 피울 것이라는 이미지 해커는 지저분할 것이라는 이미지 인간들은 그런 이미지를 자신의 머리 속에 차곡차곡 저장해 놓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실이 모여 정보가 된다. 나는 그런 잘못을 정정해 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그 이미지를 이용할 뿐이다."

 

  이 문장에서 말입니다.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정보라는 것이 말입니다 사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이 관습적이고 선입관과 고정관념의 지배를 받는다는 소리가 아닐까요? 정보 사실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주관적 믿음이 굳어진 것에 불과한 것이니까 말입니다.

 

<펭귄 뉴스>를 말해볼까합니다. 표제작이니까 말이지요 저는 대중 통제와 억압으로 읽었는데 말입니다. 비트라는 것을 추구하는 펭귄뉴스팀에서 말이지요 칩을 제거하는 이유도 통제된 언론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니까 말입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공장에서 찍어내는 찐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저에게는 칩을 제거하는 것은 어쩌면 획일화된 인간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이는데요 이것은 <멍청한 유비쿼터스>에서 말했던 믿음이란 이미지들의 조합이라는 말이 생각나게 합니다. 그렇다면 고정관념과 선입견의 파괴라고 읽어도 힘든 해석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어른이 되고 말입니다. 그렇게 생을 살아가는 것이빈다. 그렇게 벗어나고자 했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음 사람을 기약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법이겠지요.

 

저는 소설을 이렇게 읽었습니다만 ,  여기서 소개하지 못한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라던지 <바나나 주식회사> 같은 작품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바나나 주식회사>에 나오는 자전거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직도 저의 눈에 아른거린답니다.

 

바쁜 현실을 살면서 가끔은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그리울 때 한 번 꺼내서 읽으면 다시 현실을 살아갈 힘을 조금은 보태줄 것 같은 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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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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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이 자자했던 책을 이제서야 읽어봤습니다. 비슬산에서 남의 품으로 갈 책이었으나 다시 제 품으로 돌아온 책입니다. 그렇게 인연은 이어가는가 봅니다. 이 글을 잊고 있다가 읽을 계기를 마련해준 대구 모임 지인들과 멀리서 온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이야기는 한 남자 삼관 씨의 전생애를 관통하고 있는 피팔이의 기록입니다. 피팔이를 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 뒷치닥거리를 하고 늙어갑니다. 삼관 씨의 삶의 고비때마다 피팔이는 가진 것이라고는 육신밖에 없었던 삼관 씨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었습니다. 자신의 피를 삼십 오원이라는 금전으로 교환하는 행위는 많고 많은 아버지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닮아있습니다.

 

처음으로 피팔이를 하던 날 방씨와 근룡이를 만나서 피를 파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강물을 한껏 들이켜서 피를 희석시킨다음 병원에 피를 팔고 삼십 오원을 받아 나왔습니다. 그리고 근룡이와 방씨와 함께 승리반점에서 호기롭게 돼지 간 요리와 따뜻한 황주를 마십니다. 보혈과 혈액순환을 위해서 말입니다. 이 장면은 매우 희화적입니다. 피의 양의 늘리고 희석시키기 위해 물을 방광이 터질 때까지 마시고 어지로운 채로 피를 팔았다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승리반점에서 혈액순환과 보혈 - 피를 생성시키는 작용-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황주와 돼지 간 요리를 먹는 모습은 분명히 미신적이면서 희극적인 부분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웃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그 횟수가 더해갈 수록 웃음은 눈물이 되어 눈가에 맺히게 되니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삼관씨는 피팔이를 합니다. 이것은 아버지라는 가장의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바뀝니다. 아이들에게 고기라도 먹이기 위해서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아이의 빠른 전근을 위해서 피팔이를 합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피팔이를 하는 장면에서는 눈물겹습니다. 석 달에 한 번으로 정해진 것을 도시를 옮겨가면서 죽을 각오로 피를 팝니다. 점점 쇄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점점 빠지는 힘이 돈이라는 보이는 현물이 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가진 것이라곤 몸 밖에 없었던 삼관 씨는 자신의 목숨을 팔아 자신의 아들을 살리려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편안한 일자리를 위해서도 다시 한 번 피를 팔아 돈을 마련해서 감독관에게 담배며 술을 대접합니다. 모든 것이 이 세상의 가장된 자의 무게이겠지요. 

 

삼관 씨는 평생 내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피팔이를 했습니다. 늙어서 아이들이 다 장가갔을 때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돼지 간 요리와 황주가 먹고 싶어서 피를 팝니다. 이것은 평생 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피팔이를 하는 것입니다만 그 결과는 참담합니다.

 

자기처럼 늙은이의 피는 살아 있는 피보다 죽은피가 많아 원하는 사람이 없으니 가구에나 칠해야 한다고...... 사십 년 만에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피를 팔지 못한 것이다. 집안에 일이 생길 때마다 피를 팔아 해결했는데 이제는 자기 피를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니...... 집에 또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325)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피를 팔려고 했는데 그것은 늙었다는 이유로 거부당합니다. 이것은 가장의 자리가 소멸되는 것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이제 가장으로서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남지 않은 삼관씨 발가벗겨진 삼관씨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돌아오는 삼관 씨의 뒷모습은 어땠을까요 분명히 쳐지고 굽은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쓸쓸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삼관 씨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 아니 아버지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화신(化身)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삼관 씨의 이야기는 어린 청소년 소녀들보다는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더 와 닿을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를 넘어서 어머니까지 즉 부모님의 모습이겠지요. 부모님의 삶을 지켜본 사람들에게선 눈물이 날지도 모르니 수건을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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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화전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
위앤커 지음, 전인초.김선자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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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는 제우스가 있고 , 북유럽에는 오딘이 있다동양에는 어떤 신들이 있는가? 중국에는 한국에는 일본에는 어떤 이름의 신들이 기거하고 있을까?신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다보면 대부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와 그의 형제들이 당연히 등장하고 티타노마키아부터 시작하더라 그렇다면 동양에는 신들도 없었을까? 나는 편협한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나는 세계적인 것 보다는 우리네와 생활하고 숨쉬고 있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할까? 중국 한국 일본 셋 중에 하나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일본 신화에 대해서 읽어본 기억이 없어 속단할 수 없고 , 한국의 신들은 뭐 그럭저럭 유순한 신들 밖에 없어 보인다. 옥황상제와 그의 친구들이 전부다. 그렇다면 시작은 어쩔 수 없이 중국 중국이다.

 

모든 것은 혼돈에서 시작되었다.혼돈에 구멍을 뚫어 혼돈이 죽어버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니까 그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각 방향의 상제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반고도 등장하고 , 여화도 등장하고 중앙 상제 황제부터 전욱 염제 기타등등의 여러 신들의 서사로 가득하다. 황제와 염제의 전투 , 황제와 치우와의 전투를 시작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장자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우공이산이란 이야기도 있고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우랑과 직녀이야기로 전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들어 본 적이 있는 요순 시대 이전의 이야기다. 요순도 역사 시대 이전의 기록이지만 더 이전의 이야기다.

 

치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다. 한국의 단검왕군 중에 한 사람이었다. 치우천왕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어디서 봤느냐하면 2002년 붉은 악마의 물결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거기에 그려진 도깨비 문양이 바로 치우천왕의 모습이다. 중국 신화에는 치우가 패했다고 기록되었다지만 일설에는 치우가 이긴 전쟁이라고 말하는 것도 - 예전에 읽은 글이라 정확한 책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있다. 자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뭐 동북공정도 문제이긴 하지만 역사가 아닌 - 기록되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 것들을 역사화시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우기면 다 되는 것은 교통사고에서만 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통용되는 모양이다.

 

황제 시대를 지나서 말로만 많이 듣던 시대 요순 임금시대로 간다. 요순 말로만 많이 들었지 익숙한 인물이 아니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다. 요임금 때는 양위 문제로 기분 나빠서 귀를 씻었다는 허유와 그 물을 소에게 먹이다가 더럽다며 상류로 올라간 소부이야기도 알게 되었고 순임금과 우임금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요순 시대에 흥미로운 인물이 후직인데 후직의 탄생 신화를 읽다가 보면 고구려 시대를 연 주몽의 탄생 설화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직은 태어날 때부터 활과 화살을 가지고 나온다는게 다른 점이다.

 

활 이야기 하니까 한 사람 더 이야기해보자 활을 쏘는 자 예가 바로 그인데 백발백중이다. 그의 모험은 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라클래스 쯤 되는 것 같다. 활로 태양을 쏜다는 이야기에서 태양의 화신이 삼족오로 타나나는 부분에서 또다시 고구려와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순 임금이 요에게 양위를 받아 다스리게 되는데 순임금의 효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순을 지나 우임금 때의 이야기는 치수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임금이 치수를 행하면서 다녔던 여러 나라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하는데 참 재미있는 형태와 성품을 가진 종족과 나라들이 즐비하다. 괴물 이야기가 많은데 신화 전반에 흐르는 괴물에 대한 서술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강세인 알피지 게임의 몹들을 생각해봤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 요괴들을 몹으로 차용해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다양하고 개성적이다.

 

이제 역사 시대에 가까워지는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 시대에 대해서 이야기할 시간인데 은나라와 주나라의 마지막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하나라의 걸왕과 은나라의 주왕은 비슷한 폭군의 이미지로 남았다. 전해지는 이야기를 상고시대로 소급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화라는 것은 가공된 이야기다 과장되고 신성시된 이야기다 . 인간들이 무리를 짓고 살면서 어떻게 자연현상을 이해했고 인성을 부여했는지 그 과정을 생각해보는 것도 신화를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신화의 너른 바다로 한 번 빠져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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