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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ㅣ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평점 :
삼국지를 여러 번 읽었고 사실에 근거한 것은 많지만 상당 부분이 허구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쓰인 것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책은 재미가 있어야 하기에 정사 삼국지보다 연의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보다 더 실감 나게 소설을 적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또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대화하지 말라고 하는데 좋게 보면 그만큼 지혜를 터득했다고 볼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할 일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 간에 오랜 세월 우리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디 셀러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고 내가 읽은 삼국지가 들어간 책만 해도 수십 권은 족히 될 것이다. 리더십, 심리학, 과학 등 여러 학문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삼국지의 전투가 벌어진 곳이나 유적을 직접 찾아가는 여행은 해본 적은 없고 간접 경험만 할 뿐이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고 홍콩 여행을 갔을 때 관우 사당을 둘러본 적이 있고 버스를 타고 장강을 건너면서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적벽대전이 벌어졌던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이다. 그래도 알고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고 간접경험이지만 다른 사람이 나 대신 여행을 해주고 편하게 책을 읽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중국인들이 과장이 심하다고 하는데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물리쳤다고 하는데 당시의 중국 인구를 고려한다면 말도 안 되는 수치이다. 책의 뒷부분에 나왔지만 촉의 인구도 100만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삼국지를 읽으며 제갈공명의 신출 귀몰한 전략으로 조조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통쾌하게 생각하고 마지막에 영웅들이 죽고 삼국 통일이 되는 모습을 보며 마치 우리의 국가 대표가 패전한 것과 같은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미 천팔백여 년 전 벌어진 역사 속 이야기이며 미세먼지 때문에 그토록 싫어하는 중국의 이야기인 것이다. 워낙 넓은 땅덩어리에 기후도 남북으로 서로 다르고 많은 인물들이 한 시대를 살았지만 국가의 대다수를 차지한 백성들의 삶은 평온하지 않았을 것이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가족들을 잃고 또 전쟁 물자를 대느라 고초가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당쟁이나 반란, 민란 등이 빠지지 않는데 그 넓은 땅을 차지한 삼국에서는 그런 당쟁이 없었을 리가 없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 다행이겠지만 서로 시기하고 여러 분파로 나뉘어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 착안하여 영웅들이 취했던 행동들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분석하였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장수나 참모들의 지략에 대해 알게 되고 영웅으로서의 기개에 감탄하지만 백성들을 병탄한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의형제의 원수를 갚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 수전을 치르면서 민가들을 수몰시킨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해야 할 것인가?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서슴지 않게 저지르는 모습을 보며 지금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투쟁해야 할 일이지만 삼국지를 읽을 때 지금의 나의 모습은 잊어버리고 마치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착각을 하기에 흥미롭게 읽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도 떠받들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자연이 빚어낸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지어내고 때로운 새로운 문화유산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역사적인 사실보다 이야기 속 허구를 진실인 것으로 간주하고 기념비나 사당을 세우고 신격화하는데 이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절대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기에 나를 지켜줄 누군가를 강하게 원하는 것은 아닐까? 신이 되었든 신으로 승격시킨 인간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