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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퍼즐 - 기술봉쇄의 역설, 패권전쟁의 결말
전병서 지음 / 연합인포맥스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우리는 중국을 짝퉁의 나라 혹은 특허도 없으면서 전 세계의 공장을 자부하는 나라라고 폄하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종이, 화약, 나침판 등은 모두 중국에서 발명되었지만 우리는 중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오랜 세월 외침도 받아왔고 또 조공도 하였지만 아편전쟁, 청일전쟁 등을 겪으며 서양에 완전히 밀리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였는지 모른다. 우리보다 산업화가 늦어져서 언제까지나 우리보다 한수 아래로 보아왔고 우리의 기술력을 베끼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씌웠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처럼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눈부신 성장 덕분이다. 남한보다 80배 이상 큰 나라에서 물건을 사 주었고 또 저렴한 중국산 물건을 수입할 수 있었기에 우리도 지금처럼 잘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유튜브나 라디오를 통해 여러 번 소개되었는데 특유의 비유적인 말투가 흥미로웠다. 책에서도 여러 속담을 예를 들어 이야기를 하였다. 저자가 재미있게 표현은 하였지만 우리에게 닥친 현실은 결코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도 20년 전부터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미국이 이번에는 중국을 먹잇감으로 삼아서 중국 경제를 침몰시키고 부채의 늪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공존하였다. 둘 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을 추월하지도 못했지만 중국 경제가 일본 경제처럼 침몰한 것도 아니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을 막고 관세를 무기로 패권 전쟁을 하고 중국을 굴복시키려 하지만 녹녹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중국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 자체 기술로 원자폭탄을 개발하였듯이 반도체의 경우도 오히려 이런 규제가 중국 스스로 반도체 산업에 대해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지난 정부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 편을 확실히 들어서 역시 미국의 힘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한 국가의 패권이 영원히 지속된 적은 없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 경제 전문가이기 때문에 중국의 성장에 대해 두려워하고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이렇게 강한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달러라는 기축 통화 때문이다. 미국인이 일하지 않아도 미국 달러가 전 세계를 돌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자국에서 볼펜 하나 만들지도 못하고 다른 국가에서 특히 중국에서 수입을 해야 한다. 관세를 높여서 중국을 압박하겠다고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자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은 오히려 이런 것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불평불만이 있을 때 피켓을 들고 시위 현장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지 그렇지 못하는지 그리고 무력으로 진압의 가능 여부이다. 당장 중국산 제품 때문에 관세가 부과되어 물건값이 비싸지마 미국 국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것이다. 임기 4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낼 수 있는 성과는 한계가 있으니 느긋하게 지켜보겠다는 중국의 전략인지도 모른다.
중국의 급부상은 두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우리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당장 미중 패권 전쟁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에 따라 어디에 붙을 것인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량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러-우 전쟁에서 보았듯이 국제관계는 선과 악을 벗어나 자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따진다. 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였는데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돈은 피보다 더 진한 것이다. 특히나 국제 관계에서는. 정치, 경제, 신기술 등 여러 분야에 대해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였는데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도 각성해야 할 점이 많다. 우리 자식들이 모두 의대나 약대에 진학하기를 바라지만 이공계가 국가 기술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 하지 말고 위기를 인지하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언제든 우리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지나친 비관도 낙관에 빠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