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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는 편지여행자 0 과 떠돌이 소설가 751과 와조의 이야기다. 집배원이었던 0은 어느날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 견딜 수 없다는 이유로 친구의 집을 전전하다 자신의 집만 아니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3년 째 계속 여행을 하는 여행자다. 모텔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만났던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이다. 751은 자신 '치약과 비누'를 팔러 다니는 소설가다. 와조는 눈이 멀어버린 안내견이고 0과 3년 째 편지여행 중이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편지다. 0은 매일 밤 일과를 마치기 전에 만났던 그리고 숫자로 기억된 사람들 중에 적당한 사람을 골라 편지를 쓰고 다음날 아침 우체통을 찾아 부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답장이 도착했는지를 확인한다.
0은 많은 말을 하는 대신 편지를 쓴다. 의사소통이다. 자기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답장을 보내줄지 보내지 않을지 모르는사람들에게 보낸다. 사실 답장을 해달라고 쓰고 있지만 가만히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답장을 필요로 하는 내용은 아니다. 소통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0은 외로운 사람이었다. 소통을 바라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문장이 되어 울리지 않는 울림으로 여러사람에게 퍼져나간다. 그 울림은 다시 답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답장이 하나도 오지 않은 상황에서 0은 집으로 돌아가야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의사소통이 단절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0에게는 가족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 형과 동생이 그들인데 편지를 통하거나 0의 진술을 통해서 나타나는 가족들은 개성적이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그로테스크적이기까지 하다. 그들 또한 0의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는다. 일방향적인 의사소통을 0은 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이 모이는 곳이 집인데 0에게 집은 화목하고 아름다운 교과서에나 볼 수 있는 이상적인 곳이 아니라 잠시도 견딜 수 없는 혐오의 공간이 된지 오래였다. 가족에게 무슨 큰 일이 생기면 발명품을 하나씩 만드는 아버지 , 수학 문제를 풀고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수집하는 어머니 모든 면에서 0보다 뛰어난 형 , 아름다움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해서 성형중독에 이른 동생가 공존하는 곳이다. 0은 설자리가 없다. 0은 언제나 집안의 문제였고 골칫거리다.
답장이 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던 0의 의지는 와조가 기력을 잃으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와조가 죽는다. 편지여행을 하면서 자신을 데리고 다닌 와조가 죽고 옆집 아줌마가 가져다준 편지 꾸러미를 다 읽고 난 후에 집을 견딜 수 없어 하던 증세가 모두 사라진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모두가 편지를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근황을 전하는 편지가 가득했다. 단절된 일방적인 의사소통에 그쳤던 편지가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되는 순간이다. 단절된 현대 사회와 가정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견딜만 한것이다. 앞으로 0은 계속 견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