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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온다 - 일본의 부상, 한국 경제의 위기
김현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평점 :
일본은 우리와 가까이 있고 과거부터 여러 차례에 거쳐서 침략을 하였기에 항상 좋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 우스갯소리를 할 때에도 항상 일본인들을 나쁘게 평가하거나 궁지에 몰아넣는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과거 일본의 만행에 대해 화가 치솟기도 하고 애국심이 끌어 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이기에 과거에는 일본을 배우자는 의식이 강했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30년을 지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발전을 해서 첨단 제품들 중 상당수를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다. 반도체, 스마트폰, 2차 전지, 조선, 자동차 등 어느 것 하다 다른 나라에 뒤처지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국뽕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빠른 기간 내에 선진국의 반열에 들에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는 일본과 중국이 있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 바로 전쟁을 겪으면서 거의 모든 산업이 파괴되었지만 잿더미 속에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일본으로부터 바닥까지 기는 자세로 기술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우리의 산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토록 잘나가던 일본이 무너진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지나치게 잘나가고 장인 정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집계하고 감염자의 동선을 바로바로 파악하였는데 일본은 팩스로 집계를 하였다. 비대면 결재가 당연시되던 시대 도장을 찍기 위해 출근을 하고 심지어 도장을 찍어주는 기계도 만들 정도였다고 한다. 장인 정신이 오히려 디지털 시대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잘나가던 일본이 장기 불황으로 침체를 겪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항상 긴장을 하였다. 일본식 장기 불황을 겪을 것이라거나 고령화 사회로 접어 들것인데 일본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특히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일본의 위상에 대해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우리의 저력을 믿지 못하고 아직도 힘없고 못 사는 나라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문제점을 많이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우리는 극복을 해왔다. 옆 나라 일본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결국 침체를 겪고 있는데 우리도 똑같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책에서 짚었듯이 일본인과 우리의 생각이 다르다. 우리도 과거에는 무조건 어른들 말에 순종해야 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배워야 하고 직장에서도 상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 다행히도 많이 바뀌고 있고 창의성이 존중받고 있다. 어른들의 경험에 반발을 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말 일본을 보고 배우고 싶으면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의 저력에 대해 높게 평가하였고 저력이 있음에도 지나치게 굴복하는 외교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였다. 특히 지금의 정보는 지나치게 일본에 저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 미국의 편에 서기 위해 중국과의 결별에 가까운 선언을 하는데 책에서 말한 대로 피는 물보다 진하고 이념보다도 강하다. 다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줄타기를 하는데 충분히 능력이 있는 우리가 당당하게 외교를 하지 못하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남의 실수를 보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말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