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한 죄와 벌은 누가 내릴수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을 갖게 한 책이다. 의도치 않은 살인이라며 45년 구형을 받은 이들도 있고 집에 들어온 도둑에게 과잉방어를 했다며 형을 받은 이들도 있어 지나친 판결과 바른  판결은 과연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게 진짜 옳은 것이였는지는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란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즘인지라 ' 각각의 사건에는 각각에 맞는 결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192) 란 게 어떤  것일지 판단이 안서게 된다.


 집에 들어온 강도에 의해 딸을 잃게 된 나카하라 부부의 남은 삶이 어떻게 비참해졌는지를 들여다보면서는  죄의식도 없고 미안한 기색도 없는 범인이 더군다나 가석방중에 저지른 일이기에 언제든 다시 일을 벌일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중한 벌을 내려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하지만, 이렇게 명백하게 드러난 사건이 아니라 혹시라도 나중에 그 판결이 잘못이였음을 알게되는 사건이 있어 한 사람이라도 잘못된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사형이라는 말에는 주저하게 된다.


나카하라 부부의 반대편에서 범인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변호사였기에  사건의 양심적 판단과는 달리 자신의 수임료를 주는 쪽으로 서는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던 히라이 변호사의  생각과 달랐던, "사형제도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난 각각의 사건에는 각각에 맞는 결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형이라는 끔찍한 최고의 형벌이라 여겼던 벌이 선고받은 이가 후회와 자책없이 단지 언젠가는 죽을 인간의 운명의 날을 정해 받았을뿐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생각한, 특히나 유가족들이 생각한  진정한 형벌이 아니라는 생각때문이다. 그렇담  죄를 저지를  이들은 무조건 오래 감옥에 보내 그의 인생을 힘들게 하는 것이 옳은 형벌 그리고 복수가 되는 것일까 하다가도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죄를 저지르는 재범률이 높다는 걸 보니 그것도 뉘우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구나  싶기도 하고,   중학교때 있었던 일로  21년간 떨어져 자신들의 죄에 대한 형벌을 남에게 베푸는 것으로 , 자신을 망치고 방치하는  것으로  스스로 져 온 사오리와 후미야의 일을 보면 꼭 감옥에 가야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수 없다는   가슴아픔을 느끼게된다.


잘못 스친  인연이 범죄와 만나 사그려져 가게 되는 나카하라 부부와 후미오 부부, 그리고 사오리의 인생은 또 어떻게 되는 걸까 싶다. 그들만이 아니라,  성에 눈을 뜬 아이들에게 벌어진 사건을 쫓아가면서는 그 사건은   주변 사람들의 무심함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기에 타인에게 아무 관심도 갖지 않고 내버려 두었기에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들,즉 우리에게도  과연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섬뜩한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이렇게 히가시노 게이고님은 꼬인 인연과 얽힌 사건에 놓여 저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우리에게 어떤 것이  죄에 맞는 마땅한 벌인지를 물어보고 있다


함부로 이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는 무거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 죄책감을 지고 살아가던 후미오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생명의 무게는 똑같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말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새겨야 할 우선한  진실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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