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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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삼국지를 처음 읽었던 때가 92년 겨울이었고 여러 작가들의 삼국지를 번갈아 읽었는데 조조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읽었던 책은 80년도에 출판된 책이라서 그런지 저자의 별다른 의견은 없었고 유비를 추켜세웠고 조조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하지만 결국 위나라에 이은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였고 그 기반을 마련한 사람은 바로 조조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조를 시대의 간웅이라 칭하는데 아무리 깎아내리려고 해도 그의 활약상은 무시할 수 없다. 오천 년이 넘는 중국의 역사에서 초한지, 수호지와 같은 다른 소설들도 있고 공자의 논어 같은 스테디셀러도 있는데 유독 삼국지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일까? 아무래도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역사를 왜곡(?) 시키면서까지 흥미롭게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에 근거를 둔 소설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믿기도 하고 중국을 여행할 때 삼국지에 나오는 지역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막상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던 지역을 방문해 보면 책에서 보았거나 배운 내용이랑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의자왕과 삼천 궁녀에 나오는 낙화암의 경우 삼십 명도 서 있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을 직접 찾아 나선다는 것은 얼마나 설레는 것일까?


  저자처럼 삼국지에 나오는 지명을 찾아서 기행문을 쓴다는 것은 상당한 배경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언어뿐 아니라 머릿속에 책의 내용이 완전히 들어 있어야 가능하기에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간접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문구 때문에 처음에는 삼국지에 있었던 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저자가 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느낀 경험들이었다. 광활한 영토에 오랜 역사를 지녔기에 너무 유적지가 많아서인지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난개발이 상당히 심한데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중국에 대해 비판을 하였는데 이는 남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 대한 충고일 수도 있다. 공사를 하다가 문화재라도 나오면 개인으로서는 기뻐할 일이 아니라 막심한 손해를 입고 국가에 귀속시켜야 하기에 몰래 묻어버리고 마는 것인데 주어만 바꾼다면 우리이 현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를 추켜세운 것은 명나라 시대 나관중이라는 사람이 촉한 정통론에 의거하여 한족의 자부심을 일깨우기 위함이었고 변방의 오랑캐라 불리던 동탁이나 여포를 악덕한 무리로 치부해버렸다. 흉노나 몽골족에 패배를 수백 년이 지나서 발음을 차용하여서까지 복수를 하였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삼국지에서 상대적으로 비판을 받고 악인으로 묘사되었던 영웅 특히 조조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에 대해 재평가하였다. 삼국지 최고의 전략가인 제갈량에 대해서도 과연 신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합당한지 그리고 정말 그의 공적이 사실인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하였다. 중국 출장과 여행을 몇 번 다녀봤지만 가보지 못한 곳이 훨씬 많고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지지는 않지만 굳이 중국 지리를 몰라도 읽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제목 그대로 삼국지 기행이므로 삼국지에 대해 여러 번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인데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이 굳이 삼국지 기행을 읽을 일은 없을 것 같긴 하다. 삼국지의 전개에 맞게 재해석하고 기행을 떠난 것인데 다음 편에서는 또 어떤 인물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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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궁금했던 도서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