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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풍경 -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주 전인가 오프라인 서점에 책 구경하러 갔었던 적이 있었어요. 매번 순서는 똑 같은데 1층 소설 코너 잠시 훑어보고 2층은 그냥 지나 3층으로 올라가서는 국어와 관련된 코너 쪽으로 가면 인문 사회 교양 코나가 있어서 그쪽 보다가 심심하면 어린이 코너에 가서 저학년 창작동화 코너에가서 동화책을 읽곤 하지요.
인문 교양 코너에는 여러가지 책들이 있었는데, 철학 영화 종교 한국어 능력 시험 문제지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요. 그 중에 눈에 들어 온 책이 고종석 씨의 <말들의 풍경>이랍니다. 얼른 메모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온라인 주문을 할 기회가 있어서 낼름 주문을 했지요
'말들의 풍경'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인 것 같았지요. 킁킁 어딘가 정말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책냄새가 나는걸요. 문학을 공부한 사람치고 비평을 공부한 사람치고 한 번은 들었을 법한 이름이 있습니다만 그 이름 바로 김현이지요. 문학평론가 김현의 책 제목 중에 하나에요. 고 선생님도 책머리에 밝혀두고 있답니다.
<말들의 풍경>은 한국어에 대한 산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말 풍경이기도 하지요 산책과 풍경이란 말은 저의 사전에서는 여유로움이란 의미가 더해져있습니다. 산책도 걸으면서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본다는 의미이고 풍경도 인물을 받혀주는 뒷부분이니까요. 언저리라고 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막 드는 겁니다. 하지만 풍경이니 산책이니 해도 고 선생님의 글은 교양을 넘어서서 전문적 영역까지 취급합니다. 음운론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면 그 깊이는 전공자들도 좀 더 배워야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가끔씩 언저리를 보여주시다가 그 언저리에 비친 단상 중에 하나를 잡아서 자세하게 보여주시는데요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배치된 글 구조라고 하면 될까요. 독자들에게 긴장의 끈을 풀 기회를 잘 안 주시려고 하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말들의 풍경>은 여러 개의 짧은 글이 모여 엮은 글집이라고 생각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이 주제이고 그 다양한 변주가 글로 탄생된 것이지요. 그 단상들은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납니다. 표준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문학작품을 통해 개인의 언어를 평가하기도 하고 지시어와 호칭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한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백성의 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표준어의 폭력과 백성의 말 언어는 생각의 감옥인가라는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전혜린의 언어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흥미 있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의미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당연히 눈이 가더라구요
표준어의 폭력이라는 말은 정말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표준어의 폭력에 굴신하여 경상도 지방 고유의 억양과 어휘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각자 자기 고장의 말들이 열등한 말들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방언을 쓰는 일은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랍니다. 표준어의 폭력에서 벗어날 날이 빨리 오길 바래봅니다.
백성의 말은 이오덕 선생의 <우리말 바로쓰기>라는 책의 언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붙인 소제목인데 백성의 말이란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에서 찾는다는 것입니다. 말하는 것이 그대로 문자로 표현되는 순정한 언문일치를 주장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이야기에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입말살이가 살아야 글말살이가 풍요로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배우고 생각하다보면 항상 하는 생각이 언어가 생각을 제약하는지 생각이 언어를 제약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의미와 언어가 합쳐지고 그 언어라는 도구로 사유하는 것이라면 분명히 언어는 생각의 굴레가 되겠지요. 왜냐 자신의 생각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로 규정될 수 없으면 설명이 불가능하니까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말들의 풍경>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 제게 언젠가 사두고 한 번 읽고 책장에 꽂힌 책 중에 고종석 선생님의 글 <감염된 언어>가 있거든요 이 책도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어라는 필생의 화두가 관통하고 있으니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